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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샌디’ 대재앙서 미국 구한 IT 인프라

중앙일보 2012.12.21 00:47 경제 10면 지면보기
권오용
SK텔레콤 고문
미국 대선을 일주일 정도 앞둔 시점에 허리케인 샌디가 동부해안 지방을 강타했다. 재앙급 자연재해로 분류된 샌디와 관련해 미국 시민사회를 후끈하게 달궜던 이슈는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대선 주자들의 치열한 정치 캠페인이 아니었다. 비영리 자선단체를 비롯한 비영리 정보 사이트, 정부 재난구호기관 등이 쏟아내는 재난대응방법 및 복구지원책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어떻게 구해 볼 것인가였다. 이는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지위의 차별, 특권의 경계, 세력의 갈등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미국 사회 전체가 실감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미국 비영리 자선단체들에 연말연시는 기부자 유치에 집중해야 하는 가장 바쁜 시기다. 이는 미 국세청이 개인에게 부과하는 높은 소득세율과 관련이 있다. 개인이 비영리 자선단체에 기부할 경우 그 해당 금액에 대해 많게는 100%에서 50%까지 비용으로 처리해 소득세를 감면해주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 기부자가 기부에 앞서 비영리 자선단체에 대한 정보검색을 중시하는 주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0만 개가 넘는 미국 내 비영리 자선단체 중 기부금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합법적인 단체를 찾고, 그중 기부자가 의도하는 선한 일에 대한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단체에 기부함으로써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다 달성하려는 것이다.



 이번 허리케인 샌디 사태에도 어김없이 가짜 기부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어 기부자의 정보활용은 확실히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인다. 기부자가 기부하려는 단체가 합법적인 기부단체인지를 확인하는 것부터가 정보활용인 셈이다. 한 인터넷 도메인 회사에 따르면 샌디 발생 직후 ‘허리케인’ ‘프랑켄스톰(frankenStorm)’ ‘도움(aid)’과 같은 이름으로 1100개 인터넷 주소가 불티나게 팔려 나갔는데, 상당 부분이 불법적인 기부 사이트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때도 선의를 가장한 가짜 기부 사이트들이 기부자를 유혹해 신용카드 정보 유출 및 도난 등의 피해를 준 바 있다.



 현재 미국 기부자의 비영리 정보 활용은 기부 의사결정에 있어 핵심적인 프로세스가 됐다. 비영리 정보를 제공하는 가이드스타(GuideStar)와 같은 기관은 기부자를 비롯해 비영리 자선단체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정보서비스를 생산해 위급한 재난상황이 닥쳤을 때 시민사회를 안정, 유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허리케인이나 지진과 같은 재앙급 자연재해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어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12월 초의 기록적인 폭설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 지구온난화와 같은 이상적 기후 변화는 이미 우리 사회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이에 대한 대비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해줬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위기관리 차원에서 재난대비를 위한 비영리 정보를 생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정보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권 오 용 SK텔레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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