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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BIz] 오영호 KOTRA 사장이 보는 ‘시진핑 10년’

중앙일보 2012.12.08 00:46 종합 26면 지면보기
오영호 KOTRA 사장의 어릴 적 꿈은 화가가 되는 것이었다. 이달 초 서울 염곡동 KOTRA 본사 1층 로비에 ‘기업과 예술의 만남’을 위한 갤러리를 연 것도 그의 꿈이 원동력이 됐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시진핑(習近平) 시대의 한·중 경제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에 이어 2012년 시진핑을 중심으로 한 5세대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중국의 앞날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시진핑 시대의 ‘뉴 차이나’가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 국내 무역·투자 진흥의 총괄 사령탑이 중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집중 분석한 책을 내놓아 화제다. 『미래 중국과 통하라-시진핑 시대의 중국 경제와 한국의 생존전략』(메디치미디어)을 펴낸 오영호(60) KOTRA 사장이 주인공이다. 그를 만나 향후 시진핑 시대 10년의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과 우리의 대응 전략을 들어봤다.

“내부 문제로 기로에 선 중국 … 시진핑은 여기 딱 맞는 인물”



시대가 만든 인물, 10년 뒤엔 시대를 만들 것



●시진핑 시대가 도래했는데.



 “이전의 중국 지도자 4명은 모두 걸출하고 두드러진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시진핑은 당초 그 정도까진 아니라는 평가였다. 사실 처음엔 리커창이 더 앞섰다. 그에 비하면 시진핑은 와호장룡 같았달까.”



●그런데 어떻게 최고 지도자가 됐다고 보나.



 “시진핑은 시대가 인물을 만들어낸 경우다. 그동안 중국 경제는 오로지 성장 위주였는데 사회적 부작용이 더 이상 방치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때문에 번뜩이는 사람보다는 포용력이 큰 지도자가 요구되는 시대가 됐다. 천천히 가면서도 멀리 갈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해진 거다.”



●시진핑 시대 10년을 어떻게 전망하나.



 “전환기로 기록될 듯싶다. 선진국으로 들어가느냐 못 가느냐, 내부 문제를 해결하느냐 못 하느냐의 기로에 선 시기다. 시진핑은 여기에 딱 맞는 인물이었다. 10년 뒤엔 인물이 시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충분히 받을 만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시진핑은 한국과도 인연이 많은데.



 “음…, 그렇다고 한국하고만 친한 건 아니다. 일본도 못지않게 좋아한다. 여기엔 일본 기업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컸다. 시진핑 방일 때 일왕을 바로 만나게 해주고 시진핑 부인의 특별공연을 마련해 준 게 바로 일본 기업들이다. 그 정도로 미리부터 세심히 챙겨왔다. 이에 비해 한국 기업인들은 시진핑 방한 때 같이 식사 한 번 하는 정도였다. 일본에 배워야 할 점이다.”



 오 사장은 그러면서 “지금은 ‘우리에게 중국은 어떤 존재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볼 때”라고 말했다. 중국을 너무 잘 아는 것 같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잘못된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적잖고, 이런 게 미래의 중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전망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앨빈 토플러가 말한 것처럼 덩치 큰 중국 옆에서 이사 갈 수도 없는 운명이라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네 편이냐 내 편이냐를 따지기보다는 보다 실사구시적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시진핑
●중국 경제는 어떻게 변화해 갈 것으로 보나.



 “중국은 지금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진핑 체제 출범에 맞춰 중국은 ‘질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쪽으로 경제정책을 전환해 나갈 것이다. 낙후산업의 구조조정, 연안 중심에서 탈피해 내륙도 챙기는 국토 균형발전 전략, 소득 재분배를 통한 내수 확대 등이 그것이다. 이는 미래 중국경제 청사진인 ‘12·5 규획’에도 잘 나타나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런 조류를 잘 읽어야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거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가 유망한가.



 “에너지 절감과 환경친화적 업종, 서비스산업 등이 각광받게 될 거다. 도시화가 심화될 것이란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리커창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도 도시화와 관련된 것이었다. 이에 따라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등에 대한 수요도 커질 전망이다. 또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중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이다. 고대의 찬란했던 중국의 과학문명이 문화대혁명으로 주저앉았다가 개혁·개방 정책으로 다시 피어나고 있다. 조만간 ‘차이테크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발맞춰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에도 신경 써야 할 듯싶다.”



 그는 “중국의 문화 소프트 파워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꾸준한 교류 확대를 통해 한류(韓流)와 한류(漢流)가 동등하게 소통하는 시대를 만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기대다.



●우리 기업엔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나.



 “무엇보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세계로 판매하는 수출기지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이젠 중국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로의 인식 전환이 필수다. 같은 브랜드라도 내륙지방에서는 제품을 좀 더 단순화하든지 해서 싸게 파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국의 한 샴푸회사는 20위안 하는 샴푸를 내륙에선 9.99위안에 팔아 히트를 쳤다.”



 오 사장은 이를 위한 해법으로 ‘메이드 위드 차이나(made with China)’를 제시했다. 중국 기업·자본과 상호 협력해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적 입장에서 중국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적극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중국은 강력한 경제력을 무기 삼아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협상력을 갖고 있다”며 “시간은 중국 편이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에 경착륙이란 없다



●세계 경제가 불황이다. 중국은 어떤가.



 “유로존 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 등으로 이른바 L자형 불황에 처해 있다. 반면에 중국은 기업들이 재고를 비축해 놓고 있다. 이는 경기가 조만간 살아날 것에 대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내년 초 시진핑 체제가 본격화하면 어느 정도의 경기부양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국은 위기를 먹고사는 나라다. 외환위기 때도, 글로벌 경제위기 때도 더욱 강해지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었다. 이번 위기도 지나고 나면 중국은 한층 커 있을 것이다.”



●언제쯤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보나.



 “크로아티아 속담에 ‘불행은 말을 타고 오고 걸어서 나간다’는 말이 있다. 당면한 세계 경제위기가 곧바로 해결되긴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하지만 네덜란드 속담에 ‘소용돌이치는 물에서 고기가 더욱 잘 잡힌다’는 말도 있듯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 자가 결국 승자가 될 것이다.”



●중국 경제의 연착륙, 경착륙 논란도 뜨겁다.



 “내가 중국을 연구하며 내린 결론은 중국 경제에 착륙이란 없다는 거다. 당분간 내려앉을 일은 없을 거란 얘기다. 시진핑 시대 10년 중 전반기 5년간 조정 국면을 거치면 후반기 5년에는 그 효과가 나타나면서 성장세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현재 중국은 경제 규모 세계 2위, 외환보유액 1위, 수출 1위로 미국과 더불어 G2로 부상했다. 10년 뒤엔 1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2005년 산업자원부 차관보 시절 중국 상무부와 친선 교류차 축구대회를 열었는데, 이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지금까지 매년 열리고 있다. 한 번은 중국 관리에게 ‘일본도 참여시키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안 하고 하늘만 쳐다보더라. 그만큼 일본과는 앙금이 깊다는 뜻일 게다. 우리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실리를 챙길 수 있을지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2007년 산자부 제1차관 때는 학계·재계·언론계를 망라해 국내 최대 규모의 중국 관련 포럼인 ‘차이나포럼’도 만들었다.”



●KOTRA가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올해 경기 침체에도 우리나라가 무역 1조 달러를 지키는 데 KOTRA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지난 반세기를 돌아보고 앞으로도 선진 한국경제를 이루는 데 견인차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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