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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등재된 '아리랑' 中에 뺏길 뻔?

중앙일보 2012.12.07 00:31 종합 12면 지면보기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중국, 작년 국가급 유산 지정
정부 선수 뺏길까 서둘러 신청
북, 한국 단독에 이의 제기 가능성

 5일 오후 9시20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본부에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인 이춘희 명창이 부르는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이날 열린 유네스코 제7차 무형유산위원회가 한국의 대표 전통민요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발표한 후 이어진 짧은 축하공연이다. 이로써 한국은 종묘제례·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 등을 비롯해 총 15건에 이르는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아리랑의 인류무형유산 등재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아리랑이 단지 한국 일부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민요가 아니라 북한은 물론 중국의 조선족 등 외국에 거주하는 동포들까지 공유하는 민족 전체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10월 조선족의 대표적 민요인 아리랑을 국가급 무형유산으로 선정하는 등 자국의 문화로 흡수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공식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북한이 한국의 아리랑 단독 등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을 막아라=문화재청은 2009년 8월 ‘정선아리랑’의 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하지만 다른 무형문화유산에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심사 대상이 되지 못했다. 아리랑의 등재가 시급해진 것은 2011년 중국이 ‘조선족 아리랑(阿里郞)’를 자국의 국가급 무형유산으로 발표하면서부터다.



 문화재청은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응해 올해 1월 아리랑을 등재 우선심사대상으로 선정했다. 6월에는 ‘정선아리랑’의 범위를 확대해 등재 대상을 후렴구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로 끝나는 ‘전 국민의 아리랑’으로 수정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초 문화재청은 남북 공동으로 아리랑의 등재를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일정이 촉박한데다 북한과의 교류가 원활치 않아 이 계획은 무산됐다.



 아리랑 전문가인 강등학 강릉원주대 교수는 “중국이 조선족의 문화를 중국 유산의 하나로 인정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단 한국인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 아리랑에 대해 중국이 먼저 유네스코 등재를 신청할 경우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문화전쟁=유네스코 문화유산은 자국 문화를 세계의 공통유산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무형문화유산의 경우 한·중·일 아시아 3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가장 많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한 나라는 중국(29개)이며, 일본(20개), 한국(15개)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최근 몇 년 새 등재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임돈희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위원회 위원장은 “유네스코를 무대로 각국이 문화전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라며 “이 경쟁에서 어떤 실리를 얻을 것인가와 함께 앞으로 이들 문화유산을 어떻게 가꾸고 보존해 세계 공동의 유산으로 전승해 나갈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등재를 계기로 ▶아리랑 국가무형문화유산 지정 ▶아카이브 구축 ▶상설·기획 전시 ▶국내외 정기공연 개최 ▶학술조사·연구 지원 등 아리랑의 전승·보존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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