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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쇼크에 실적 악화 겹쳐… ‘A-’ 회사채도 안 팔린다

중앙일보 2012.12.07 00:10 경제 2면 지면보기
# 한화㈜는 이달 1500억원 규모로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7월 1000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한 지 5개월 만이다.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은 내년 만기를 맞는 회사채 상환에 쓸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불황으로 회사채 시장 여건이 갈수록 나빠져 당초 계획보다 발행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내년 만기 회사채 39조원
건설·조선 등 자금조달 먹구름

 #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3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내년에 신경 써야 할 이슈로 세 가지를 언급했다. ▶가계부채 연체 ▶상호금융권의 부실 우려 ▶회사채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다. 권 원장은 “익히 알려진 가계부채·상호금융 위험보다 회사채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훨씬 파급력이 큰 사안”이라며 “기업의 연쇄 부도와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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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경제성장률이 추락하고 수출 둔화로 기업 실적이 뒷걸음질 치는 가운데 회사채 만기가 대거 돌아오기 때문이다.



 6일 금감원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총 39조566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할 전망이다. 올해(38조2850억원)보다 2% 정도 늘어난 규모지만 예년과 달리 자본시장의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복병으로 지목되는 건 A등급 이하의 회사채다. 9월 말 ‘A-’ 등급이던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실제 지난달 회사채 발행액은 6조5100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2600억원이나 감소했다. 특히 A등급 회사채 발행액은 7300억원으로 전달보다 무려 1조4300억원이나 줄었다. BBB와 BB이하 등급 회사채도 각각 5100억원, 580억원 감소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갚아야 할 회사채의 만기는 돌아오는데 신규 회사채 발행이 원활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 경우 상환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면 AA등급 회사채 발행액은 2350억원 늘어난 3조2200억원이었다.



 신한금융투자 강성부 채권분석팀장은 “A등급 회사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다 보니 투자자는 AA등급 중 전망이 괜찮은 업종에만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우량채에만 돈이 몰리는 회사채 시장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에서 특히 신경을 곤두세우는 곳은 건설·조선·해운업종이다. 실적 악화로 내년 현금흐름 전망이 나빠지고 있어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 업종의 회사채는 신용등급이 높아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 대림산업은 AA-등급이지만 최근 5년 만기 2000억원 규모 회사채에 대해 수요예측을 한 결과 참여자가 전무했다. 삼성물산(AA), 두산중공업(A+), 대우조선해양(AA-) 등도 대량으로 수요가 미달됐다.



 이혁재 IBK증권 연구위원은 “회사채 만기를 맞은 기업은 만기 규모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돈을 끌어 모으기가 쉽지 않다”며 “내년 상반기 고비를 잘 넘기더라도 4분기께 다시 어려움이 닥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 당국에서는 기업이 회사채 상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우선 정부가 보증을 서는 형태의 프라이머리 회사채담보부증권(P-CBO) 발행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P-CBO는 발행 과정에서 공기업 등이 보증을 지원해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하이일드 채권시장의 활성화도 추진한다.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식의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 등에서 발행하는 채권이 시장에 풀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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