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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졌지만 역대 2위 득표 … 야권 조력자로 남을 듯

중앙일보 2012.12.21 01:03 종합 6면 지면보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2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자원봉사자를 위로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는 이인영 의원. [김경빈 기자]


1469만 표. 낙선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득표수다. 이는 올 대선 이전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6대 노무현 전 대통령의 1201만 표보다 268만 표 많다. 패자지만 박근혜 당선인에 이어 역대 2위의 득표 기록이다. 박 당선인을 제외한 어느 당선인보다 많은 표를 얻은 것이다. 선거를 통해 큰 지지세를 증명해낸 문 후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친노 한계’ 언급한 그의 운명은



 문 후보는 20일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개인의 꿈은 끝났다”고 했다. 이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 도전할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의원직 사퇴는 거론하지 않았다. 일단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이회창씨처럼 ‘미래를 위한 단기적 정계은퇴’를 선택하는 대신, 야권의 조력자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선대위 관계자는 “문 후보는 약속을 무겁게 생각하는 원칙주의자에 가깝다”며 “약속대로 의원직은 지킬 것이고, 차기엔 도전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해단식에서 “민주당이 함께 했던 국민연대 진영 전체가 더 역량을 키워 나가는 노력들에 늘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그가 대선 전에 약속했던 대대적 정계개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친노(노무현계)의 한계, 민주당의 한계, 확장의 부족함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당 체질 개선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야권이 근본적으로 바뀌려면 세력의 확장을 전제로 한 신당 창당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모르겠다”며 “문 후보는 현재 야권 인사 중 유일하게 선거를 통해 전 국민적 지지세를 확인한 인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패배 뒤 ‘노무현계의 한계’를 얘기했다는 것은 정계개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문 후보가 자신을 중심으로 한 세력의 리더로 활약할지,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처럼 중재자의 역할을 담당할지는 확실치 않다. 이날 해단식은 대선 패배의 충격으로 인해 무겁고 침통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해단식에는 정세균·정동영 상임고문, 김부겸·박영선·이인영 선대본부장 등 선대위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문 후보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 하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선거 막판에 정말 분위기도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고, 실제로 여론조사상으로 그런 결과도 나타나 더 기대를 했다가 그만큼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다”면서 “어쨌든 그것은 전적으로 제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자책했다. 이어 “제가 캠프에 감사 인사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해냈다는 보람을 드려야 하는 건데 그러지 못해서, 저도 뭐 아쉽다”고 덧붙였다.



 해단식에 참석한 300여 명의 캠프 관계자들은 문 후보의 인사말 도중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일부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한 여성 자원봉사자는 연단에 올라 “예쁘게 화장하고 해단식에 오려고 했는데 어젯밤부터 아침까지 눈물이 그치지 않아서 차마 화장을 할 수 없었다”면서 울먹였다.



 해단식 후 문 후보는 패배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입장이다. 그 스스로도 “나의 패배이지, 우리 모두의 패배는 아니다”고 말한 것처럼 일단 당 대표대행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물러나면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될 텐데, 이 과정에서 문 후보가 자기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그 사이 당내에서 노무현계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단일화 이전 ‘후보 선택권을 달라’고 주장했던 한 비주류 의원은 “지금 당장이라도 선대위에 쫓아가 문책하고 싶지만 겨우 참고 있다”며 “친노는 유효기간이 끝난 세력이고, 더 이상 야권 혁신의 키를 맡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수도권 재선 의원도 “쇄신을 얘기하면 선거를 앞두고 분열에 나선다고 할까 봐 참았다”며 “이제는 침묵하던 다수들이 적당히가 아니라 목숨 걸고 해내겠다는 생각으로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야권의 정계개편론이 불붙게 되면 미국으로 떠난 안철수씨의 행보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문 후보를 제외하면 당내 인사로는 새로운 리더 감이 없고, 실패한 당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비주류뿐만 아니라 일부 주류 의원도 안씨를 중심으로 뭉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맞서 안씨를 반대하는 재야세력과 현 주류가 세력을 형성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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