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갑네 친구, 20개월 만이군

중앙일보 2012.12.07 00:49 종합 26면 지면보기
이세돌 9단(左), 구리 9단(右)
이세돌 9단의 약점은 ‘포석’이다. 포석에서 점수를 잃고 그걸 복구하기 위해 불리한 전투를 전개한 끝에 생사의 고비를 수없이 넘나드는 모습은 이세돌 바둑에서 흔히 목격된다. 이세돌 9단의 장점은 많다. 수를 잘 만들어 내고 배짱이 좋고 예측 불허의 상상력과 뼈저린 강수로 판을 지배한다. 숨이 끊어진 듯한 돌에도 생명을 불어넣는 놀라운 타개력은 이세돌의 주무기라 할 수 있다. 핏빛처럼 진해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이세돌의 바둑은 ‘파격’이라는 단어를 빼면 설명이 안 된다.


이세돌 vs 구리 11~13일 상하이서 삼성화재배 결승 격돌

 구리 9단은 약점이 ‘끝내기’다. 형세가 유리해지면 곧잘 방심에 빠지고 허망한 역전패를 당하곤 한다. ‘세계 최강의 아마추어’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그러나 구리 9단은 판세를 읽는 안목이 좋고 스케일이 크다. 전투력도 일품이다. 이세돌이 자객의 느낌을 풍긴다면 구리는 마상에 높이 앉아 장검을 치켜든 대장군의 면모가 엿보인다. 균형감이 좋은 구리는 특히 이세돌의 약점인 ‘포석’에서 강점을 드러낸다. 50수까지는 무적이라는 구리의 바둑은 ‘조화(調和)’에 뿌리를 두고 있다.



 11~1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번 승부(우승상금 3억원, 준우승 1억원)에서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이 격돌한다. 이세돌은 1983년 3월 2일생이고, 구리는 1983년 2월 3일생이다. 동갑인 데다 입단도 95년으로 똑같다. 바둑의 결은 서로 다르지만 누가 더 천재냐 묻는다면 ‘이세돌’이라는 답이 나올 것이다. 이세돌은 19세 때인 2002년부터 세계무대를 휩쓸기 시작했고, 구리는 2006년에야 첫 우승을 기록한다. 이세돌은 지금까지 세계대회에서 열다섯 번 우승했고, 구리는 여덟 번 우승했다. 삼성화재배에서도 이세돌은 세 번, 구리는 한 번 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두 기사만의 상대 전적을 보면 이세돌 기준 14승1무16패로 오히려 구리가 앞선다. 왜일까. 앞서 말한 ‘포석’ 때문이다. 이세돌은 구리와의 대국에서 초반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때부터 자기 바둑을 두지 못하고 힘든 전투를 벌이곤 했다.



 한·중 바둑의 대표선수이자 세계 최강의 라이벌인 두 기사는 지난해 비씨카드배 결승전에서 진검승부를 치른 지 1년8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그때는 격전 끝에 이세돌 9단이 3대2로 이겼다. 이후 구리는 ‘90후’들에게 밀려 랭킹이 10위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체조선수와의 결혼 이후 좋아하는 술을 끊고 모임도 사절하며 절치부심 자기 관리에 매진한 끝에 다시금 정상권으로 복귀했다. 이세돌 역시 ‘기러기 아빠’의 후유증인지 크게 부진하다가 최근 들어 연전연승하며 완연하게 일인자의 면모를 회복했다.



명승부의 준비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 딱 한 가지 결승 장소인 ‘상하이’가 구리와는 악연의 장소라는 게 변수가 될지 모른다는 예측이 중국 쪽에서 나온다. 구리는 지난해 12월 삼성화재배 결승전부터 올해의 농심배, 응씨배 등 상하이에서 열리는 중요 대국을 모두 졌다.



▶ [바둑] 기사 더 보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