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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와당·꽃살 문양 … 한국 화장품 본 샌프란시스코 그녀 “It’s art”

중앙일보 2012.12.07 04:10 Week& 11면 지면보기
한국(Korea) 화장품(Beauty)의 인기, 즉 K뷰티(K-Beauty)가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week&이 먼저 다뤘던 동남아·중국 지역과는 또 다른 양상의 K뷰티 열기가 북미로 번지고 있다. 미국에선 한국의 전통적 감성이 뚜렷한 상품이 ‘명품 화장품’으로 주목받으며 올 연말 유명 백화점 ‘강력 추천 선물 목록’에 올랐다. 그것도 미국 전역 42개 지점을 갖춘 백화점에서다. 북미 대륙 내 K뷰티 영토도 확장 중이다.


‘K뷰티’ 열기 (하)

그동안 미국에 집중됐던 한국 화장품 진출은 최근 캐나다 지역 주요 화장품 체인점으로 무대를 넓혔다. ‘고급 화장품’하면 대개 프랑스 제품을 꼽았던 북미 지역 소비자들이 이젠 한국 화장품도 고급 화장품으로 인식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week&이 기획 취재한 K뷰티 마지막 회는 북미 편이다. 미국 서부의 유행을 선도하는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살펴 봤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심가 고급 백화점 ‘니먼 마커스’ 1층 매장에서 화장품을 사러 나온 대학원생 푸치니(왼쪽)와 직장인 발렌바흐가 ‘설화수’의 한정판 ‘실란 콤팩트’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의 미, 화장품 타고 세계로=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쇼핑 중심지인 ‘유니언 스퀘어’ 주변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인파로 북적였다. 일주일 전 추수감사절부터 이달 말까지 계속되는 미국의 ‘선물 쇼핑’이 시작됐음을 실감케 하는 풍경이었다. 유니언 스퀘어를 둘러싸고 늘어선 백화점 중 명품 브랜드를 주로 파는 ‘니먼 마커스’ 1층에 들어서자 낯익은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화장품 브랜드를 모아 놓은 1층 매장, 그중에서도 고객들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이었다. 이곳 특별 전시대에 한국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의 ‘실란 콤팩트’가 놓여 있었다. 격자·와당·칠보·매화, 매화문꽃살 등 다섯 가지 한국 전통 문양이 콤팩트 겉면에 새겨진 제품이 투명 아크릴 전시대에 진열돼 있었다. 설화수의 제품 좌우로 미국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 일본의 초고가 화장품 브랜드 ‘끌레드뽀보떼’의 선물용 세트 제품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수십 개 브랜드가 경쟁을 벌이는 연말 선물 시즌, 세 개의 브랜드만 차지할 수 있는 특별 전시대에 설화수가 오른 것이다. 니먼 마커스 화장품 구매 담당자는 “미국에서 연말 선물은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백화점 입장에서도 연중 가장 신경 써서 준비하는 이벤트가 연말 선물용 추천 상품 선택”이라고 밝혔다. 니먼 마커스 같은 미국의 고급 백화점은 우리나라 백화점과 달리 화장품 브랜드에 매장을 임대하지 않는다. 대신 화장품 담당 바이어가 직접 입점시킬 브랜드와 상품 등을 골라 자체적으로 판매한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뉴욕에서 열린 ‘조선의 왕, 뉴욕에 가다’란 한국 문화 행사에서 설화수 콤팩트를 처음 접했고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물씬 풍기는 디자인에 매료됐다”며 “제품의 정교함과 섬세함이 추천 연말 선물로 정한 이유”라고 말했다.



