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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연 팬클럽 2개, 해외 경기 땐 원정 응원도

중앙선데이 2012.12.09 01:28 300호 19면 지면보기
최나연이 7일 메이리화골프장에서 열린 스윙잉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 1라운드를 끝낸 후 팬들에게 사인해주고 있다. [사진 KLPGA]
대만에 ‘골프 한류(韓流)’가 불고 있다. 7일 대만 린코우 메이리화 골프장(파72)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대만여자프로골프(TLPGA) 투어 공동 주최로 막을 올린 스윙잉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

대만에 부는 골프 한류

대회 주최자 격인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청야니(23·대만)가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하면서 한 선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세계랭킹 2위 최나연(25·SK텔레콤)이다. 그는 대만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만 팬들의 ‘최나연 사랑’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대만 출신 스타 청야니가 랭킹 1위에 오르면서 청야니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최나연에게 관심이 쏠렸다. 최나연은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라이즈 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대만을 처음 방문했는데 수백 명의 팬이 공항에 나와 환호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7일 스윙잉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한 꼬마팬이 피켓을 들고 최나연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 KLPGA]
지난해 말 삼삼오오 모여 시작된 최나연 팬클럽은 현재 두개로 늘어났다. 총인원은 2000여 명에 이른다. 20~30대 여성 팬이 주축인 팬클럽 모임은 페이스북(www.facebook.com/nayeonchoifanpage)을 통해 최나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시합마다 응원 메시지를 매니지먼트사에 전달하고 있다.

최나연 생일로 차 번호 바꾼 광팬도
지난 10월 28일 대만 타이베이 선라이즈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선라이즈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때는 최나연을 위해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최나연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자신의 차 번호를 ‘1028’로 바꾼 열성 팬도 있다고 한다. 최나연은 “‘Happy Birthday NYC(Na-Yeon Choi)’라는 피켓을 들고 온 팬들이 노래를 부르고 선물을 줬다”며 “평생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생일 축하를 받고, 선물을 받아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일부 팬은 한국이나 일본,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LPGA 투어까지 최나연을 쫓아가 뜨거운 응원을 펼친다고 한다. 최나연은 “한국 팬들은 골프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대만은 골프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고 들었다”며 “골프를 몰랐지만 나 때문에 알게 됐고 골프가 너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뿌듯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대만에서 최나연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스윙잉스커츠에서는 매 라운드마다 수백 명의 갤러리가 따라다니며 한류 아이돌 스타 뺨치는 인기를 자랑했다. 1라운드가 열린 금요일에는 평일인데도 수백 명의 갤러리가 경기장을 찾아 최나연의 한 샷 한 샷을 함께했다. 최나연의 이름이 새겨진 모자를 쓰고 티셔츠를 입은 팬들은 “최나연 예뻐요” “귀여워요”라는 한국말을 척척 해냈다.

대회 기간 중 팬클럽 멤버는 100명 이상 늘어났다. 최나연 팬클럽 모임을 만든 쉬웨이웬(27)은 “얼마 전에는 대만 스포츠 TV에 팬클럽이 소개되기도 했다”며 “최나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나연에게 국한됐던 관심은 다른 한국 선수들에게 옮겨 붙고 있다. 올 시즌 LPGA 투어 상금왕과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를 수상한 박인비(24·스릭슨)는 지난 10월 열린 선라이즈 챔피언십 마지막 날 청야니와 경기하면서 대만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스윙잉스커츠에 출전한 박인비는 “한 달 보름 만에 다시 대만에 왔는데 알아봐주는 사람이 많아져 놀랐다”고 말했다.

LPGA 투어 10승을 기록한 신지애(24·미래에셋)도 만화 캐릭터인 ‘도라에몽’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신지애는 “대회 때마다 적지 않은 팬이 늘 경기를 따라다닌다. 최근에는 팬이 더 많아졌다. 일부 팬은 숙소와 헬스장까지 따라올 정도로 열정적”이라고 했다.

“골프 강국 한국을 배우자”
한국과 한국 선수들에 대한 관심은 ‘골프 강국 한국 배우기’로 이어지고 있다. 총면적 3만5980㎢로 한국의 3분의 1 수준인 대만에는 골프장 수가 64개밖에 되지 않고 프로 골퍼는 4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최근 주니어 골퍼들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여름에는 대만의 ‘포스트 청야니’로 손꼽히는 이민(17)을 비롯한 유망주 13명이 한국 유학길에 올라 국가대표 감독을 지냈던 한연희(52) 프로에게 골프를 배우고 돌아가기도 했다. 대만 일간지인 자유시보의 테디 차오(47) 기자는 “청야니가 2008년 LPGA 투어에 데뷔하고 정상에 오르는 동안 대만 내 골프 인구와 골프 산업은 30% 정도 성장했다. 청야니와 경쟁하는 한국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한국 선수들은 실력이 뛰어나고 팬 서비스도 좋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 골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대만 내 뿌리 깊은 반한 감정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은 1992년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면서 오랜 우방이었던 대만과 단교하고 20년의 세월을 보냈다. 대만 교포인 형홍주(49)씨는 “젊은 세대들과 달리 기성 세대, 특히 남성들은 반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 많다. 하지만 드라마, 가요에 이어 한국 출신 골프선수들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한국 출신이라고 하면 배척을 당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형씨의 딸인 주니어 골퍼 선화(17)양은 “남자건 여자건 한국 골프가 최고라는 인식이 많아졌다. 특히 한국 여자선수들은 얼굴도 예쁘고 실력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제2의 청야니가 아니라 제2의 최나연이나 신지애처럼 되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형씨는 이에 대해 “최나연이나 신지애는 귀엽지만 청야니는 남자 같아서 어떤 옷을 입어도 스타일이 살지 않는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또 “최근에는 청야니의 아버지가 중국에 골프 아카데미를 세우면서 안티 팬도 많아졌다. 최나연과 신지애는 한국에서 자선을 많이 하는데 청야니는 대만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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