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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신에서 힌트 얻은 고미노, 다이애나비도 즐겨 신었죠

중앙일보 2012.12.21 04:10 Week& 8면 지면보기
이탈리아 토즈그룹 회장 디에고 델라발레(59). 서울 역삼동 토즈 코리아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내년 신상품인 남성용 가방 ‘더블 스트라이프’앞에 섰다.

이탈리아 명품 토즈 회장 디에고 델라 발레

이탈리아 밀라노·카프리,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마이애미 등에 저택 5채, 주문 제작한 최고급 스포츠카 5대, 명문 축구팀, 명품 와이너리, 저택 뒷마당에서 타는 전용 헬리콥터, 전용 제트기….



소유한 재물이 누군가를 설명하는 전부는 아니지만 디에고 델라 발레(Diego della Valle·59) 토즈(TOD’S)그룹 회장을 언급할 때 그의 이런 재산 목록은 빠지지 않는다. 그와 인터뷰한 전 세계의 언론 거의 다 그랬다. 발레 회장은 이탈리아 브랜드 ‘토즈’를 세운 창립자이자, ‘멋쟁이 이탈리아 남성의 대명사’ ‘패셔니스타 최고경영자’로 불린다.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의 소유품, 그에 걸맞은 생활방식이 발레 회장의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그래서 그를 인터뷰한 기사마다 서두엔 재산목록 소개부터 시작됐으리라. 한국 시장 조사차 최근 서울을 찾은 발레 회장은 “나보다는 브랜드에 주목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 인터뷰들이 그의 기업가적 측면보다 개인 생활에 더 초점을 맞춘 것이 신경 쓰이는 듯했다.



사진=토즈



1,2,3,4 이탈리아 브랜드 ‘토즈’를 대표하는 신발 ‘고미노’ 제작 과정. 바닥엔 133개의 작은 자갈 모양 고무가 달려 있어 미끄럼을 방지한다. 장인들이 가죽을 손으로 꿰매 발을 감싸듯 만드는 게 특징이다.


이탈리아 브랜드 토즈의 역사는 40년이 채 못 된다. 100년을 넘기며 ‘역사’ ‘전통’을 내세우는 많은 해외 유명 브랜드에 비하면 역사는 짧다. 하지만 그의 할아버지 필리포가 1900년대 초반 이탈리아 동부, 아드리아해를 마주한 마르케 지역에서 신발 공방을 운영하던 것까지 따지면 가업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아무튼 브랜드 이름 ‘토즈’가 사용된 것은 75년께다. 40년 남짓한 역사지만 전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한 해 1조원어치 물건을 파는 브랜드 ‘토즈’로 성장시킨 건 발레 회장이 뉴욕 생활에서 얻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주인공은 ‘고미노’라 불리는 신발이다. 70년대, 20대였던 그가 아버지 도리노를 따라 뉴욕에 방문했을 때였다. 그의 눈에 포르투갈이 원산으로 알려진 ‘모카신’(moccasin)이 눈에 띄었다. 대개 양가죽으로 만드는 모카신은 신발의 틀이 잡혀 있지 않아 ‘양말 같은 구두’라고 불린다. 70년대 뉴욕에서 모카신은 편안한 디자인 덕분에 운전할 때 신는 ‘드라이빙 슈즈’로 차츰 자리를 잡아가던 때였다.



 “편해 보이긴 했지만 품질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아버지에게 갖고 가서 제안했죠. 이런 신발을 우리가 만들어 보면 어떻겠느냐고요.”



 그의 아이디어는 작은 자갈 모양으로 생긴 133개의 고무가 촘촘히 박힌 모카신 ‘고미노’로 태어났다. 제품 아이디어만 낸 것이 아니라 어떻게 고미노의 탄생을 널리 알릴 것인가도 고민했다. 당시 이탈리아 남성들이 ‘숭배’하던 기업가 잔니 아넬리를 타깃으로 삼았다. “피아트그룹 회장이었던 아넬리는 이탈리아 남성들의 롤모델이었어요. 무엇을 입든 멋지게 소화해 내는 그를 닮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그런 아넬리 회장에게 고미노를 신겼다. 그 뒤 토즈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도 고미노를 애용했다. 세계 곳곳의 지뢰 제거 운동에도 열심이었던 다이애나비는 아프리카 방문 때에도 고미노를 신었고 공식 석상 세련된 정장 차림에도 종종 이 신발을 신었다.



5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토즈’ 행사장에서 포즈를 취한 이탈리아 토즈 그룹 발레 회장(왼쪽)과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 6 이탈리아 카세테데테의 토즈그룹 본사에 페라리 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발레 회장은 페라리 이사로도 활동한다.


 발레 회장은 내년 신상품 출시 계획을 설명했다. “곧 다이애나비의 추모 사진집을 출간합니다. 우리 제품과 관련 없는 사진도 많이 들어 있죠. 제품 자체를 보여주기 보다 다이애나비의 특별함을 전달하려는 책이에요. 자연스럽게 그의 특별함과 토즈의 특별함을 연결시키려는 거죠. 그의 고귀함을 이해하는 소비자라면 토즈의 고귀함도 이해할 것이란 생각에서요.” 토즈는 내년도에 ‘디 디 백’을 내놓는다. 97년 처음 나온 ‘디 백’을 새롭게 해석한 제품이다. ‘디 백’은 다이애나비의 이름 앞글자 ‘디’(D)를 딴 상품이다. 특별한 장식 없이 각 잡힌 디자인이 특징이다.



