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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주재 외신기자들이 꼽은 대선 하이라이트

온라인 중앙일보 2012.12.16 08:40
‘선진국 문턱에서 과거에 대한 평가를 놓고 벌이는 세대 간 충돌’.


유세장 인파 나이 보면 후보 딱 구분
인물 대결로 흐르는 게 한국 특징
안철수 등장과 사퇴가 하이라이트

한국 대선을 취재 중인 서울 주재 외신기자들의 시각이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대결이란 뜻이다. 외신기자들은 또 박근혜·문재인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를 내걸었다는 건 한국이 선진국의 당면 문제를 선거 쟁점으로 삼기 시작한 의미라고 흥미를 보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치코 할란 특파원은 “선거 유세장의 청중 연령만 봐도 후보가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다”며 세대 대결을 특징으로 꼽았다. 에반 람스타트 월스트리트저널(WSJ) 특파원은 “5년 전엔 유권자들이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인물을 찾고자 했지만 지금은 한국의 발전을 이뤄낸 공을 놓고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가 충돌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의 세바스티앙 팔레티 특파원은 “세대 간 차이가 너무 뚜렷해 한 나라 국민인가 싶기도 하다”고 전했다.



박·문 두 후보의 정책이 중도 성향으로 비슷하고, 선거가 정책이 아닌 인물 대결로 치러지는 걸 한국적 특징으로 꼽는 외신기자가 많았다.

할란 특파원은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 차이가 선거의 전제인데 한국은 차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사이먼 먼디 특파원은 “두 후보가 이미지에선 보수·진보로 갈려 있지만 실제 정책 공약에선 차이가 없다”며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도 성향의 공약을 내놓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람스타트 특파원은 “구체적 정책이 아니라 인물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대통령을 선출하다 보니 자신들의 대통령이 메시아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정책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정책 이행 여부도 회의적이란 지적은 여러 외신기자가 공통적으로 내놨다. 팔레티 특파원은 “공약이 너무 늦게 나오고 수치도 불분명한 게 많다.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올랑드 대통령이 내놓은 부자 증세와 같은 정책이 끊임없이 검증되고 토론 쟁점이 된 것과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할란 특파원은 “경제민주화란 말 자체가 모호하고 흐릿한 개념”이라며 “공허한 약속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람스타트 특파원은 “경제민주화는 한국인이 재벌에 대해 갖고 있는 애증의 산물”이라며 “누가 되든 실제로 정권을 잡고 나면 실제로 약속을 이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개념이 선거전에서 부상했다는 것 자체엔 의미를 뒀다. 할란 특파원은 “경제민주화와 함께 소득 격차, 양극화를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건 한국도 선진국의 고민거리를 본격적으로 정치 쟁점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꼽은 대선 하이라이트는 안철수 전 후보의 등장과 사퇴였다. 평가는 엇갈렸다. “사퇴할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치고 빠지는 전술을 구사할 줄 몰랐다. 2017년 대선을 위한 바탕을 충분히 다졌다”(할란)부터 “등장할 때부터 기존 정치를 면밀히 계산하지 않은 정치 신인에 불과하다”(팔레티)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안 전 후보의 등장 과정 자체가 한국 정치 특유의 에너지를 보여준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했다. 할란 특파원은 “한국 유권자의 10% 정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 이런 부동층이 안 전 후보에게 열광했던 것이고 선거 당일 결과에도 큰 영향을 줄 흥미로운 변수”라고 말했다.



한편 람스타트 특파원은 “시끌벅적한 노래에 맞춰 율동까지 하는 선거운동원은 꼭 농구장의 치어리더 같다”며 “선거를 놀이문화로 만든 한국만의 독특한 풍경”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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