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진동'덕에 부부관계가…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온라인 중앙일보 2012.12.16 02:04
‘미국 성인 여성의 53%와 남성의 46%가 소유한 물건’.


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그 답은 놀랍게도 성인용품 바이브레이터(진동기)다. 몇 년 전 권위 있는 성의학 저널에 미국 성인 남녀의 절반 가까이가 바이브레이터를 갖고 있다는 통계 논문이 발표됐다. 우리의 보수적인 시각에서 보면 상당한 괴리감이 생길 대목이다.



조그만 진동모터가 달린 바이브레이터의 역사는 성이 유난히 억압받았던 19세기 말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여성의 성욕이나 오르가슴은 아예 인정되지 않던 시기였다. 이때 여성들에게 감정불안에 이어지는 신체 마비나 통증 등의 증후군이 많이 나타났다. 의사들은 ‘히스테리’라는 병으로 진단했다. 히스테리는 외부의 상황이나 자극에 대해 정신적 또는 신체적인 반응이 일어나는 상태로, 현재는 ‘신체화 장애’라고 불리는 정신과 질환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그 보수적이었던 빅토리아 시대에 히스테리의 치료법으로 의사가 여성의 성기를 마사지해 오르가슴을 유발하는 방법을 썼다. 이렇게 유발된 여성의 오르가슴 반응을 당시에는 성적인 극치상태로 보지 않고 히스테리 발작이라고 여겼다. 환자의 성적 억압에 따른 감정억제 및 신경증을 성적 극치감을 통해 해소시켰던 것인데, 성의학적 개념이 부족했던 시절이라 의료진조차 그 의미를 몰랐던 것이다. 당시 ‘런던 여성의 4분의 1이 히스테리를 앓았다’는 보고가 있듯 진료실은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수많은 여성을 마사지하다 팔이 아픈 의사 모티머 그랜빌이 고안해낸 기계가 바로 바이브레이터다.



이후 바이브레이터는 서구사회에서 성 흥분과 성적 만족에 필요한 도구로 인식이 전환되면서 20세기 초에 이르러 대량생산 되는 인기 제품이 됐다. 하지만 1920년대에 들어서는 퇴폐적인 포르노그래피에 바이브레이터가 자주 등장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져 인기가 떨어지는 침체기를 맞기도 했다.



80년대 이후 현재까지 바이브레이터는 다시 긍정적인 입지를 차지하게 된다. 여기에는 ‘섹스 앤 더 시티’라는 인기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하는 장면이 방영되고,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여성 성의학자 버만 박사가 여성의 바이브레이터 사용을 적극 권장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바이브레이터는 성의학에서 여성의 불감증이나 심한 성적 억제에서 치료적으로 사용된다. 또 남성이 여성의 성 흥분을 유발할 때 필수적인 클리토리스 자극에도 도움이 된다. 남성의 귀두에 해당하는 클리토리스는 섬세하고도 빠른 자극에 잘 반응하는데, 남성이 손으로 이를 해결하기엔 다소 불편이 따른다. 바이브레이터는 여성의 흥분을 위한 것이지만 한편으론 남성이 좀 더 쉽게 여성의 흥분반응을 이끌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재도 많은 남성은 여성의 바이브레이터 사용을 기피한다. 행여 내 여자가 엉뚱한 물건에 심취할까봐 걱정하는 것은, 남성에게 종속적인 여성이 독립해버릴지도 모른다는 남성의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바이브레이터는 적절한 수준으로 사용한다면 성생활에 긍정적인 도구다. 다만 바이브레이터 이외의 성인용품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