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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가, 경제성장률 아닌 기업지배구조가 관건”

중앙선데이 2012.12.16 01:56 301호 20면 지면보기
-보고서의 분석 결과가 의외다.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경제가 고도 성장하면 기업 순이익이 크게 늘어 주가가 뛰고 배당이 늘 것이라고 믿어 왔다.”

제이 리터 플로리다대 교수와 풀어본 ‘차이나 퍼즐’


-일반인뿐 아니라 전문가도 그렇게 믿었다.
“그래서 중국 상하이 종합주가지수가 2007년 10월 6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이른바 투자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중국 성장률 그래프를 보여주며 중국 투자를 부추겼다.”

-많은 한국 투자자가 묶여 있다.
“중국 시장만의 특징은 아니다. 내가 1900년 이후 112년 동안 미국 등 주요국 성장률과 주식 투자 수익률을 분석해보니 역(逆)의 관계였다. 성장률이 높을 때 주식 투자 수익은 마이너스였다는 얘기다.”
※계량경제 전문가들이 말하는 상관계수가 마이너스라는 얘기다. 리터 교수가 계산한 주요국 상관계수는 -0.39였다. 이 계수가 -1이면 성장률과 주식 투자 수익은 완벽한 반비례, 1이면 정비례를 의미한다. -0.39는 성장률이 높으면 주식 투자 수익은 약간 줄어든다는 의미다.

-신흥국들은 어떤가.
“1988년 이후 24년 동안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국 데이터를 살펴봤다. 주요국보다 역관계가 좀 심했다(상관계수 -0.41). 중국의 거품이 2009년 꺼지고도 현재까지 주가가 지지부진한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분석을 미래에도 적용할 수 있나.
“미래 성장 전망치를 근거로 주식 투자 수익을 추정해선 안 된다. 향후 경제 성장은 투자자가 보유 중인 기업의 투자와는 상관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성장은 향후 설립될 회사의 투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경제성장률과 주식 투자 수익이 따로 노는 이유가 뭔가.
“경제적 이윤을 배분하는 방식이 핵심 요인이다. 한국과 일본은 상당 기간 고도 성장과 완전에 가까운 고용을 추구했다.”

-그런 정책이 투자 수익과 무슨 상관인가.
“고도 성장과 완전 고용의 대가는 바로 기업 순이익 감소다. 달리 말하면 주주에게 돌아갈 몫을 줄여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데 썼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은 ‘고도 성장기의 배분 양식’이라는 말을 썼다. 정부가 사회적 필요에 따라 주주 몫을 줄이는 대신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도록 규제하는 정책을 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주가가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한 2007년 초 “이 배분 양식을 감안하지 않고 중국 경제성장 전망만 보고 차이나 펀드에 투자했다가 큰코다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어떤 계기로 주주 몫이 커져 주식 투자 수익이 성장률과 나란히 늘어날까.
“주주 중심으로 기업지배구조가 바뀌는 것이다. 한국은 신자유주적 지배구조가 자리 잡기 시작한 1998년 이전엔 주식 투자 수익이 성장률과 따로 놀았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배구조가 개혁되면서 성장률과 투자 수익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배구조 변화가 그렇게 중요한가.
“주주는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투자를 조율한다. 배당을 늘리거나 회사 돈으로 자사주를 사들이도록 해 주가를 부양한다.”

-일자리가 잘 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한가.
“주주 중심 지배구조와 일자리 관계를 엄밀하게 분석해보진 않았다. 하지만 주주가 주도권을 쥐고 회사 돈을 자사주 매입 같은 주가 부양에 쓰면 그만큼 기업이 투자할 돈이 줄어 일자리 창출이 기대만큼 되기 힘들 것이다.”
※20세기 들어 기업지배구조는 크게 두 번 바뀌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930년대 대공황 때와 80년대다. 20년대까지만 해도 주주 자본주의 시대였다. 미국·영국·독일뿐 아니라 일본·한국에서도 기업 의사결정에서 주주(이사회)의 발언권이 컸다. 하지만 대공황 이후 정부가 위기 극복의 전면에 나서면서 금융뿐 아니라 일반 기업의 경영에 간여하기 시작했다. 기업이 주주 몫의 배분보다 이익유보와 투자(고용창출)에 더 많은 자원을 쓰도록 직·간접적으로 간섭했다. 독일식 이해당사자 자본주의가 배태된 배경이다. 일본은 30년대 회사법을 개정해 이익의 사내 유보와 투자 확대를 기했다.
그런데 80년대 들어 흐름이 바뀌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리하르트 베르너(경제학) 교수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와 도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 등장 이후 규제완화가 시대 흐름이 되면서 주주 중심의 기업경영이 되살아났다. 주주 자본주의는 영·미식 자본주의라기보다 대공황 이후 사라진 것이 60여 년 만에 부활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경제정책이 일자리 창출에 집중되고 있다.
“이 분야는 내 전공이 아니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다만 주주 중심 경영 시스템과 관행이 흔들리진 않고 있다. 하지만 대공황 때처럼 고실업 상황이 지속되면 사회적 압력에 따라 정부가 기업 경영에 다시 간섭을 늘릴 수 있다.”

-중국은 요즘 균형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내가 중국에서 주주 중심 경영이 가까운 미래에 자리 잡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다. 시진핑(習近平) 등 차기 리더들이 시장경제 확립보다 성장 과실 배분에 더 중점을 둘 것 같다. 요즘 중국 경제상황(성장 둔화와 양극화)에 비춰 그런 전략은 불가피하다. 더욱이 중국 공산당 내부 의사결정에서 주주나 경영자들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아주 제한적이다. 주주들이 자기 이익에 맞는 법규를 만들기 어렵다는 얘기다.”

-중국 펀드에 투자한 한국 투자자들이 괜찮은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해 한참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가.
“(웃으며) 글쎄, 중국의 앞날을 콕 집어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중국의 기업지배구조가 금세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중국 등 신흥국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분산투자를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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