화장품을 고르고 있는 발렌바흐.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던 에이미 발렌바흐(30)는 “실란 콤팩트를 화장품 주머니에서 꺼내면, 틀림없이 주변 친구들이 부러워 하며 ‘어디서 샀느냐’고 물어볼 것”이라고 했다. IT기업 ‘구글’ 마케팅팀에서 근무하는 그는 “한국적 매력이 듬뿍 묻어나는 제품 디자인이 정말 아름답다”며 “이런 제품을 꺼내 들고 화장을 하는 것 자체가 ‘나, 유행에 앞서 있는 사람(trend-setter)이야’란 표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렌바흐와 함께 쇼핑을 하러 나온 니콜레타 푸치니(30)는 “제품 자체가 마치 예술 작품처럼 보인다”며 친구의 말에 동의했다. 패션 경영을 전공하는 푸치니는 “외관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팩트의 품질도 매우 좋다”며 “평소 한국 친구들이 피부가 정말 좋은 걸 알고 있었는데, 설화수 같이 훌륭한 화장품 덕분이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웃었다. 그는 “디자인이 멋지고 품질도 좋은 한국 화장품 덕분에 한국이란 나라의 이미지도 멋져(cool)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의 전통미를 담은 제품이 미국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한국이란 나라의 이미지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설화수를 생산하는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실란 콤팩트’는 연말 한정판으로 니먼 마커스의 미국 내 매장 42개에서 독점 판매되고 있다. 이 회사 권영소 마케팅 부사장은 “실란 메이크업 제품이 한국 전통미의 정수를 표현하는 우리의 대표 상품”이라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문화사절단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화수는 제품 디자인에 한국 전통미를 담는 것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우리 전통 문화의 후원자 역할을 꾸준히 해 왔다”며 한국 전통 문화를 발굴·소개·후원하는 ‘설화문화전’ 개최, 서울 북촌의 수준 높은 전통 문화를 대중과 공유하는 ‘북촌 설레임전’ 후원 등을 예로 들었다. 권 부사장은 “미국인들이 ‘멋지다(cool)’고 평가하는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배경은 바로 이 같은 회사 차원의 지속적인 전통 문화 후원”이라고 강조했다.



◆계속 넓어지는 K뷰티 무대=화장품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캐나다 ‘세포라’에 진출했다. 세포라는 세계 최대의 명품그룹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화장품 전문점으로 전 세계 27개국에 1300여 개의 매장을 내고 있다. 북미 지역에는 약 300개의 세포라 매장이 있는데 현재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140여 개 매장에 아모레퍼시픽이 입점해 있다. 아모레퍼시픽 럭셔리 브랜드 총괄 전진수 상무는 “세포라는 색조 화장과 향수 분야에 특히 강했는데 최근 수년간 기초 화장품 분야에 공을 들이며 명품 브랜드를 물색해 왔다. 이들이 2009년 2월 ‘아모레퍼시픽을 세포라의 기초 화장품 대표 선수로 만들겠다’며 입점 제의를 해 받아 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미국 세포라 21개점, 이듬해 84개점에 아모레퍼시픽이 들어갔고 4년이 채 안 된 기간에 많은 수의 미국 고객에게 브랜드가 알려졌다”며 “지난 10월 우리 제품이 캐나다에도 진출했는데, 캐나다는 세포라 본사가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현재 캐나다의 토론토·밴쿠버·캘거리 등 5개 주요 도시의 8개 세포라 매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을 살 수 있다.



 올해는 아모레퍼시픽이 미국에 진출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이 브랜드는 2003년 미국 뉴욕에 첫 매장을 열었다. 이 브랜드가 속해 있는 화장품 회사 아모레퍼시픽의 북미 지사장 브래들리 할로위츠는 “아모레퍼시픽이란 브랜드 자체가 한라 녹차, 6년근 홍삼, 대나무 수액 등 ‘동양적인 식물 성분(asian botanical)’을 컨셉트로 해 북미 시장에서도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며 “뉴욕 소호 지역에 운영 중인 스파에서 녹차 등 한국적인 것을 내세운 ‘뷰티&갤러리’를 만들어 이미 많은 유명인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올해 초 이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된 할리우드 톱 여배우 시에나 밀러가 대표적 인물이다. 모델 출신이면서 패션 디자이너로도 활동 중인 ‘패셔니스타’이다. ‘유행의 선도자’로 불리는 밀러는 수년 전부터 ‘아모레퍼시픽 매니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파파라치’를 피하기 위해 쇼핑백으로 얼굴을 가렸는데, 그 쇼핑백에 아모레퍼시픽 로고가 찍혀 있었다. 이 사진이 대중에 널리 알려지면서 아모레퍼시픽의 모델로 선정됐다. 밀러는 미국 잡지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소호 스파를 ‘명사들이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소개한 적도 있다. 이외에도 우마 서먼, 힐러리 더프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의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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