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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필패’징크스 살고 … ‘단일화 필승’법칙 깨졌다

중앙일보 2012.12.21 00:57 종합 10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교부한 당선증을 참석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김형수 기자]
이번에도 안 깨진 대선 속설



대한민국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18대까지 6번의 대선을 치렀다. 그런 과정 속에서 다양한 속설과 법칙이 생겨났다. 승자들에게서만 엿볼 수 있었던 ‘필승 법칙’은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에게도 그대로 통했다.



 ① 먼저 선출된 후보가 승리한다



박 당선인은 8월 20일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그보다 늦은 9월 16일 후보로 선출됐다. 87년 민정당 노태우 후보는 6월 10일 후보로 추대된다.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11월 8일),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11월 11일)보다 일렀다. 결과는 노태우 후보의 승리였다. 2002년 대선에서도 민주당 노무현 후보(4월 27일)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5월 9일)보다 보름여 앞서 대선 후보로 확정됐었다. 대선 후보로 활동 기간이 길면 그만큼 이미지를 부각시킬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점 때문이란 지적이다.



 ② 의원직 유지한 채 당선 불가



박 당선인은 11월 25일 대선 후보 등록 직전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내놨다. 민주당 문 후보는 그러지 않았다. 앞서 대선에서도 92년 금배지를 달고 선거에 뛰어들었던 민주당 김대중,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반면 금배지를 포기하고 배수진을 쳤던 민자당 김영삼 후보는 최종 승자가 됐다.



 ③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 않는 여당 후보 승리



박 당선인은 선거 초반 “이명박 정부도 민생 살리기는 실패했다”고 비판했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야권의 ‘이명박근혜 심판론’에도 현 정부와 크게 각을 세우지 않았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의 차별화 요구에도 의리를 택했던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같았다.



 반대의 경우는 모두 패했다. 97년 15대 대선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와 갈등을 벌이다 11월에 탈당했다. 김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당적을 유지하려고 버텼지만 이 후보 측이 ‘YS(김영삼) 인형 화형식’까지 치르면서 몰아붙이자 탈당했다. 이 후보는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에게 39만여 표차로 패했다. 2007년 대선에서도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열린우리당 후신)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과 결별했었다. 열린우리당의 존폐 여부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 530만 표차 대패였다.



 ④ 미국 대선과 엇박자



앞서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은 재집권에 성공했다. 단지 이 사실만 놓고도 박근혜 당선인의 승리를 점치는 정치권 인사들이 적잖았다. 실제 미국에서 민주당 정권이 등장하면 한국은 새누리당 계열이, 공화당 정권이 등장하면 한국은 민주당 계열이 등장한다. 92년 14대 대선부터 통했다. 같은 해 미국은 민주당 빌 클린턴 정권이 출범했지만 한국은 민자당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97년 반세기 만의 정권교체를 이루며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이 되자 미국은 2000년 공화당 부시 정권이 들어섰다. ‘2004년 공화당 부시, 2002년 민주당 노무현’ ‘2008년 민주당 오바마,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과 같은 패턴이 되풀이됐다.



양원보 기자



이번엔 깨진 대선 속설



역대 대선에선 ‘참’이었지만 이번에는 ‘거짓’이 된 ‘대선 명제(命題)’들이 있다.



 ① 같은 지역 출신은 연이어 대권을 쥘 수 없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이래 한국정치에서 같은 지역 출신이 두 번 연속 정권을 쥔 적이 없었다. 노태우(대구·경북)-김영삼(부산·경남)-김대중(호남)-노무현(부산·경남)-이명박(대구·경북) 대통령 식으로 매번 출신 지역이 바뀌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대구·경북 출신이 연이어 대통령직을 맡게 됐다.



 ② 단일화에 성공한 진영의 후보가 이긴다= 90년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3당 합당과 97년의 김대중-김종필 연합, 2002년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등을 통해 ‘연대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는 말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안철수씨와의 단일화를 통해 야권 단일후보가 된 문재인 후보가 이번엔 낙선했다.



 ③ 서울 지역에서 패배한 후보가 패배 = 97년 이후 역대 대선에서 서울에서 패배한 후보는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었다.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는 서울에서 44.87%를 얻어 40.89%를 얻은 이회창 후보에게 승리했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서울에서 51.30% 대 44.95%로 이회창 후보를 꺾었고, 17대 대선에서도 이명박 후보가 서울에서 53.23%를 얻어 24.50%에 그친 정동영 후보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은 서울에서 48.18%를 얻어 51.42%를 득표한 문재인 후보에게 뒤지고도 승리했다.



 ④ 투표율이 높으면 보수진영 후보가 진다= 97년 대선 이후 투표율이 70%를 넘은 대선에선 모두 진보 후보가 승리했다. 투표율 80.7%였던 15대 대선에선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투표율이 70.8%였던 16대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눌렀다.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에게 승리한 17대 대선의 투표율은 63.0%에 그쳤다. 18대 대선 투표율은 예상을 뛰어넘는 75.8%에 이르렀지만 박근혜 당선인이 승리했다.



 ⑤ 40대 에서 패하면 낙선한다= 방송3사 출구조사로 볼 때 40대 득표율에서 박 당선인은 44.1%로 문 후보(55.6%)에게 11.5%포인트나 뒤졌다. 추후 선관위 연령별 득표율이 집계되더라도 40대에선 문 후보가 승리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이번엔 40대가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지 못한 선거로 기록될 것 같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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