발레 회장의 가족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발레 회장의 조카 안드레아, 아들 엠마누엘, 동생 안드레아, 발레 회장, 아버지 도리노.
 그의 오른손 팔목에 채워진 가죽 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푸른색, 갈색 등 색상이 다른 팔찌 서너 개를 겹쳐 찬 게 독특했다. “언젠가 막내아들 녀석이 한 걸 보고 따라 하기 시작했어요. 요즘 들어 그 아인 하지 않지만 전 여전히 토즈 제품으로 팔찌를 찹니다.” 토즈의 ‘마이 브레이슬릿’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스타일에 대해선 “나는 매우 단순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경영자로서, 비즈니스맨으로서 나만의 스타일을 찾은 거죠. 옷도 단순하게 입습니다. 특히 여행할 땐 짐이 많은 걸 좋아하지 않아서 간단하게 꾸립니다. 푸른색 블레이저(정장 재킷이 아닌 스포츠· 레저용 재킷), 회색 정장 바지, 청바지, 점퍼 종류, 푸른 셔츠 몇 벌이 제 여행용 짐 싸기의 전붑니다.”



 그는 “토즈 신발도 빼놓지 않고 챙긴다”며 웃었다. 공식석상에 나설 때도 딱딱하게 각이 잡힌 정장 구두보다는 고미노를 비롯해 누벅(부드러운 양가죽으로 된 목 있는 신발)이나 로퍼를 신는다. “(이런 류의) 토즈 신발을 갖고 있으면 정장 차림에 신고 있다가도 여가 시간, 청바지 차림을 할 때도 쉽게 잘 매치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품질이 좋으면서 기능적인 상품을 선호하는 바쁜 현대인에게 토즈 신발이 제격이라고 자랑했다.



 “어떻게 이런저런 구두를 상황에 맞게 다 챙겨 가나요. 여러 상황에서 다 어울릴 수 있는, 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스타일 구두 하나면 되잖아요.”



그는 전용기를 이용해 전 세계 각지를 여행한다. 이탈리아 내에서는 물론이고 유럽이나 미주, 아시아 등으로 동분서주하는 그는 “모든 여행 가방은 직접 싼다”고 했다. “한국 기업 CEO라면 대개 부인에게 부탁할 텐데”라고 하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발레 회장은 ‘로저 비비에’ ‘호간’ ‘페이’ 등 브랜드를 보유한 토즈그룹의 경영 외에도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그룹 이사, 페라리 이사, 안경 제조업체 ‘마르콜린’ 이사 등 다른 명품 기업 운영에도 관여하고 있다. 명품뿐만 아니다. 이탈리아 금융회사인 ‘제네랄리’ 이사, 이탈리아 상업은행 이사, 이탈리아 국립 ‘나보로’ 은행 이사도 맡고 있다. 여기에 이탈리아 일간지 ‘일 조르날리’와 출판사 ‘리졸리’를 보유한 RCS의 주주,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 리그의 ‘피오렌티나’ 구단주도 그가 맡고 있는 역할이다.



 다양한 직함으로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발레 회장은 “이탈리아를 더 멋진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유럽의 경제 위기도 그렇고, 여러모로 이탈리아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메이드 인 이탈리아’에 계속해서 지지를 보내게 하려면 이탈리아라는 나라 자체가 멋진 곳이 돼야 합니다.”



 “이탈리아=럭셔리 제품’이란 공식은 다른 나라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덧붙인 그는 “럭셔리 제품 소비 시장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에서도 언젠간 ‘우리도 만들자’고 할지 모른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탈리아 럭셔리 제품의 강점은,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찬란함과 닮았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가 따라 하기 힘들 겁니다. 지금 이탈리아엔 수백, 수천 개의 공방·기업이 있습니다. 이들이 르네상스 시대처럼 최고 품질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죠. 이런 시스템 자체를 다른 나라가 한꺼번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겁니다.”



내년 봄·여름 상품으로 토즈가 내놓을 ‘디 디 백’.
  발레 회장은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자부심을 유지하기 위해선 나와 같은 기업인의 의무도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가 더 좋은 나라가 되도록 돕는 길”이란다.



 “피오렌티나 축구단 인수는 기업의 일로 결정한 게 아닙니다. 피렌체 시장의 ‘축구단이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요청에 응한 것뿐이에요. 막내아들이 축구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는 최근 이런 맥락의 다른 활동에도 참여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유적 ‘콜로세움’ 복원 작업이다. 올해 초 발표된 콜로세움 복원 계획은 토즈그룹 후원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탈리아 사회에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회 단체들이 나서서 ‘이탈리아 문화 유산이 기업가 손에 넘어가게 둬선 안 된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토즈그룹 참여를 반대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에 시작되는 복원 작업은 2~3년이 걸릴 예정이다. 하지만 그 어떤 과정에서도 토즈그룹 로고를 복원 작업에 사용되는 천막에 그려 넣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대응했다.



 발레 회장은 그의 전용 제트기 ‘팔콘’에 “좌우명 ‘3D’를 새겨 넣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어로 ‘디니타’(Dignita) ‘도베레’(Dovere)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 세 단어다. 각각 품위 혹은 위엄, 의무, 재미를 뜻한다.



 “아버지가 내게 가르쳤던 삶의 가치가 이것이지요. 아들들에게도 가르치고 싶어요. 한데 요즘은 맨 마지막 항목이 늘 아쉽네요. 그저 출장을 가면 공항에 내려 차를 타고, 사무실에 들렀다가 어딘가 호텔에 묵고, 회의를 한 다음 또 다른 출장지로 떠나야 하는 생활의 반복이거든요. 더 많은 여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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