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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남스타일’, 콘텐트산업의 미래

중앙일보 2012.12.18 00:42 종합 37면 지면보기
홍상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최근 한국은행은 ‘개인·문화·오락 서비스’ 분야의 국제수지가 올해 9월까지 373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분야에서 흑자가 난 것은 우리 국제수지 사상 처음이다. 이는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한 것만큼이나 의미심장한 일이다. 우리도 문화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흑자 전환은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콘텐트의 수출 호조에 힘입은 것으로,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문화 콘텐트 수입국에서 문화 수출국으로 위상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올여름부터 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해 영국 공영방송인 BBC는 “한국 문화가 미국·유럽 등 서구 문화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국가·인종·종교 등의 차별 없이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문화 생산자로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인정한 것이다.



 둘째는 한류를 기반으로 한 문화 콘텐트가 서비스산업의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대한민국 무역 2조 달러 달성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콘텐트산업의 수출 규모는 2009년 26억 달러에서 2012년 45억3000만 달러로 늘었다. 같은 기간에 콘텐트 무역수지 흑자는 8억3000만 달러에서 28억7000만 달러로 커졌다. 앞으로 3년간 5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최근 한류의 확산 추세로 볼 때 콘텐트산업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한류와 콘텐트 수출이 관광과 소비재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드라마와 K팝이 주도하는 새로운 한류의 바람으로 외국 관광객은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또 콘텐트 수출은 화장품·의류·농식품·IT제품 등과 같은 소비재 수출 증대로 이어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해외 한류 팬들은 한국 화장품·의류·식품·IT제품·관광상품 등에 대해 높은 구매 의사를 갖고 있다고 나타났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5%가 ‘한류가 기업의 해외 경영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그동안 우리는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는 산업을 집중적으로 발전시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무역 규모는 1조 달러로 세계 7위,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5위로 커졌다. 그럼에도 현재 ‘고용 없는 성장’과 ‘청년실업 장기화’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필자는 콘텐트산업에 그 해결책이 있다고 본다. 콘텐트산업은 인간의 창의력을 원천으로 하는 21세기형 미래산업이다. 청년 세대가 가장 선호하고 고용창출 효과가 뚜렷한 산업이다. 우리가 이 산업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는 콘텐트산업을 이끌어갈 젊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콘텐트 창의인재 동반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9개월 일정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는 영화·방송·만화·스토리·음악 등 8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현장 중심의 실무형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콘텐트 분야의 인재 육성을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시작이다.



 많은 미래학자의 예고처럼 미래는 창조사회이고 창조경제의 시대가 될 것이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산업사회를 거쳐 선진국이 된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콘텐트 분야를 대표적인 창조산업으로 보고 발전 전략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왔다. 이미 우리 국민에게는 5000년 역사를 통해 축적해 온 문화적 자산과 창조적 역량이라는 DNA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적 관심과 지지 속에 창조적인 인재를 육성하고 이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콘텐트산업의 여건이 조성된다면 ‘문화강국 대한민국’은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것이다.



홍 상 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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