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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는 미리 보는 차기 정부 … 67일간 점령군 행세 말아야

중앙일보 2012.12.21 01:06 종합 4면 지면보기
“대통령의 성패(成敗)는 취임 전 67일에 달려 있다.” 정치권의 통설이다. 대통령 당선부터 취임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67일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시기는 대통령 당선인도, 주변 참모도 모두 자신감만 넘치고 국정 이해도는 낮아 실수하기 쉬운 때다. 의욕 과잉상태에서 내지른 정책들이 새 정부에 두고두고 부담이 되기도 한다.


인수위원 출신 51명, 조언 여섯 개

 중앙일보와 고려대 함성득 교수는 최근 노태우 대통령의 취임준비위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까지 인수위에 참여한 109명 중 51명을 인터뷰했다. 역대 인수위로부터 ‘대통령 당선인의 성공과 실패’(나남에서 곧 출간)에 대해 배우자는 취지다. 이를 통해 인수위 성공을 위한 여섯 가지 팁을 추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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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점령군이어선 안 된다



역대 인수위원들은 지나친 의욕과 자신감을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 당시 최경환 경제분과 간사위원은 “인수위는 차기 정부에서 추진할 정책 리스트를 만드는 곳인데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는 너무 많은 정책, 아니 모든 정책을 다루려 했다”고 회고했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 기획조정분과에서 새 정부에서 추진할 과제로 190여 개를 추출했다. 그러는 사이 사회적 논란도 크게 일었다.



 인수위원들의 고자세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컸다. “모 인수위원장은 자신이 총리인 것처럼 행동했다”(익명의 인수위원), “모 위원은 아무런 이유 없이 관료들을 꾸짖고 야단을 치곤 했다”(김진표 노무현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 “인수위는 단순히 인수만 하고 점령군처럼 해선 안 된다”(정두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보좌역) 등이다.



 ②인사가 만사(萬事)



당선인이 곧바로 임명해야 할 자리는 장관급 30여 개를 포함해 관료만 500여 명이다. 국무총리와 장관급의 경우 정부 출범 전에 인사청문회, 필요하다면 국회 동의 절차도 마쳐야 한다. 1월 말이나 2월 초엔 인선이 끝나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경우 이보다 빨라 1월 초엔 대충 윤곽이 나와야 한다. 당선인으로선 촉박한 일정이다.



 역대 위원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능력 있는 인사를 널리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범 때부터 ‘고소영’ 인사로 타격을 입은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가 반면교사라고 하는 이가 많았다. 김정길 김대중 대통령직인수위 정무분과 간사위원은 “대통령직 인수업무와 차기 정부의 핵심 인사에 대한 인선업무가 이원화돼야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③비서실장과 인수위원장부터 인선하라



당선인이 느끼는 인사 압박이 심하기 때문에 청와대·내각 인선을 보좌할 청와대 비서실장을 가장 먼저 임명해야 한다는 이도 많았다. 김진표 노무현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은 “비서실장은 특히 대통령을 보좌하고 장관이나 차관 내정에 관여하기 때문에 비서실 내정이 빨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당선 직후인 1997년 12월 20일 김중권씨에게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 사실을 알려줬었다.



 인수위원장의 인선도 중요하다. 주호영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대통령과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면서 대통령의 의지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으로 통솔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④인수위에 발 담그면 미래가 보장?



인수위 단계에서 엄청난 진입 경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도 막판으로 갈수록 규모가 늘었다. 진수희 당시 인수위원은 “(그해 4월인) 총선 (공천) 때문이고 또 인수위에 발을 담그면 뒤가 보장된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진입 경쟁은 곧 권력 암투로 변질되곤 했다. 누가 인사 영향력이 더 센가를 두고서다. 현 정부의 정두언·박영준 갈등은 인수위 단계에서 싹튼 것이다.



 국정 경험이 부족한 선거 참모들이 비전공 분야에 기용되는 것이 문제란 지적도 있다. 곽승준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은 “캠프와 인수위에 있었던 사람이 (주요 보직에) 포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조직을 했던 사람이 정책으로 가거나, 정책을 한 사람이 사정·인사로 가선 안 된다. 다 특기가 있는 건데 ‘무조건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⑤당선인은 대통령 아니다



아무래도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의 관계가 미묘할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의 경우엔 더 그렇다. 김영삼-김대중, 노무현-이명박 대통령 이양기엔 자료 파기 논란까지 있었다. 인수위원들은 그렇더라도 양측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중 전 대통령 스스로 “클린턴이 나한테 충고하길 김영삼 대통령 및 그 정부와 협조해야 정권을 제대로 인수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⑥대변인이 중요하다



대통령 당선인이 결정되면 대한민국의 모든 눈과 귀는 당선인과 인수위에 맞춰진다. “각 인수위 분과는 기자들의 폭발적 질문을 받게 되고 아이디어 차원의 것까지 언론에 공개돼 혼선이 많이 발생한다”(박종문 노무현 대통령직인수위 국민참여센터 부본부장)고 한다. 당선인은 물론 인수업무 전체를 조망하면서 안정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대변인의 역량이 중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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