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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 농촌 학교 살린 도시 전학생

중앙일보 2012.12.07 00:09 종합 17면 지면보기
전북 완주군의 고산산촌유학센터 아이들이 얼음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 유학센터에는 도시 학생 1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전북지역에는 현재 이 같은 농촌 유학센터가 9곳 있다. [사진 고산산촌유학센터]
전북 장수군의 번암초등학교 동화분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교생이 12명에 불과했다. 한 학년 학생수가 2~3명에 불과해 2~3개 학년을 한 곳에 모아 복식수업을 해왔다. 여러 학년이 같은 학급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면학 분위기가 산만해지고, 아이들도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기 일쑤였다.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떠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1~2년 내 학교가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소리도 들렸다.


전북도, 농촌유학 지원 성과
도내 도시 출신 재학생 300여 명
정읍 한 학교는 전교생 80% 차지

 하지만 동화분교는 올해 5명이 빠져나갔는데도 전교생이 지난해의 두 배인 22명으로 불었다. 도시에서 학생들이 몰려 온 덕분이다. 지난 3월 학기 초에 서울·경기 지역에서 13명이 전학온 데 이어 2학기 들어 두 명의 학생이 또 옮겨왔다.



 서울에서 온 김두희(6학년)군은 “서울에서는 학교수업 끝나기 무섭게 학원을 가거나 컴퓨터·TV 등을 보면서 혼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며 “이곳 학교로 전학을 온 뒤로는 친구·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틈날 때마다 산과 들을 함께 뛰어다녀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도의 농촌유학 프로그램이 성과를 내고 있다. 농촌 유학은 도시의 아이들이 시골 학교에 6개월 이상 머무르면서 공부하고 시골 생활도 체험하는 것을 말한다. 6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시에서 농촌으로 학교를 옮긴 학생이 현재 도내에만 300여 명에 이른다. 학생 숫자가 2~3년 전보다 5~6배 늘었다.



 임실 대리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은 86명 중 서울·경기도와 전주 등 타 지역에서 옮겨온 학생이 52명이다. 전교생이 97명인 정읍 수곡초등학교는 80%를 넘는 81명이 외지 학생이다. 진안 장승초등학교도 전체 65명 중 절반이 넘는 39명이 타 지역 출신이다.



 이 같은 성과는 전북도가 ‘농촌 유학의 1번지’를 내세우며 도시학생 유치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친 덕분으로 풀이된다.



 전북도는 지난 6월 농촌유학지원센터를 설치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전학 절차, 농촌 주거정보 등을 원스톱 서비스한다. 10월에는 농촌유학 페스티벌도 열었다. 교사·학생 등 700여 명이 참가해 농촌유학 포럼과 워크숍, 체험행사 등을 했다. 지난달에는 전국 최초로 ‘농산어촌 유학 지원 조례’도 만들었다.



 전북도는 농촌유학 활성화를 위해서는 아이들이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시설 마련이 필수조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정읍·임실·장수 등 9곳에 있는 농산촌 유학센터를 내년 5개 이상 늘릴 계획이다.



 김숙이 전북도 인재양성 담당은 “농촌유학 프로그램은 폐교 위기에 직면한 소규모 농촌학교를 살리는 한편 지역 활성화, 아이들의 정서 순화와 건강한 심신단련 등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며 “지역 실정에 맞는 다양한 모델을 개발해 전북도를 농촌유학의 최적지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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