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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저금리 리스크 대비… 신흥시장 금융벨트 확장

중앙선데이 2012.12.16 01:48 301호 22면 지면보기
우리·KB·하나·신한 4대 금융지주는 요즘 내년 경영전략 수립에 여념이 없다. 대형 은행을 끼고 있는 이들 한국 금융 대표 주자들은 공히 비상경영 체제다.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저성장·저금리가 본격화하면서 금융산업의 경영 환경은 살얼음판이다. 대선 후 그동안 미뤄진 기업 구조조정이 봇물처럼 몰릴 경우 리스크가 증폭될 것이다. 그렇다고 수비만 하다간 미래가 없다. 이들의 내년 경영전략을 잘 뜯어보면 리스크 관리 못지않게 기회 포착이라는 요소가 담겨 있다. 국내적으론 모바일 시대에 맞게 상품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중국·동남아 등 신흥시장 개척에 좀 더 적극성을 보이려는 기색이다. 4대 금융지주의 분주한 움직임을 쫓아가봤다.
 

불황기의 금융산업-4대 금융지주의 내년 대비책은

노후 대비·모바일 쇼핑 등 맞춤형 상품
4대 금융지주는 곧 한국 금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자산 합계는 약 1200조원으로 국내 금융권 총 자산(약 3000조원)의 40%에 달한다. 이들의 성적에 따라 한국 금융의 내년 성적표가 좌우된다. 특히 금융지주사들은 은행을 모태로 증권·자산운용·카드·보험 등 다양한 금융업을 영위하는 것이 포트폴리오상 큰 강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서정호 금융산업연구실장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사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수익모델로 들고 나온 것은 ‘스마트(Smart) 금융’이다. 두 가지 뜻이 담긴 말이다. 우선 다양한 계층 고객의 성향·수요를 발 빠르게 담아내는 ‘맞춤형 금융 서비스’다. 젊은 층이냐 장년층이냐, 안전·위험 자산 중 어느 쪽 선호 고객이냐 등에 따라 적절한 포트폴리오(자산배분)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둘째는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을 활용하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라는 뜻이다. 모바일 금융 수요 증대에 맞춰 전용 상품 개발과 상담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지주별 내년 경영전략은 어떤 내용일까. KB금융은 20대 젊은 층과 50대 이상 은퇴 계층에 주목한다. 각종 정보기술(IT) 기기와 세미나실을 갖춘 젊은 층 전용 지점인 ‘KB 락(樂)스타존’을 이미 전국 41곳에 설치했다. 미래 금융 고객인 20대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게임을 활용한 금융상품도 출시했다. 금융상품에 재미를 더한 개념이다. 대표적인 것이 KB국민은행의 ‘KB Smart★폰 예·적금’이다. 이 상품은 예금주의 잔고를 농장 운영 게임으로 구현했다. 잔고가 늘수록 농장의 동물 수가 늘어난다. 이 상품을 지인에게 추천하면 우대이율도 준다. 젊은 층 인기에 힘입어 2010년 10월 출시 후 2년여 만에 3조원 가까이 팔렸다. ‘KB 골든라이프’는 은퇴 계층을 위한 노후 설계 서비스다. 퇴직을 앞둔 고객 개개인의 노후 준비 수준을 체크한 뒤 맞춤형 자산관리 방안을 제시한다. 가령 ‘KB골든라이프적금’은 은퇴 후 공적 연금 지급 전까지 5~10년의 공백기간을 메울 수 있는 상품이다.

신한금융은 계열사 간 협조를 강조한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은행·카드·증권·보험·데이터시스템 등 계열사에서 32명의 인재를 차출해 ‘신한 스마트 이노베이터스’란 팀을 만들었다. 이 팀의 주도 아래 신한은행은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적금·펀드·대출 등의 서비스를 받는 스마트금융센터를 대폭 확장하고 있다. 또 일반인의 외환거래가 날로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스마트외환센터도 개설했다. 신한카드는 새로운 쇼핑 트렌드인 모바일 쇼핑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위치 기반 서비스를 갖춘 전자지갑 ‘신한 스마트월렛’을 출시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계기로 영업력과 수익성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고객 기반 확대 ▶수익구조 개편 ▶위험관리 강화를 내년 3대 중점 과제로 정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 불안한 경제환경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모바일 사업을 확대하고 적립식 투자 고객을 집중적으로 유치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거래 비율도 높이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수수료율과 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수익 기반이 악화된다고 보고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하기로 했다. 다만 경기 침체로 인한 가계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서민금융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대표적인 것이 트러스트&리스백(신탁 후 재임대)이다. 주택 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푸어 계층을 위한 대책으로, 주택소유권을 신탁 형태로 넘겨받은 뒤 다시 원래 소유자에게 싼값에 재임대하는 제도다.

해외 진출은 중장기 성장의 토대다. 서정호 실장은 “과거에는 미국·유럽 등지에 가서 선진금융을 배우는 부분이 컸다면 이제는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른 중국·동남아·남미·중동에 진출해 활발하게 수익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요는 얼마나 특화할 수 있느냐다. 오정근(경제학) 고려대 교수는 “가령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면 현지 기업의 신용등급이나 기업가치를 정확히 알고 대출심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KB금융은 근래 중국과 일본·베트남의 영업기반을 확충해 10개국에 걸쳐 총 16곳의 해외 거점을 갖게 됐다. 중국에서는 2007년 광저우, 2008년 하얼빈, 2010년 쑤저우에 이어 지난달 베이징 지점을 개설했다. 특히 지난해 말 중국 4대 은행의 하나인 중국공상은행과 포괄적 업무 제휴를 했다. 이를 기반으로 KB국민카드는 국내 거주 중국인 상대의 ‘중국공상은행 KB국민 비트윈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KB금융은 일본에서도 1992년 도쿄 지점에 이어 20년 만에 점포를 냈다. 지난 8월 개설한 KB국민은행 오사카 지점이다. 이와 함께 베트남에는 호찌민 지점과 하노이 사무소를 두고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우리, 2015년 해외 수익 비중 10% 목표
신한금융은 내년 글로벌 전략 키워드를 ‘선택과 집중’으로 정하고 일본·중국·베트남·인도를 잇는 아시아 금융 벨트를 핵심 공략 시장으로 천명했다. 이를 위해 일본 2개, 중국 1개, 베트남 2개, 캄보디아 1개 등 총 6개의 지점을 확충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가장 광범위해 14개국에 60곳의 거점이 있다. 신한은행은 2015년 안에 전체 수익 중 해외 비중을 10%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신한금융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수익 비중은 5%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금융도 2015년까지 해외 수익 비중을 10%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세계 금융회사 중 ‘아시아 톱 10, 글로벌 톱 50’이라는 비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인수합병(M&A)에 특히 심혈을 기울인다. 일례로 지난 6월에는 인도네시아 사우라다 은행의 지분 인수 계약을 하고 현지 정부와 국내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세계 50대 금융그룹에 들려면 해외 M&A는 필수”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거액자산가 맞춤형 재산관리 서비스인 PB 분야에 강하다는 점을 해외 진출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거액자산가가 급증하는 중국에서는 현지 지린(吉林)은행과의 연계영업을 강화했고, 인도네시아에서도 점포 추가 개설을 준비 중이다. 베트남과 미얀마도 진출을 검토하는 지역이다. 해외 M&A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오정근 교수는 “금융지주사들이 수익 낼 기회를 많이 찾아야 실물경제도 빨리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도 금융의 거시적 건전성을 철저히 감시하더라도 국내 신상품 개발이나 해외 진출은 자율성을 더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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