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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시작엔 끝이 있고 끝은 새로운 시작 종말론은 없다

중앙일보 2012.12.19 00:21 종합 31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새해를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열이틀 후면 ‘흑룡의 해’ 2012년 임진년(壬辰年)이 끝난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설 때마다 시작과 끝의 덧없음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다. 불변의 진리다.



 연말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종말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원전 3114년에 시작된 마야력(曆)이 끝나는 2012년 12월 21일, 지구도 끝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 탓에 지구촌이 소란스럽다. 지구의 시작이 있었으니 언젠가 끝도 있겠지만 그날이 바로 모레라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시쳇말로 ‘멘붕’이다.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초등학교 총기 난사범 애덤 랜자의 어머니도 종말론자였다고 한다. 문명이 붕괴되면 홀로 생존해야 한다고 믿고 총기와 식량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모친의 종말론적 믿음이 아들의 범죄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며칠 전 중국에서 발생한 무차별 칼부림 사건의 범인도 종말론자였다. 초등학생 등 22명에게 마구 칼을 휘둘렀다. 지구 멸망 때 유일하게 구원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소문이 난 프랑스 남부 랑그도크루시용의 외딴 마을 뷔가라슈는 각지에서 몰려든 외지인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외 네티즌들 사이에선 ‘싸이의 종말론’이 화제다. 16세기 프랑스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가 싸이의 출현을 예언했고,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의 유튜브 조회수가 10억 건을 돌파하는 날, 지구도 망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에 “춤추는 말의 원의 숫자가 9가 되면 고요한 아침으로부터 종말이 올 것이다(From the calm morning, the end will come when of the dancing horse the number of circles will be 9)”는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춤추는 말’은 말춤을 추는 싸이를 의미하고, ‘원의 숫자가 9가 된다’는 것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조회 건수가 10억이 된다는 걸 뜻한다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에서부터 지구의 종말이 시작된다는 소문이다. 마야력이 끝나는 21일 ‘강남스타일’의 조회 건수가 10억 건을 돌파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어제 현재 조회수는 9억7200만 건이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따르면 지구는 이미 13년 전인 1999년에 망했어야 한다. 지구엔 끝이 있어도 할 일 없는 사람들의 엉뚱한 상상력엔 끝이 없다.



 오늘은 18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5년간의 정권이 끝나고 새로운 정권이 사실상 시작되는 날이다. 오늘 대선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그것은 새로운 끝을 향한 시작일 뿐이다. 누가 패하더라도 그것은 새로운 출발의 시작일 뿐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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