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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만 430척 요트 중 여 선장은 나뿐 … 요트항해 아이 모험심 기르기에 좋아요

중앙일보 2012.12.07 00:07 종합 17면 지면보기
요트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레저로 만들기 위해 요트강좌를 개설한 설경희 선장이 요트 다루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설 선장의 강좌는 일반인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매일 오후에 열린다. [송봉근 기자]
부산 수영만 요트장에는 430척의 요트가 있다. 2번 게이트 31번 선석에 있는 카타마란(Catamaran·쌍동형) 형태의 10.4m(34feet)짜리 세일요트 ‘마린보이’호는 설경희(37·여) 선장 소유다.


요트교실 연 주부 요티 설경희씨
‘부자 스포츠’ 편견 바꾸고 싶어
어른·아이 20여 명 항해술 교육

설씨는 수영만의 유일한 여성 선장이자 선주다. 그녀가 이달 들어 초·중·고등학생들과 어른 요트 동호인을 대상으로 ‘크루즈 요트 아카데미’(네이버 카페명 요트세계)를 열었다. 은행원인 남편(44)과 사이에 중학교 3학년 외아들(15)을 둔 그녀는 전업주부다. 그런 그녀가 요트강좌를 연 이유는 왜곡된 요트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다.



 “수영만의 요트는 부자들의 놀잇배로만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 보니 일반인들이 요트를 보는 인식도 왜곡돼 있죠. 요트는 모험심과 협동심을 배우고 바람으로 항해하면서 자연의 위대함도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교육공간입니다.”



 그녀는 세일링을 배우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바다를 좋아하는 남편이 4년 전 요트를 덜컥 구입했어요. 그러나 세일링을 제대로 배울 곳이 없었어요.”



 요트를 구입하면 항해기술을 가르쳐 주겠다는 전 선주는 요트를 판 뒤에는 모른 척했다. 수영만의 많은 요티(yachtie·요트족)에게 항해법을 배우려 했으나 냉담했다. 유일한 여자 선장에 대해 배타적이었던 것이다. 겨우 요트면허를 땄으나 요트 키를 잡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요트교실도 면허취득까지만 가르친다. 면허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실전 항해기술을 가르쳐 주는 곳은 드물다. 알음알음으로 찾아서 배워야 한다.



 요트를 다룰 줄 몰라 오랫동안 요트를 묶어 두는 처지에 화가 난 그녀는 지난 봄 무작정 부산시 영도구에 있는 한국해양대학을 찾아갔다. 이 대학 평생교육원 요트교실 이승훈(50) 교관으로부터 요트를 배웠다. 요트 청소와 로프 정리법 같은 기초부터 먼바다 항해기술까지 배웠다. 그녀는 약 9개월 동안 하루 종일 바다에서 살았다.



 먼바다를 오갈 정도의 단독 항해가 가능해지자 그녀는 요트교실을 열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녀의 취지에 공감한 2명의 요티가 자신들의 요트를 교육용으로 내놓았다. 이렇게 해서 길이 8.5m(28feet), 9.1m(30feet), 10.4m(34feet), 11.6m(38feet) 등 4척의 요트가 모였다. 월요일만 빼고 주말 포함해 매일 수업을 한다. 수강생들의 여유시간을 고려해 학생반(오후 3시30분∼5시30분), 직장인반(오후 5시30분 이후)으로 나눴다.



 요트교실 개설을 알리는 전단을 돌리니 초·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어른 등 20여 명이 금세 모였다. 수강생들에게는 월 10만원의 동호회비만 받고 요트 항해술을 가르친다.



 “요트를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레저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녀는 고급항해술을 지도하기 위해 요트로 일본 후쿠오카(福岡)나 쓰시마(對馬島)를 다녀오는 먼거리 항해도 준비하고 있다. 그녀의 요트교실에서 세계일주 기록자들이 나오도록 하는 게 꿈이다. 문의 070-7529-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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