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울산의 군고구마 천사들, 12년째 구수한 사랑

중앙일보 2012.12.19 00:27 종합 27면 지면보기
‘군고구마 천사’ 아저씨들이 18일 퇴근 하자마자 군고구마 통 앞에 모였다. 올해 장사는 울산시 화봉사거리 북구청소년지원센터 부근에서 한다. 왼쪽부터 새벽 2시까지 군고구마를 파는 유수종·조수현·고태현·이원천씨.


17일 밤 11시 울산시 북구 화봉사거리. 40~50대 남성들이 군고구마를 팔고 있었다. 검정색 군고구마 통에 장작으로 불을 지핀 뒤 고구마를 구웠다. 통 옆에는 ‘12년째 군고구마 기적의 사랑’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렸다. 고구마 값은 개당 1000원. 하지만 “나도 보태겠다”며 고구마 서너 개에 3만원을 내고 돌아서는 손님도 있었다.

회사원·목사·기업가 뭉쳐 퇴근 뒤 새벽 2시까지 장사
힘든 이웃에 9000만원 기탁…고구마 값 100만원 내는 이도



 고구마를 팔고 있는 사람들은 신화엘리베이터 대표인 조수현(45)씨와 고태현(55·자영업), 유수종(50·목사)·이원천(41·회사원)씨 등 4명. 모두 직업이 있는 평범한 가장들로, ‘이웃사랑’ 모임 회원이다. 올해로 12년째 겨울철만 되면 거리로 나와 군고구마를 판다.



2001년 처음 군고구마를 굽기 시작한 이 모임은 지난해까지 8909만7290원의 판매 수익금을 올렸다. 모두 지역자활센터·사회복지공동모금회·개인 등에 기탁했다. 매년 겨울 직장 근무를 끝낸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밤잠을 설쳐가며 회원들이 직접 번 돈이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조씨는 2001년 이웃 두 명과 함께 이 모임을 만들어 울산 천곡동 대동아파트 앞에서 군고구마 팔기에 나섰다. 같은 아파트 소아암 환자에게 치료비를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대학 때 군고구마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요긴했다. 장사 밑천은 당시 회원 3명이 각 12만원씩을 갹출한 돈. 모임을 만든 첫해에 군고구마 380만원 어치를 팔아 소아암 어린이에게 치료비로 전달했다. 이후 초창기 회원 중 1명은 모임을 떠났고 신입회원 2명이 새로 들어왔다.



 ‘군고구마 아저씨’들은 1년에 딱 열흘 간 고구마를 판다. 지난 17일부터 시작한 올해 장사는 오는 21일까지, 또 내년 1월 7∼11일 장사에 나선다. 판매 장소는 매년 바뀐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이웃이 사는 동네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다. 동네 주민들 스스로 도와주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도움을 줄 이웃은 평소 회원들이 직접 발로 뛰며 찾는다. “오래 하다보니 우리한테 고구마를 사주는 게 이웃 돕는 일이라는 소문이 퍼져 고구마 한 개를 집어들고 100만원을 내고 간 사람도 있었어요. 동전이 든 저금통을 들고 오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고요.” 조씨의 설명이다.



 올해 목표 매출액은 1500만원. 전부를 구순구개열을 앓는 여중생 수술비로 전달할 계획이다. 조씨는 “이웃을 위한 사랑에 손을 함께 내미는 주민들이 고맙다”며 “ 군고구마 봉사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윤호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