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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도 ‘자판기’에서 뽑아 홀짝 … 홍콩에 가면 누구나 주선이 된다

중앙일보 2012.12.21 04:40 Week& 4면 지면보기
침사추이에 자리한 복합상업시설 ‘1881 헤리티지’의 크리스마스 장식. 1881년 세워진 해양경찰청 건물을 쇼핑몰·호텔 등으로 탈바꿈시켜 2009년 새로 문을 연 곳이다.

크리스마스에 떠나는 홍콩 와인투어



한겨울에도 온화한 날씨, 빌딩숲의 화려한 야경, 골목마다 밀집한 맛집은 홍콩의 겨울여행이 매력적인 이유다. 여기에 와인을 곁들이면 여행의 낭만이 완성된다. 홍콩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와인 시장이다. 포도밭 한 평 없는 대신 오랜 무역항의 전통, 게다가 중국 본토라는 신흥시장을 배후에 둔 장점을 살려 세계 각지의 와인을 대량 수입한다.



홍콩의 연간 와인 수입액은 최근 3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12억 US달러, 우리 돈 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홍콩 정부가 2008년부터 알코올 도수 30도 미만의 주류에 세금을 없애고 수출입 절차를 간소화해 와인 열기에 큰 불을 지핀 결과다. 덕분에 지금 홍콩에선 유럽산 명품 와인에서 와인 자판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와인 체험이 가능하다.



사진=홍콩관광청



1 손님이 직접 와인을 골라 마실 수 있는 디스펜서, 일명 와인자판기를 갖춘 와인 바. 2 매년 11월초 야외에 서 열리는 ‘홍콩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


홍콩의 고급스러운 와인 취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는 데는 미슐랭 가이드 별 하나를 받은 식당 ‘세파주’(www.lesamis.com.sg)가 좋은 예다. 홍콩섬 스타 스트리트 부근의 이 프랑스 식당은 무려 2000여 종의 와인을 갖췄다. 흘깃 봐도 페트뤼스, 에세조, 뮈지니 등 애호가들이 반색할 이름이 와인셀러에 즐비하다. 소믈리에 돈 쿽은 “특급호텔과 견줘도 홍콩에서 손꼽히는 와인 셀러”라고 자랑한다. 음식에 걸맞은 와인은 물론, 와인을 먼저 정해두고 맞춤메뉴를 주문할 수도 있다. 요리사 세바스티앙 레피노이는 일본 요리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프랑스 요리를 특기 삼아 와인과의 조화를 빚어낸다. 그는 “홍콩에서 구할 수 있는 전 세계 제철 재료로 메뉴를 마련한다”고 소개했다.



 중국 음식에 고급 와인을 곁들이는 것도 홍콩에선 어렵지 않다. 흔히 중국 요리, 특히 쓰촨 요리는 맵고 짠 맛이 강해 와인의 섬세한 맛과 어울리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광둥 요리는 다르다”는 게 중식당 ‘밍코트’(hongkong.langhamplacehotels.com) 요리사 창추킹의 말이다. 그는 “광둥 요리는 담백한 데다 재료의 원맛을 살리는 조리법이 다양해 와인과 좋은 짝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며 “호텔 결혼식 피로연에서도 마오타이나 백주 대신 와인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주룽(九龍)반도 몽콕지역 랭햄호텔 안에 자리한 이 중식당은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두 개를 받았다. 홍콩 내 중식당 중에도 와인과의 결합을 선도해 온 곳이다.



 이보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특색 있는 와인을 즐기자면 역시나 홍콩섬 완차이 부근이 제격이다. 유명 음식점과 술집이 빼곡해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동네다. 그중 할리우드 로드에 자리한 와인 바 ‘라카반’(www.lacabane.hk)은 프랑스 등에서 수입한 내추럴(natural) 와인이 전문이다. 주인 카림 하자드는 “화학적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고 만드는 게 내추럴 와인”이라며 “그래서 아무리 마셔도 머리가 아프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곳의 안주 겸 요깃거리로는 염소, 양, 소 등의 젖으로 만든 다양한 치즈가 추천할 만하다. 치즈라면 퀸스로드에 자리한 ‘더 더치’(www.thedutch.hk)도 구경이 즐거운 가게다. 이름처럼 네덜란드산 치즈가 전문인 소매점이다. 홍콩의 이색 와인문화 중에는 이른바 ‘와인자판기’도 있다. 윈드햄 스트리트에 자리한 캘리포니아 와인 전문 바 ‘캘리포니아 빈티지’도 이를 갖췄다. 미리 일정 금액을 내고 충전한 카드를 이용해 손님이 직접 디스펜서에서 반 잔, 한 잔 등 원하는 분량으로 와인을 뽑아 마실 수 있다. 일일이 주문하는 수고를 생략하고 다양한 와인을 즐기려는 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방식이다.



 사실 홍콩에서 저비용 고효율로 와인을 즐기는 최적의 시기는 11월이다. 매년 11월 초 열리는 ‘홍콩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은 다종의 다양한 와인을 맛보는 야외 축제다. 올해는 홍콩섬 야경과 마주한 주룽반도 서남단 워터프롬나드에서 나흘간 열렸다. 200여 개 와인 부스에 프랑스부터 루마니아까지 18개국 와인을 선보이며 18만 명 넘게 불러모았다. 여기서 와인 한 잔을 맛보는 비용은 20홍콩달러, 우리 돈 2800원쯤부터 시작한다. 입장료는 따로 없지만 다양한 와인을 맛보려면 쿠폰북을 사는 게 편리하다. 예컨대 200홍콩달러짜리 쿠폰북(정식 이름은 ‘클래식 와인 패스’)를 사면 20홍콩달러짜리 쿠폰 10장에 시음용 와인 잔 하나를 준다. 와인에 따라 쿠폰 1~3장을 받는다. 반면에 이른바 5대 샤토를 비롯한 ‘그랜드 와인’을 맛보려면 따로 입장료를 내거나 480홍콩달러짜리 ‘그랜드 와인 패스’를 사야 한다. 안주 걱정은 없다. 100여 개 음식 부스에서 파는 해산물 구이 등 간편식 역시 꽤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다만 내년에는 야경이 좀 달라진다. 워터프롬나드에 문화단지 공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반대편 홍콩섬 북단에서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세파주(Cepage) 주소 23 Wing Fung Street, Wanchai. 점심 세트 370~1070홍콩달러(5만~15만원대), 저녁세트 680~1680홍콩달러(9만~23만원대).



●밍코트(Ming Court) 주소 555 Shanghai Street Mongkok,Kowloon. 점심세트 438홍콩달러(6만원대), 저녁세트 788홍콩달러(11만원대). 저녁세트에 388홍콩달러를 더하면 와인 3종을 곁들일 수 있다.



●라카반(La Cabane) 주소 62 Hollywood Road, Central. 단품 메뉴 110홍콩달러(우리 돈1만5000원대) 이하. 치즈 3종, 5종 세트는 각각 180, 250홍콩달러(약 2만5000원,3만5000원).



※상세한 메뉴는 각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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