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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박대 → 무조건 지지 … 안, 뜸 들였나 여론에 밀렸나

중앙일보 2012.12.07 00:43 종합 4면 지면보기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열흘째인 6일 최대 접전지역으로 꼽히는 수도권에서 유세를 이어갔다. 박 후보 유세장인 경기도 부천역 앞(왼쪽)과 문 후보 유세장인 수원역 앞에서 각 후보 지지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부천=김형수 기자], [수원=뉴스1]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원 여부도 ‘협상’으로 본 걸까.

하루 사이 급선회한 배경은



 6일 안철수씨의 ‘무조건 지지’ 선언은 전날 두 사람 간 회동 불발 때문에 더욱 예상 밖이었다. 사실상 문 후보가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해석과 함께 문·안 연대는 난기류에 빠지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문 후보가 안씨 집 앞에서 30분간 기다리다 발길을 돌린 게 역설적으로 회동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후보가 안씨 자택까지 직접 찾는 성의를 보였음에도 안씨가 외면하자 범야권 내에선 “안씨가 정권교체에 힘을 보탤 생각이 있긴 한 거냐”는 비판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범야권 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대선 패배 시 책임 추궁을 염려했을 수도 있다”며 “아깝게 질수록 그런 비판 목소리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향후 안씨의 정치적 미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안씨에게 강한 압박 요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측근들의 지속적인 권유도 안씨의 마음을 흔들었을 수 있다. 안씨는 전날까지도 “적극적으로 문 후보를 도와야 한다”는 민주당 출신 측근들의 권유에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그럼에도 측근들은 “지지층의 70%가 정권교체를 바라는 범야권 성향이므로 이들의 기대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꾸준히 설득했다. 특히 일부 인사들은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 사례까지 언급하면서 “대선 정국에서 ‘독자행보’를 펴다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논리도 폈다고 한다.



 문 후보의 ‘거국내각’ 카드도 유인책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 후보는 이날 ‘새정치 국민연대’ 출범식에서 “집권하면 지역·정파·정당을 넘어선 초당파적 거국내각을 구성한다는 마음으로 드림팀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민주당만의 정부’를 꾸리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안씨 입장에선 국정운영의 한 축을 끌어낼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안씨 측은 그동안 민주당에 여러 경로를 통해 “선거 참여의 명분을 세워달라”는 요청을 넣었다. ‘새 정치’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세 변화를 보여달라는 거였다. 문 후보는 지난달 21일 안씨와의 단일화 TV토론에서 설전을 벌였던 의원정수 축소를 받아들였다. 문 후보는 의원정수에 관한 한 비례대표는 늘리고 지역구 의원은 줄이는 ‘조정’은 가능하나 ‘축소’에는 난색을 표해왔다. 지난달 21일 단일화 TV토론에서도 “정수 조정은 의원정수를 줄이자는 것”이라는 안씨 주장에 “비례대표를 늘리고 지역구를 줄인다는 의미다. 참모들에게 잘못 보고 받은 게 아니냐”고 면박을 줬던 것과 비교하면 180도 입장이 달라진 셈이다.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한 것도 마찬가지다. 문 후보는 “네거티브를 하지 않는 선거를 굳게 약속드린다”고 했다. 3일 안씨는 캠프 해단식에서 “대선이 거꾸로 가고 있다”며 선거 과열을 비판했었다.



 민주당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안씨가 내걸었던 새 정치의 핵심이 의원정수 축소, 반(反)네거티브 같은 것들”이라며 “문 후보가 이를 받아들인 만큼 지원을 더 주저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안씨가 결국은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조금 더 ‘극적인 판’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뜸을 길게 들인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정계에 입문한 이전이나 이후나 안씨는 선뜻 결론을 말한 적이 없었다. 대선 출마 선언도 ‘책 출간→여론수렴→입장 발표’의 수순을 밟아가며 조금씩 입장을 진전시켜왔다. 단일화 문제도 출마 선언 직후에는 ‘정치쇄신’을 강조하다가 조금씩 ‘정권교체’ 쪽에 무게를 두더니 전격적으로 문 후보에게 “정권교체와 정치쇄신을 위해 단일화 협상을 하자”고 제의하는 식이었다.



 안씨의 이런 결정에 대해 일부 비민주당 출신 참모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측근은 “문·안 연대는 안철수의 길이 아니고, 새 정치의 꿈을 버리는 선택이다. 이제 안철수와 정치적으로 같은 길을 걸을 수 없다”며 “조만간 이런 입장을 정리한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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