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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의 음식잡설] 맥아 함량도 공개 않는 국산 맥주, 김 빠져

중앙일보 2012.12.21 04:40 Week& 6면 지면보기
박찬일
음식 칼럼니스트
얼마 전에 신문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외국 언론에서 한국의 맥주가 북한 맥주보다 맛없다고 해서 국내 업계들이 발끈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해명인즉 품질이 북한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데, 오해와 편견으로 그런 취급을 받아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네티즌들의 댓글이 어마어마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해명에 동조하는 글도 있지만 대개는 국산 맥주가 실제 맛이 없으니 그런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맥주광으로서 사실 나도 할 말이 많다. 품질에 대해 냉정하게 말하자면 대다수 맥주는 여전히 만족도가 떨어진다.



  업계에서는 오해와 편견이라는 주장이다. 품질이 나쁘지 않은데 무작정 맛이 없다고 느낀다는 하소연이다. 이런 사단은 오해와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다. 우선 맥주병에는 우리가 알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 일본은 맥아가 70% 함유돼야 ‘맥주’라는 말을 붙일 수 있다. 그 이하이면 그저 ‘발포주’라고만 표시한다.



 그런데 한국의 대다수 맥주는 도대체 맥아 함량이 얼마인지 알 도리가 없다. 법령으로 맥아 함량을 표기할 의무가 없다는 ‘보호’를 받고 있으니 쓰지 않겠다는 태도다. 물론 밀가루로 만든 맥주도 서양에는 많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국내 맥주의 맥아 함량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해명은 논점을 흐리는 것이다. 밀가루 맥주는 맥주의 다른 스타일이고, 국내 수입된 제품은 맛이 좋다. 우리처럼 뭐가 들어있는지 오리무중인 것과는 다르다.



 맥아 함량뿐 아니다. 맥주에 맥주향이 들어 있는 의혹에 대해 언제 업계에서 속시원히 대답한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되면 합법적인 첨가물이니 시비 걸지 말라는 걸로 소비자들은 받아들이게 된다. 맥주업계의 광고 마케팅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그 비용의 일부라도 좋은 맥주를 만들려는 노력에 썼는지 묻는 소비자가 많다.



  몇몇 국산 맥주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면, 수입 맥주와 어깨를 겨룰 만한 수준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실제 나도 잘 관리된 국산 맥주의 맛에 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 크림을 풍부하게 유지하는 서빙 장비를 도입하고, 청결하게 관리된 맥주였다. 그렇지만 맥주의 다수를 차지하는 병맥주는 별 기대를 안 하는 게 버릇이 되었다. 외국 업체에서는 맥주 생산 뒤 가급적 빠른 시간에 소비자에게 당도하도록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3일 이내 출고 제품을 경품으로 내건 행사도 있다. 하지만 우리 맥주회사들은 출고 후 자사의 맥주가 어떻게 유통되는지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도 출고 두어 달이 된 김빠진 맥주를 마시게 되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을 리가 있겠는가.



  맥주는 가벼운 도수라는 장점에다가 갈증을 줄여준다. 독주 대신 맥주 두어 잔으로 마무리하는 술자리는 국가의 의료부담도 줄여줄 것이다. 그렇지만 맥주가 맛없다는 편견은 여전히 ‘치킨’을 먹기 위한 목넘김의 용도로 생각하게 만든다. 국산 맥주가 자신 있다면, 왜 망설이는가. 맥주 애호가들은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박찬일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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