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친 상상력이 1등 영예 안겨줬다”

중앙선데이 2012.12.09 01:19 300호 19면 지면보기
한국남자골프가 세계 골프무대를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1999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Q스쿨)을 통과했던 ‘탱크’ 최경주(42·SK텔레콤)는 지난 4일(한국시간)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날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골프장 스타디움 코스에서 PGA 투어 Q스쿨 최종전인 6일째 마지막 6라운드가 열리는 날이었다.

PGA투어 Q스쿨 수석 차지한 이동환

그곳은 총 165명의 선수가 25장의 내년도 ‘투어 카드’를 놓고 벌이는 전쟁터였다. 그마저도 이번 Q스쿨은 올해를 끝으로 사라지는 ‘마지막 Q스쿨(The last Q-School)’이어서 선수들이 느끼는 중압감은 수백 배에 달했다. 이처럼 ‘108홀 지옥의 레이스’에서 한국의 젊은 선수들이 거둔 결과는 놀라웠고 상상했던 그 이상이었다.

이동환(25·CJ오쇼핑·사진)이 아시아 선수로선 처음으로 단독 1위를 차지했고, 고교생 김시우(17·안양신성고)는 역대 최연소 Q스쿨 통과 기록을 세웠다. 한국 남자골프가 PGA 투어 96년 역사와 Q스쿨이 도입된 1965년 이후 47년 만에 세운 또 하나의 금자탑이다. 이 두 가지 기록은 더 이상 깨지지 않는다.

국가대표를 거친 이동환은 2004 일본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최연소(17세3개월) 우승 기록을 세우며 일본에서 더 주목받은 선수다. 2006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 데뷔해 신인왕을 수상했고 통산 2승을 올렸다. 이동환은 Q스쿨 마지막 날 5타(버디 8, 보기 3개)를 줄여 최종 합계 25언더파(407타)로 공동 2위 그룹을 1타 차로 제치고 수석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가 PGA Q스쿨에서 단독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1992년 일본의 구라모토 마사히로(57)가 공동 1위를 기록한 적이 있다.

현 국가대표 김시우는 최종일 4타를 줄여 합계 18언더파(414타)로 공동 20위에 올랐다. 17세5개월6일의 나이로 Q스쿨을 통과한 김시우는 종전 기록인 2001년 타이 트라이언(28·미국)의 17세6개월1일을 한 달 정도 앞당겼다. 그러나 김시우는 만 18세가 되기 전에는 PGA 투어 회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2013년 6월28일 이전에는 투어 활동에 다소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내년 PGA 투어에는 순수 한국 국적의 최경주, 양용은(40·KB금융그룹), 위창수(40·테일러메이드), 노승열(21·타이틀리스트), 배상문(26), 이동환, 김시우 등 7명과 재미교포인 존 허(22), 나상욱(29), 리처드 리(24), 박진(33) 등 4명을 포함해 총 11명의 한국(계) 선수가 정규 멤버로 활약하게 됐다. 지난해 10명보다 1명 더 늘어났다. 최경주는 “(이)동환이나 (김)시우 모두 대견하고 장하다. 정말 꿈만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칭찬했다.

이동환은 지난 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미친 상상력(이미지 트레이닝)이 1등의 영예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시절 처음 만난 골프코치 송삼섭(52)씨에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배웠다. 송씨는 이동환을 앉혀놓고 1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바람의 세기와 방향, 해저드의 위치, 러프 길이, 그린 상태, 몸 컨디션 등을 설정해 줬다. 이동환은 눈을 감고 경기를 상상하면서 4~5시간씩 상황을 말로 설명했다. 가상 동반자들과의 대화 내용까지 상상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는 “미친놈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 트레이닝은 6라운드에서 빛을 발휘했다. 5일째 체력이 떨어지면서 전날 단독선두에서 공동 6위로 내려앉았는데 마지막 날 5타를 줄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동환은 내년 1월 하와이에서 개막하는 소니 오픈을 시작으로 PGA 투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최연소 통과자 김시우는 지난 6일 끝난 Q스쿨 오리엔테이션에서 3곳의 토너먼트 디렉터로부터 대회 출전을 요청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