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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대관령 황태가 맛있게 익어갑니다

중앙일보 2012.12.08 00:06 종합 15면 지면보기
강원도 평창군, 2012. 12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입니다. 여기저기 송년 모임을 하느라 피곤하시죠? 혹시 어젯밤에도 술 한잔 하셨다면 시원한 황태국 생각나지 않으세요?



이곳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황태덕장입니다. 숙취 해소와 간장 해독에 효능이 있다는 ‘황태’가 태어나는 곳입니다. ‘황태’는 본래 ‘명태’입니다. ‘명태’는 생물일 때는 ‘생태’, 얼리면 ‘동태’, 말리면 ‘북어’,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 노랗게 말리면 ‘황태’라고 합니다. 그래서 황태는 추워야 합니다. 이곳 대관령에는 이번 주 초부터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추위를 기다리던 명태가 비로소 황태로 ‘환골탈태’할 준비가 된 것입니다. 명태는 한겨울 밤 추위에 세포 사이 수분까지 얼었다가 낮 동안 햇볕을 받으면 녹습니다. 이런 과정을 겨우내 반복하면서 명태는 서서히 마르며 황태가 됩니다.



대관령에서 덕장을 운영하고 있는 허종연(56)씨는 이른 추위가 반갑기만 합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빨리 명태를 널어요. 낮에도 영하 기온을 유지해야 맛이 깊게 배고 부드럽다니까요. 색깔도 노랗게 잘 나오고요.”



명태 거는 날이던 지난 5일 마침 함박눈도 내렸습니다. 적당한 눈은 황태의 육질을 부드럽게 해준답니다. 이날 널린 명태는 대관령 강추위 속에서 넉 달가량을 눈과 찬바람을 맞으며 견뎌야 합니다. 내년 봄기운이 무르익을 즈음에는 국민 주당들의 속을 풀어줄 당당한(?) 황태가 되어 있을 겁니다.



◆명태=우리나라에서 오징어·고등어와 함께 대표적 국민 생선이다. 11월 23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연간 명태 소비량은 26만t 수준이다. 명태 공급은 대부분 러시아·미국·중국·일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80%인 23만t이 러시아산 명태다. 최근 국내 해역의 공식 어획량은 연간 1t 안팎으로 지금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이유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 변화와 명태 새끼인 노가리까지 저인망 어선으로 훑어 잡는 수산물 남획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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