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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청소기 룸바 800만대 판 콜린 앵글 ‘아이로봇’ CEO

중앙일보 2012.12.21 00:24 경제 3면 지면보기
콜린 앵글(45) 아이로봇 CEO는 “실용주의가 빠진 첨단 기술은 무기력하다고 믿는다”며 “로봇은 사람들이 하기 싫거나 위험한 일들을 하는 곳에서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사진 아이로봇]
눈에서 쏘는 레이저빔, 미사일처럼 발사되는 ‘로케트 주먹’은 없다. 영화 ‘스타워즈’ 속 C3PO처럼 멀끔한 얼굴로 사람처럼 행동하지도 않는다. 현실 속의 로봇은 그저 원반처럼 납작한 모양 청소기이거나, 아니면 직육면체 몸통에 외팔 하나 달랑 달려서는 후쿠시마 원전 같은 사고현장에 뛰어들어 방사성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정도다. 과연 ‘우주소년 아톰’ 같은 사람 닮은 로봇(휴머노이드)은 언제쯤 등장할까.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다. 세계 최고 로봇업체인 미국 ‘아이로봇’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의 답이 그랬다.


“두 발로 걷는 로봇은 전시용일 뿐
실용 빠진 첨단기술 의미 없어”

 콜린 앵글(45) 아이로봇 CEO는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은 전시용에나 쓰일 것”이라며 “실용주의가 빠진 첨단 기술은 무기력하다”고 말했다. 앵글은 1990년 아이로봇을 창업한 뒤 2002년 로봇 청소기 ‘룸바’를 출시했다. 룸바는 10년간 800만 대 이상 팔렸으며, 현재도 로봇 청소기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앵글 CEO는 97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 로봇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아이로봇의 의료 로봇 ‘RP-VITA’가 실제 병원에서 사용되는 모습. 이 로봇은 원격 통신을 통해 환자와 의사를 연결해 준다. 의사는 환자와 영상으로 대화하며 로봇을 이용해 진찰을 한다. [사진 아이로봇]
 -어떻게 로봇회사를 만들었나.



 “어렸을 적부터 ‘로봇광’이었다. 로봇 만화와 장난감을 좋아했다. 이런 취미가 크면서 자연스럽게 진지한 흥미로 이어져 대학(MIT)에서 로봇 관련 학문(전기공학·컴퓨터과학)을 공부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학교에서 세계 최고 로봇 공학자 로드니 브룩스 교수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의 인공지능연구소를 보면서 무언가 ‘크고 멋진’ 것을 만들어 보자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 우주탐사용으로 다리 6개짜리 ‘징기스’를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 친구들과 브룩스 교수의 도움을 받아 90년 ‘아이로봇’을 창업했다.”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은 전시용이라고 주장했는데.



 “그렇다. 아이로봇은 창업 때부터 당장 로봇을 팔아 돈을 벌지 못하면 사라질 수 있는 회사였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팔리는 로봇에 집중했고, 그러려면 소비자들에게 쓰임새가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물론 휴머노이드 로봇은 멋져 보이고 재미있다. 하지만 터무니없게 비싸고 비실용적이다. 앞으로 10년 안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되지 않을 것이다.”



 -로봇청소기, 군사용 로봇에 이은 다음 로봇 시장은 어떤 것인가.



 “의료용 로봇이다. 로봇산업이 발전한 곳은 주로 사람이 하기 힘들거나 위험한 일을 대신할 수 있는 분야였다. 앞으로는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보살필 인력이 많이 필요할 텐데 한계가 있다. 우리가 의료 로봇회사인 인터치헬스와 합작해 ‘RP-VITA’를 만든 것은 이러한 수요가 배경이다. 의사가 원격 통신을 하면서 환자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며 청진기를 대는 로봇이다. 로봇을 통해 진단자료를 받은 의사가 처방도 한다. 전 세계 고령화 인구 증가 추세를 볼 때 매우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다.”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나.



 “한국 정부가 로봇산업계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로봇산업이 차후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한국은 무선인터넷 등 통신환경이 잘 갖춰져 원격 통신이나 모바일기기를 통한 로봇 제어 등의 분야가 특히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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