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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에 성폭행 당한 서울대 女대학원생, 결국

중앙일보 2012.12.08 00:02 종합 16면 지면보기
2010년 6월의 어느 날. 유학을 꿈꿨던 서울대 대학원생 A(29)씨의 인생은 모든 게 바뀌었다. A씨는 이날 같은 연구실 박사급 연구원 B씨를 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그해 3월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유에서다. B씨에게 논문 지도를 받는 을(乙)의 입장이라 3개월간 참았지만 이어지는 성추행을 견디다 못해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신고 후 그녀에겐 ‘2차 피해’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후배들 외면 … 50번 반복한 진술 고통

●고소 후 어떤 일이 벌어졌나.



 “1주일 쉬고 연구실에 나갔다. 선후배들이 아무도 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평소 친했던 사람들조차 그랬다. 알고 보니 교수님이 연구실 학생들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고 하더라. 정말 수치스러웠다. 내 이전 남자관계까지 다 물어봤다고 한다. 인간 관계가 파탄이 났다.”



●가해자와는 어떻게 됐나.



 “학내 상담실에 신고했더니 내가 있는 건물에 B씨가 출입을 못하게 했다. 그런데 교수님이 같은 건물 내 자기 방에는 드나들게 했다. 마주칠 때면 정말 괴로웠다. 학교를 쉬고 싶었지만 졸업은 하자고 버텼다.”



●조사나 재판 과정은.



 “녹음기도 아닌데 같은 말 반복하는 게 괴로웠다. 2년 반 동안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얘기를 50번 넘게 말했다. 한 번 얘기했으면 다음 번에 토씨 한 글자 틀려도 안 된다는 점도 힘들었다. 사람 기억에는 한계가 있고 마음이란 건 복잡한 거 아닌가. ‘왜 바로 신고 안 했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졸업하기 힘들 것 같아서’라 했다가 ‘창피해서’라 바꾸면 변호사들이 진술이 번복돼 신빙성 떨어진다고 주장하더라.”



 B씨는 1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본인이 음경만곡증(선천적으로 성기가 휘는 병) 환자라 주장하며 1심에는 없었던 신체감정 결과를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A씨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A씨는 졸업 후 유학을 포기하고 기업 연구소에 취직했다.



 성범죄 피해자 상당수는 A씨 같은 2차 피해를 경험한다. 대학은 폐쇄적 특성 때문에 2차 피해가 더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년간 540건의 고소 사례 중 24.6%에서 2차 피해가 발생했다. 주변인의 피해자 비난(72회), 수사기관의 피해자 무시 언행(54회), 합의 종용(47회) 등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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