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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이· 그·어’ 습관어 3종 세트…文, 사투리와 새는 발음 문제

온라인 중앙일보 2012.12.16 01:43
10일 대선 후보 2차 토론회에 참석한 박근혜 후보(왼쪽부터), 이정희 후보, 문재인 후보.



TV토론으로 본 박근혜·문재인 ‘말의 전쟁’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14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땅에 다시는 음습한 정치공작과 허위 비방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이를 단호히 분쇄해 나갈 것이다.” 불법 선거사무실 운용, 국정원 선거 개입 등의 의혹들에 대해 박 후보 본인 이 직접 나선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정세균 민주당 상임고문은 영등포 당사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박 후보의 기자회견은) 어젯밤 선관위에 의해 적발된 ‘새누리당 오피스텔 불법 댓글부대’ 사건을 덮으려는 물타기용 기자회견”이라고 공격했다. 대선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 진영의 ‘말 전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두 후보가 직접 맞붙는 토론회는 전쟁터에 가깝다. 지난 10일 대선 후보 2차 토론회가 그랬다.



박·문 두 후보는 토론회 초반부터 화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스피치 전문가인 임유정 라온제나 스피치 대표는 이번 토론에서 박 후보의 주요 키워드가 ‘경제’ ‘국민’ ‘중산층’이었다면 문 후보의 주요 키워드는 ‘어머니’ ‘우리’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주제로 기조 연설을 시작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책임 있는, 변화를 이끌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언급하며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란 자신의 슬로건을 강조했다. 이어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을 국민 중심으로 바꾸고 중산층 복원을 정책 제1과제로 삼겠다’면서 ‘국민’과 ‘중산층’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20~30대보다 40~50대 중산층의 지지율이 높은 박 후보가 흔들리는 중산층을 잡기 위해 이런 키워드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민’이란 단어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임 대표는 “국민이라는 말 자체가 과거의 키워드여서 권위적인 느낌을 주는데 박 후보는 이 단어를 너무 많이 언급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기조연설에서만 ‘국민’을 일곱 번 언급했다. 문 후보는 처음부터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강조했다. 우지은 W 스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는 “ ‘어머니의 희생’이란 감성적 컨셉트를 문 후보 특유의 편안한 중저음으로 잘 잡았다”고 평가했다. 반론도 있다. 임유정 대표는 “어머니란 키워드는 문 후보가 아니라 박 후보가 가져야 할 키워드다. 문 후보의 TV광고를 보면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이번엔 ‘어머니’를 강조해 이미지 컨셉트가 맞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가 ‘국민’이었다면 문 후보는 ‘우리’였다. ‘우리 마음’ ‘우리 사회’ 등의 표현을 사용해 유권자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 “박근혜 후보의 재벌 경제로는 희망을 줄 수 없습니다”라며 ‘희망’이란 단어로 박 후보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임유정 대표는 “‘우리’ ‘희망’이란 단어는 ‘새 정치를 여는 대통령’을 표방하는 문 후보 이미지에 잘 맞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키워드가 너무 이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이상적인 표현을 자주 쓰다 보면 막상 현실에 닥쳤을 때 대중이 후보에 대해 실망할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TV토론에선 후보들의 단점도 나타났다. 박 후보의 경우엔 여전히 습관어를 남용했다. 우 대표는 “박 후보는 당황했을 때 ‘이, 그,어’란 습관어 3종 세트가 많아져 말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끊긴다”고 말했다. 어려운 어휘를 자주 사용하는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됐다. 박 후보는 토론 중간에 “암을 비롯한 4대 중증 질환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에 한해 환자가 내는 진료비 부담을 경감해주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한 문장 안에 ‘4대 중증질환, 적용, 진료비, 경감’ 같은 어려운 어휘가 많이 들어가면 전달력이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부산 사투리와 새는 발음이 허점이다.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임플란트를 해 ‘ㅅ’ 발음이 샌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쌍시옷 발음이 안 돼 ‘싸움’을 ‘사움’으로 발음하고 ‘으’와 ‘어’의 발음 구분도 어렵다. 우대표는 “사투리와 발음 문제뿐 아니라 문 후보의 목소리 톤이 소리가 또렷하게 모아지지 않고 다소 퍼져서 들린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감성적 표현과 부드러운 목소리가 유약한 이미지를 풍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선미스피치랩의 이선미 원장은 “감성 스피치에 접근한 노력은 보이지만 토론회에서 존재감이 약했고 표현들이 두루뭉술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박·문 두 후보가 대선 초반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박 후보는 대선 초반엔 말하고 있다는 느낌보다 읽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점점 손동작이나 눈빛 등을 활용해 자신의 말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대표는 “문 후보는 딱딱한 율사형 말투를 버리고 부드러운 말투를 택해 따뜻한 대통령 후보의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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