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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농업용수 관리 일원화 시급하다

중앙일보 2012.12.21 00:48 경제 10면 지면보기
박재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지금 우리는 겨울 추위보다 더 혹독한 곡물 리스크 시대를 맞고 있다. 전 세계적인 가뭄으로 인해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세계 주요 곡창지대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국제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11월 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215)보다 1.5% 낮은 211을 기록했다. 세계 5위 곡물 수입국인 한국도 새해 들어서면서 밀가루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빵·라면 같은 식탁 물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말 그대로 ‘애그플레이션’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곡물 리스크·애그플레이션 시대를 맞게 될 만큼 지구온난화는 치명적인 국가 리스크로 자리 잡았다. 이 터널을 견뎌낼 치수 정책은 이제 가장 중요한 국가 경쟁력이 됐다. 지구 두 바퀴 반에 해당하는 9만9000㎞의 농업용 물길과 3356개의 농업용 저수지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는 올해 104년 만의 최악의 봄 가뭄을 겪었지만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 완료된 지역을 중심으로 봄 가뭄을 슬기롭게 이겨내면서 체계적인 농업용수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하지만 안심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앞으로도 효율적인 농업용수 관리 없이는 서민의 식탁 물가는 언제든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농촌의 고령화율(2010년 농림어업총조사)은 31.8%로 한국 전체 인구의 고령화율 11.3%에 비해 1.8배 정도 높다. 이와 맞물려 수리시설의 유지·보수, 수초 제거 등의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고 농업 수리시설물의 56.9%가 30년 이상 노후화돼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예방, 농업용수의 다목적 기능 요구 증대 등 기존의 농사 위주 농업용수에서 다변화된 농어촌지역의 수자원 요구를 충족하고 지역민과 함께 수자원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수자원 관리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또 미래 수자원으로서의 농촌용수는 효율적인 이용을 통한 안정적 식량생산, 농어촌지역의 환경개선, 재해예방, 사회적 편의시설 등에 대한 영향이 현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활용되고 관리돼야 한다. 그리고 4대 강 사업과 연계한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와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을 마무리해 사업효과를 극대화하고, 미래를 대비한 지류·지천에 위치한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농어촌 용수, 하천유지 용수 등 추가적인 용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치수관리, 특히 농업용수의 관리는 곡물 리스크 시대의 국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그 핵심에는 통합적인 농업용수 관리가 있다. 현재처럼 농어촌공사와 시·군으로 이원화된 체계로는 관리의 효율성과 물 이용의 안정성, 그리고 서비스 질 등의 격차를 줄일 수 없다. 이를 위해 농업용수 관리가 일원화, 전문화돼야 한다. 이에 필요한 정부 예산도 선택과 집중이 될 수밖에 없다. 이대로 키 없는 배로 난파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이제라도 제대로 된 키로 지구온난화 시대와 가뭄, 그리고 애그플레이션 시대의 험난한 항로를 헤쳐가게 할 것인가. 세계적인 곡물 리스크로 인해 새해 봄 우리에게 닥칠 식탁 물가 상승은 대한민국에도 선택을 재촉하고 있다.



박 재 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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