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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 1위라도 졸면 죽는다

중앙일보 2012.12.21 00:27 종합 46면 지면보기
세계 시장의 판도가 격렬한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핵심 산업인 정보통신과 자동차 분야의 시장점유율은 순식간에 뒤바뀌기 일쑤다. 아무리 정상에 올랐어도 잠시 방심했다간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이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대규모 리콜 사태와 동일본 대지진의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섰다. 2년 만에 GM과 폴크스바겐을 제치고 세계 1위 탈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도요타의 코롤라와 프리우스 등 소형차와 하이브리드카가 인기를 끄는 데다 아베 정부의 양적완화와 엔화 약세의 순풍을 타고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1위로 오를 게 분명해지고 있다. 1998년 이후 줄곧 1위를 차지해온 노키아를 제치고 14년 만에 정상 자리를 거머쥔 것이다. 삼성전자는 뛰어난 부품 경쟁력과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갤럭시 시리즈 등 스마트폰 시장에서 눈부시게 질주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4%에서 올해는 29%로 도약했다. 반면 노키아의 시장 점유율은 6%포인트나 떨어진 24%로 곤두박질했다. 애플은 점유율 20%로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으로 시장의 진동폭이 커지고 기업의 흥망성쇠(興亡盛衰) 주기는 짧아졌다. 위기와 기회가 뒤섞인 위험한 지뢰밭이다. 이런 혈투에서 살아남으려면 연구개발(R&D)에 집중해 품질·서비스 등 비(非)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균형 잡힌 국내 생산과 해외 현지생산으로 환율 변동에 중립적인 구조로 진화하는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도요타자동차가 세계 정상에 올라선 비결도 여기에 있다. 거꾸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승자의 저주다. 만년 1등에 안주하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흐름을 잠깐 놓치면서 이제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걱정할 처지가 됐다. 도요타자동차가 1000만 대 생산체제 구축과 원가절감을 서두르다 운전석 바닥 매트의 사소한 결함으로 대량 리콜의 참사를 당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각별한 위기의식으로 사주경계(四周警戒)에 나서야 한다. 온 신경을 곤두세워 시장 변화를 한발 앞서 읽어내야 생존을 도모할 수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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