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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들 V존, 여자들 시선이 뜨겁다

중앙일보 2012.12.07 04:10 Week& 8면 지면보기
넥타이를 맨 멋쟁이들을 만났다. 지난달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 신세계 백화점에서 열린 ‘8 크라바트(Cravates)’ 전시장에서다. ‘크라바트’는 프랑스어로 ‘넥타이’란 뜻이다. 전시 개막 하루 전인 지난달 13일 에르메스 VIP 고객과 패션 분야 주요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전야제에 초대됐다. 넥타이를 주제로 한 전시인 만큼 이날 행사에 초대된 손님들은 각자의 개성을 한껏 살린 차림으로 행사를 즐겼다. ‘8 크라바트’ 전야제에 참석한 이들의 스타일을 분석해 봤다.


넥타이 전시 ‘8 크라바트’ 전야제서 만난 패셔니스타 8인

사진=에르메스 코리아



1 한규택(52)씨 삼주SMC 회장 2 야코포 실링지(41) 작곡가 3 송원석(40)씨 남성 패션잡지 ‘젠틀맨’편집장 4 채정원(41)씨 신세계백화점 해외명품사업팀 바이어 5 노재훈(28)씨 패션 모델 6 변홍철(37)씨 아트 컨설턴트 7 김용민(35)씨 양산부산대병원 신경외과 의사




정답과 감각 사이



오늘은 어떤 넥타이를 맬까 고민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V존’이다. ‘셔츠+넥타이+재킷’이 한눈에 들어오는, 재킷의 양쪽 깃 사이가 일명 ‘V존’이다. 세 가지 요소가 한데 모인 곳이어서 이들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으면 엉뚱한 패션이 되기 십상이다.



 중견기업 삼주SMC 등 4개사를 이끌고 있는 한규택(52·①) 회장은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남성 패션 잡지를 해외에서 직접 구해다 볼 정도로 패셔니스타다. 한 회장의 V존은 이날 옅은 분홍빛 타이, 푸른 셔츠, 세로 줄무늬가 듬성한 겹여밈 재킷이 세련된 하모니를 이뤘다. 패션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정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모양새로 보일 법하지만 그는 이날 초대받은 손님 중 단연 돋보였다.



 서양 복식인 양복 차림에서 푸른 셔츠는 이제 기본 아이템으로 여겨진다. 흰색 이외의 셔츠를 부담스러워했던 우리나라 남성들도 1996년 방영된 드라마 ‘애인’에서 주인공 유동근이 푸른 셔츠 차림으로 인기를 끈 이후부터 유색 셔츠에 적응했다. 색깔 있는 셔츠의 대표 격인 푸른 셔츠에 익숙해졌어도, 보통 사람들은 이 셔츠를 아래위 한 벌 정장에 받쳐 입고 소위 ‘톤온톤’이라 부르는 방식으로 넥타이를 고른다. 하늘색 셔츠라면 같은 계열색인 짙은 파랑이나 남색을 고르는 게 이 방식이다. 푸른색 바탕 셔츠에 분홍 넥타이. 한 회장이 선택한 조합을 보통 남성들이 택하긴 쉽지 않다. 왜일까.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다.



8 손은영(34)씨 패션잡지 ‘보그’ 패션 디렉터
 한데 한 회장 식의 연출법은 패션 감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탈리아 남성들이 주로 즐긴다. 넥타이 하나만으로도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어서다. 이날 전시의 음악을 작곡한 이탈리아인 야코포 실링지(41·②)의 차림이 그렇다. 검정 상하 정장에 검정셔츠까지 입은 그는 과감하게 붉은빛 넥타이로 멋을 냈다.



 한 회장의 분홍 넥타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한 벌 정장이 아니라 검정 줄무늬 겹여밈 재킷, 게다가 요즘 멋쟁이들이 즐겨 입는 솟은 깃 형태였다. 재킷 세부 요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하나 멋을 낸 디자인이어서 다소 과하게 보일 법도 하지만 전체 색상이 점잖아 그리 튀어 보이지는 않았다. 푸른 셔츠도 무난하게 균형을 잡아줘 분홍빛 타이가 슬쩍 빛나도록 해줬다. 한 가지 더 꼽자면 한 회장의 V존을 받쳐준 의외의 요소는 적당히 센 그의 머리카락 색깔이다. 밝은 계열의 분홍과 비슷한 짝을 이루듯 시선의 위쪽에 자리 잡은 은발이 멋쟁이가 완성되는 걸 도왔다.



 남성 패션 잡지 ‘젠틀맨’의 송원석(40·) 편집장은 다른 매무새로 멋을 냈다. 그의 차림새에서 눈여겨볼 것은 정답을 기본으로 해 색다른 멋을 얹어내는 방식이다. 그는 깃이 솟아오른 겹여밈 재킷을 짙은 청색에 무늬 없는 무난한 것으로 골라 입었다. 옅은 회색 셔츠, 그보다 약간 짙은 회색에 푸른빛이 묻어나는 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톤온톤’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재킷의 나무빛 단추와 한쪽 깃 위에 단 장식 ‘부토니에’로 연회에 초대된 패션 잡지 편집장의 개성을 충분히 드러냈다.



흰색 셔츠의 포용력



V존의 구성요소를 어떻게 꾸며야 할지 계획하는 게 어려울 땐 흰색 셔츠에서 시작하면 쉽다. 채정원(41·신세계 백화점 해외명품사업팀 바이어·④), 김용민(35·양산부산대병원 신경외과 의사·⑦)씨의 경우가 그렇다. 채정원씨는 낙타색 재킷, 흰색 셔츠, 검정 조끼에 주황색 넥타이 조합이다. 무채색인 흰색, 검은색을 빼면 낙타색과 주황색이 비슷한 계열로 세련되게 조화를 이룬다. 김용민씨는 갈색 한 벌 정장과 흰색 셔츠, 주황색 넥타이다. 마찬가지로 슈트 재킷의 갈색에서 우러나오는 붉은 기가 주황색과 조화롭게 섞인 V존이다. 둘 다 흰색 셔츠였기 때문에 더 이상의 고려요소 없이 명쾌하게 정리되는 스타일이다.



 모델인 노재훈(28·⑤)씨도 흰색 셔츠에, 푸른빛이 배어 나오는 짙은 남색 벨벳 정장을 입었다. 벨벳이란 소재 탓에 너무 화려하게 보일 수 있는 모양새지만 흰색 셔츠에 그리 튀지 않는 회색 넥타이가 분위기를 차분하면서도 멋지게 만들어줬다.



 변홍철(37·아트 컨설턴트·⑥)씨는 모직으로 된 옅은 갈색 재킷과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녹색과 푸른색 무늬가 섞여 밝은 쑥빛이 도는 넥타이를 맸다. 설명 자체로 보면 요소가 많아 복잡해 보이지만 V존은 그저 옅은 갈색과 밝은 쑥빛의 조화가 제대로 어울려 있는 모습이었다. 이 밖에도 이날 행사장엔 넥타이로 멋을 낸 여성 손님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패션 잡지 ‘보그’의 손은영(34·⑧) 패션디렉터는 실크 스카프천으로 된 넥타이를 여성용 재킷과 어울리게 해 감각을 뽐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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