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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수주 체질 좋아져 … 한화건설 약진

중앙일보 2012.12.21 00:28 경제 6면 지면보기
한화건설이 주택 10만 가구를 건설하는 1830만㎡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조감도. [사진 한화건설]


지난 5월 30일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이라크 총리공관에서는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건설사에 길이 남을 초대형 사업 수주가 성사됐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한화건설 김현중 부회장,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80억 달러(약 8조6000억원)에 달하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본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바그다드 도심에서 동쪽으로 25㎞ 떨어진 비스마야에 1830ha(1830만㎡)의 신도시를 조성하고 10만여 가구의 주택을 2018년까지 짓는 사업이다.

올 583억 달러, 수출액의 10% 넘어



 이 공사를 따내기 위해 김승연 회장과 김현중 부회장은 20여 차례 이라크를 방문했다. 이라크에 들어가면 일주일씩 머물며 구체적인 계약조건 등을 협의했다. 여행금지 국가인 이라크에서 6개월 정도를 산 셈이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올해 해외에서 큰돈을 벌어들였다. 해외시장의 질적인 발전이 이뤄졌고 한화건설 등 후발업체들의 약진도 두드러진 한 해였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우리 건설업체들의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20일까지 583억3000만 달러다. 우리나라 총 수출액(10월 말 기준, 4552억8900만 달러)의 10%를 넘는다. 올해 수주액은 지난해 실적을 넘을 것 같다. 현재는 지난해(591억 달러)에 다소 못 미치지만 대개 연말에 수주가 몰리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 김태엽 정보기획실장은 “계약서를 작성하는 단계까지 온 사업이 적지 않아 지난해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 해외 수주의 체질이 좋아진 것이 눈에 띈다. 플랜트 등 산업설비 비중이 줄고 건축·토목 비중이 늘어나는 등 공종과 수주 지역 편중이 완화됐다. 올해 전체 수주액 가운데 건축(24%)과 토목(14%)이 차지하는 비중이 38%로, 지난해(토목 10%, 건축 14%)보다 크게 늘었다. 반면에 플랜트 등 산업설비 비중은 71%에서 58%로 낮아졌다. 김 실장은 “플랜트에만 집중했던 것과 달리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건축·토목 사업 수주가 느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활동 무대도 넓어졌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별로 진출하지 않았던 아프리카·몽골 등지에서 신규 수주가 잇따랐다. 삼성물산은 5월 처음으로 몽골에서 오피스빌딩 건축을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6월 중남미인 베네수엘라에서 정유공사를 따냈다.



 해외건설 후발주자들의 성과도 컸다. 해외건설 분야에서 중견업체 수준이었던 한화건설은 올해 해외건설 부문에서 현대건설에 이어 2위(수주액 기준)를 차지했다. 이 회사 김현중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해외건설 전담팀이 꾸려지는 등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며 “다만 김 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이라크에서 추진 중이던 2·3단계 추가 수주가 답보 상태여서 국익을 위해서도 김 회장의 조속한 경영 복귀가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해외 수주 결실이 내년에도 이어질지 낙관할 수만은 없다. 세계경기가 위축되고 있고 유로화 약세로 유럽 선진 건설업체들이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대와 종목을 더 넓히는 것은 물론 국내 건설업체들의 경영안정 등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정부 지원과 함께 건설업체마다 영업력을 더 집중하고 설계 등 고부가가치 분야의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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