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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은 만병통치약?

중앙선데이 2012.12.16 02:00 301호 18면 지면보기
‘건망증이 있는 사람은 기억력 증진에 효과적인 오미자를 먹으면 좋다’ ‘간이 약한 사람은 모시조개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 ‘잠이 많은 사람은 대추씨를 날로 먹으면 괜찮아진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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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열거된 내용은 모두 동의보감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음식을 약처럼 사용해왔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고 해서 근본적으로 약과 음식을 같은 범주에 놓고 봤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풀도 약이 될 수 있고, 우리가 식탁에서 늘 마주하는 음식도 그 자체가 훌륭한 보약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몸을 ‘보(補)’하는 것은 1차적으로 음식이라는 의미다.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에게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죽 설명해주면 “그럼 대체 뭘 먹어야 하느냐”고 되묻는다. 이럴 때 의사는 “뭘 드시라는 게 아니라 이것과 이것은 드시지 말라는 뜻”이라며 답답해한다. 의사들은 식품 전문가가 아니다. 병을 치료하는 약에 대한 공부는 많이 했지만 음식에 대한 정보는 적은 게 사실이다.

의사에게서 충분한 답을 얻지 못한 환자들은 건강기능식품에 눈을 돌리기 쉽다.

하지만 요즘 건강기능식품은 속기도, 속이기도 쉽다. ‘당뇨병에 특효가 있는 ○○환’ ‘피곤한 간에 좋은 ○○정’ ‘남성을 강하게 만드는 ○○원약’, 그야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다.

광고에 등장하는 건강기능식품들은 어떤 영양소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하기보다는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워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 골몰하는 인상이다. 아무리 식품으로 병을 치료해 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해도 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식품을 약처럼 광고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경남 어느 지역에 나는 토마토가 고혈압에 효능이 있다는 식의 광고는 불법이다.

이런 광고를 하려면 이 토마토를 고혈압 환자 몇 명에게 투여했더니 얼마 정도의 혈압강하 효과가 있었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연구수치가 있어야 한다. 관련 기
관의 인증 절차가 필요한 것도 물론이다. 그러나 비용과 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제조업자들은 꼼수를 부리기가 다반사다.

‘칼륨이 고혈압에 좋은 것 아시죠. 토마토에는 칼륨이 다른 과일보다 10배 이상 함유돼 있습니다. 우리 ○○ 토마토는 햇빛을 잘 받아 키운 토마토입니다. 고혈
압에 그만입니다’라는 식으로 돌려서 말한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모든 음식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밖에 없다. 해조류에 든 칼슘은 골다공증에도 좋고, 우울증에도 좋고, 관절에도 좋다. 결국 해조류가 모든 병에 좋은 식품으로 오해될 수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환자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건강기능식품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자극적인 건강기능식품 광고는 한번쯤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은 임상데이터를 근
거로 들고 있는지, 아니면 자기들끼리 분석한 결과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또 유명인의 광고에 현혹돼서도 안 된다.



이기호 가정의학과 전문의, 차의과대학교 의학 전문대학원 교수, 차움 푸드테라피센터 원장. 저서 『건강기능식품이 내 몸을 망친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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