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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똑똑이가 배워야 할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

중앙선데이 2012.12.08 22:53 300호 26면 지면보기
저자: 김선자,출판사: 어크로스,가격: 1만5000원
아득한 옛날, 세상에는 부상가라는 남자와 야상가라는 여자 오직 두 사람만 살고 있었다. 부상가는 야상가에게 결혼을 신청했고, 야상가는 자신의 질문에 답한다면 수락하겠노라며 질문을 던졌다.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것은 무엇이며, 또 세상에서 가장 밝은 것은 무엇일까요?” 부상가는 대답하지 못했다. 1만 년이 흐른 후 다시 만났지만 부상가는 여전히 답을 맞히지 못했다. 다시 1만 년이 지났고, 그는 천신에게 자신의 간절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다시 야상가 앞에 선 부상가. 그가 말했다. “그것은 마음입니다.”

신화학자 김선자의『오래된 지혜』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 사는 세상이 환한 천국이 되기도 하고 컴컴한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오래된 이야기. 중국 윈난성 남부에 거주하는 다이족의 신화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알아도 정작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의 옛 이야기에 등한히 해 온 우리다. 그런데 신화에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후손 대대로 꼭 전해졌으면 하는 선조들의 바람이다. 신화학자 김선자가 10년째 카메라를 들고 동아시아 소수민족을 직접 찾아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채록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메시지는 바로 ‘공존’이다. 땅을 함부로 파헤쳤다가는, 나무를 마구 잘랐다가는 어떤 피해가 돌아오는지 직접 보고 느꼈던 옛 사람들은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생존방식이었던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신화에 근원한 영화 ‘아바타’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인간이 자연과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둥족 사람들은 딸을 낳으면 삼나무를 100그루 심었다. 삼나무는 집 짓는 용도로 쓰이는데, 딸이 자라 혼인할 때가 되면 베어 쓰기 위한 것이다. 이것을 ‘딸의 삼나무’라고 한다. 그들은 삼나무를 산신의 옷이라 생각했고, 나무를 벨 때도 노래를 부르며 산신의 허락을 구했다.

자신이 심은 나무지만 베는 것은 마을 공동체의 일이었다. 마을은 한 척의 배와 같으며 배가 물 위에 잘 뜨려면 물이 넉넉해야 하듯, 숲이 든든해야 마을이 잘 된다고 믿었던 것이다. 여러 신화에서 신들이 공통적으로 인간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다. 우선 선량할 것, 둘째로 지혜로울 것, 셋째로 다른 사람과 나눌 것, 넷째로 성실할 것이다. 비단 이것을 요구하는 것이 신뿐이랴. 하지만 이 같은 덕목을 갖춘 사람은 이제 찾기 힘들고, 누구나 제 욕심 채우기에 급급할 뿐이다.

뭐든지 수치로 계산해 ‘과학’으로,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세상, 과연 과학과 기술은 세상의 문제를 얼마나 해결했을까. 저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과학이나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인식이라고 강조한다. 요즘 강조되고 있는 생태나 환경문제도 마찬가지다. “훼손된 자연을 과학적으로 되살리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와 관련된 ‘가치’의 문제”라고 저자는 못박는다.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욕망 덩어리를 이제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인식의 변화는 예부터 전해오는 ‘신화’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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