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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스마트폰의 악성코드

중앙선데이 2012.12.16 02:18 301호 31면 지면보기
‘요금과다 청구 환급금 조회입니다’. 요즘 스마트폰으로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문자메시지다. 제목만 보면 이동통신 회사들이 보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알고 보면 단말기에 담긴 개인정보를 훔치는 악성코드다. 얼마 전 스마트폰을 장만했다는 대기업 임원의 얘기다. “스마트폰도 못 믿겠어. 아무 생각 없이 ‘환급금 조회’ 사이트를 클릭했지. 단말기 작동이 이상하더라고. AS센터에 갔더니 발신자가 이통사도 아니고, 악성코드라네. 보안프로그램을 깔기는 했지만 무섭더라고.”

PC에서 극성을 부렸던 악성코드가 ‘안전지대’로 통했던 스마트폰 세상에도 출현했다. 첨부 사이트를 클릭하는 순간 가입자 정보가 유출된다. 해커들이 그 정보를 이용해 소액 결제로 돈을 챙기는 수법이다. 피해사례가 급증하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얼마 전 ‘주의 경보’를 내렸다. 그런데 곧이어 정부의 보안·백신용 애플리케이션(앱)인 ‘폰키퍼’를 사칭한 신종 앱까지 등장했다. 급기야 방통위가 모바일 해킹 긴급 대응팀을 꾸릴 정도다.

휴대전화가 똑똑해진 탓이다. 전화만 걸고 받던 휴대전화의 성능이 PC 수준으로 진화했다. 앱만 깔면 원하는 정보를 척척 알려주고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사이트를 검색해준다. 좋은 서비스만 있는 게 아니다. ‘악성코드’ ‘기계치’라는 불편한 진실도 나타나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인터넷PC에서 곤욕을 치렀던 ‘해킹’ ‘오작동’ 같은 부작용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음성통화 품질만 신경 쓰던 옛날이 그리울 정도로 다양한 피해 사례들이 스마트폰에서 나온다.” 대형 사이트들을 동시에 다운시키거나 엄청난 가입자 정보가 유출되는 ‘모바일 대란’도 멀지 않았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 명을 넘어 파괴력도 간단치 않다.

똑똑한 기계는 사람을 우습게도 만든다. 첨단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기계치’들에게 스마트폰은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은 어르신들에게도 권위의 상징물로 필수품이 됐다. 하지만 그 많은 기능을 제대로 쓰기보다는 오작동 같은 실수로 곤란한 일을 겪기 일쑤다. 기자가 가끔 의도하지 않는 ‘엿듣기’를 하는 이유다. 엊그제 정부 고위층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 버튼을 누른 뒤 인사를 했는데 상대방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여러 사람이 회의하는 소리만 들렸다. 스마트폰 버튼을 잘못 누르고 회의에 참석한 것이다. 얼떨결에 잠깐 들은 회의 내용만 봐도 민감한 수준이었다.

얼마 전 한 언론에서 정수장학회와 MBC의 극비 회의내용을 녹취해 보도했었다. 일부에서 스마트폰의 오작동에 따른 엿듣기로 추정한다. 스마트폰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된 것이다. 인터넷·모바일 같은 문명의 이기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인간이 기계보다 더 똑똑해져야 그 수혜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스마트폰 세상도 ‘이 사람아, 공부해’란 메시지가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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