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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경기침체 국면, 재정 확대 필요한가

중앙일보 2012.12.08 00:24 종합 36면 지면보기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전 분기 대비 3분기 성장률이 0.1%에 그쳤다. 3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은행의 올해 2.4% 성장 전망조차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에 미온적이다. 재정 건전성에 더 역점을 두고 있다. 반면 적극적인 경기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침체의 골이 예상 외로 깊다는 이유에서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살펴본다.



적극적 재정정책이 건전성 회복에도 도움된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주 이용되는 것이 총산출 갭(output gap)이다. 실제 국내총생산(GDP)과 정상적인 경기 여건하에서 국민경제가 달성할 수 있는 잠재 GDP 간의 차이로 정의되는데, 경기둔화기에는 음(-)의 값을 갖게 되며 반대로 경기호황기에는 양(+)의 값을 갖는다. 따라서 재정정책은 총산출 갭이 음(양)인 경우 확장적(긴축적)으로 운용해 경기안정화에 기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바람직한 재정정책 방향은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경제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증가로 전환됐으나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높은 증가세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내수도 투자 부문을 중심으로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전망기관에서는 우리 경제가 올해 2%대 초반, 내년에 3%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내년에 다소 회복되더라도 총산출 갭은 확대되는 가운데 향후 잠재GDP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기 여건을 감안할 때 내년도 재정정책은 경기대응력을 강화함으로써 우리 경제가 정상화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할 필요가 있다. 물론 무한정 재정을 확대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는 경기둔화의 골이 생각보다 깊으니 총산출 갭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는 수준에서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하자는 것이다. 재정건전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가시화되는 경우 재정건전성 회복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재정의 적극적인 경기 대응에 앞서 다음의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할 필요가 있다.



 첫째, 확장적 재정정책으로의 전환 여부는 당장 수정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대내외 불확실성 추이를 면밀히 점검한 후 결정해야 한다. 또 추경을 편성하는 경우 실제 집행까지는 일정 기간이 소요되므로, 우선적으로는 재정의 조기 집행과 기금의 신축적 운용 등 예산 범위 내에서 재정이 경기회복에 기여해야 한다.



 둘째, 재정의 적극적인 경기 대응은 즉각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재정지출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재정수입의 경우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 항목의 대부분이 연장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둔화에 따른 국세수입 등의 감소를 용인하는 정도가 바람직해 보인다.



 셋째, 재정 확대 규모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최대한 유지하는 가운데 과거의 경기 대응 사례를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 또한 추가적인 지출 확대의 재원 배분은 공공고용 인프라 구축 등 잠재성장률을 제고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되 SOC투자 확대는 계속 사업비 위주로 구성해 항구적인 재정지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넷째, 거시경제가 정상화된 이후에는 고령화에 따른 재정지출 증가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재정건전성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0%포인트 이상 상승한 후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이처럼 경제위기 때마다 국가채무 비율이 상승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김 성 태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



지금의 침체, 재정 확대로 해결하기 어렵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정책 당국의 경기 대응은 중요한 책임 가운데 하나다. 특히 세입과 세출은 그 자체가 경기에 영향을 주는 요소여서 재정을 통한 효과적인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최근처럼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정부 지출을 늘려 경기하강에 대응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일견 타당성이 있다.



 재정을 통한 경기안정의 원리는 경기순환과 반대로 재정을 움직여 경기변동 폭을 줄이는 것이다. 경기가 침체되면 정부지출 확대와 조세감면으로 경제를 자극하고, 과열되면 지출을 축소하거나 세금징수를 증가시킨다. 따라서 현재 같은 경기침체 때 일차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정부 지출 증가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침체는 이러한 대응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현 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가 결합된 복합 침체이며 특히 유럽은 통화체제 문제로 단기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즉 대응해야 하는 기간이 너무 긴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늘리는 확장정책은 재정건전성 문제로 장기간 사용하기 힘들다. 재정이 건전한 국가도 세입의 뒷받침 없는 장기 재정 확대는 무리다.



 또한 현 상황이 대외 요인에 크게 기인한다는 점은 개별 국가의 재정 대응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화 강세가 가속화될 위험마저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 지출을 늘리면 수입 유발과 함께 자국 통화 강세가 된다. 따라서 정부 지출 증가로 경기가 일부 개선돼도 자국 통화 강세에 따른 수출 감소로 경기진작 효과가 상쇄되기 쉽다. 또 대외신인도 측면에서는 경상수지가 중요한데 재정 지출 확대로 경상수지가 악화되면 경제를 대외충격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선거 전후에 정부 지출을 늘리면 이해집단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항목을 변화시킨다. 지출 규모가 과도하게 늘어날 위험성도 크다. 이때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자원배분 요구가 분출되기 때문이다. 예산부처의 엄격한 재정집행 통제가 오히려 중요한 때다.



 그렇다면 정책대응의 여지는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지금 필요한 대응은 정부 지출 확대보다 가계부채 문제에 초점을 두며 화폐 공급을 증가시키는 통화정책이다. 물론 재정 투입은 경기 대응에 보다 직접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데 반해 통화정책은 경기부양 경로가 불명확하다. 이자율을 낮춰 소비와 투자를 자극하거나 통화가치가 떨어져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하지만 현재는 충분한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가계부채 부담을 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재정지출을 늘리면 정부부채가 증가하는 것처럼 통화정책도 부담은 있다. 궁극적으로 물가를 상승시킬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가격하락이 현실화되고 있어 일부 물가와 자산 가격 상승은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원화 강세 압력을 덜 수 있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 유럽위기를 계기로 국제금융시장에서 국가신용도 유지에 건전 재정이 더욱 강조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는 물가 상승 위험보다 재정건전성 악화 부담이 훨씬 크다.



 결국 우리가 직면한 경기침체의 성격과 예상 기간, 정치 일정 그리고 국제금융시장 등을 고려할 때 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 대응보다는 세출과 부채 관리에 기초한 지속적인 재정건전성 확보가 보다 중요할 수 있다. 만약 정책을 수행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통화정책을 포함해 가계부채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쪽에 초점이 놓여야 한다.



성 태 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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