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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의 깔끔함+프렌치 깊은 맛 독특한 매력 갖춘 자연주의 요리

중앙일보 2012.12.06 04:10 4면 지면보기
류태환 셰프가 간장새우가 곁들여진 ‘로 피쉬(오른쪽)’와 시그니처 메뉴인 ‘포크 벨리&스케이트 윙’을 소개하고 있다.



스타 셰프의 맛집 류태환 셰프의 ‘류니끄’

다섯 명의 요리사가 점심 준비로 분주하다. 0.5층에 위치한 구조 덕분에 대로에 서면 주방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초록색 창틀 속, 흰색 요리복을 입고 음식을 만드는 만화 같은 풍경은 사람들을 레스토랑 안으로 이끈다. 레스토랑 ‘류니끄’. 류태환 셰프의 유니크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글=하현정 기자 , 사진=김경록 기자



점심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고급 레스토랑인데도 인근 직장인들의 발길이 잦다. 비결은 저렴한 런치 코스에 있다. 가격은 1만5000원. 원래 3만원이던 것을 4개월 전부터 절반 가격으로 내렸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내 요리를 접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가격=명성’이라는 제 스스로의 편견을 깨자는 결론을 내렸죠.”



 런치 코스에는 스프와 샐러드, 메인 요리, 디저트와 차가 모두 제공된다. 저렴한 가격에 제대로 된 특별한 요리를 접한 사람들은 저녁에 정식 디너를 즐기기 위해 다시 류니끄를 찾는다. 일주일에 다섯 차례씩 들르는 이도 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이 곳을 찾는다는 김미라(39·강남구 신사동)씨는 “일식의 깔끔함과 프렌치 요리의 깊은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서 좋아해요. 유학도 다녀온 셰프라는데 이렇게 싸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단가를 낮추니 유통업체로부터 식재료를 공급받던 시스템도 바꿔야 했다. 이젠 류 셰프가 일주일에 한번씩 가락시장으로 직접 장을 보러 간다.



일본·호주·영국 톱 클래스 레스토랑 경험 바탕



류니끄는 스시와 파스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류 셰프는 일본 핫토리요리학교 졸업 후 세계적인 퓨전일식전문점 ‘메구’를 시작으로 시드니의 월드 클래스 레스토랑인 ‘록풀’과 ‘벤틀리’, 런던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고든램지’를 거친 실력파 요리사다. 2003년부터 시작된 요리를 향한 여정은 8년 동안 이어졌다. 일본·호주·영국의 톱 클래스 레스토랑을 두루 거친 이력은 업계에서도 흔치 않다. ‘다양한 문화와 요리를 접해본 후 나만의 요리를 만들겠다’는 그 만의 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건 아버지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해양학자였던 아버지는 유난히 요리를 좋아했고 집에서도 요리를 즐겼다. 어느 날 그에게 아버지가 “요리를 한번 해보라”며 “요리하는 사람이 대우 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요리를 하되 일류가 돼라”고 덧붙였다.



 2003년 일본 핫토리요리학교로 떠났다. 저녁부터 아침 7~8시까지 식당에서 일하고 낮에는 어학교와 요리학교를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5년이 지나고 시드니로 옮겨갔다. 50여 곳의 레스토랑에서 이력서를 모두 퇴짜 맞고 간신히 예전 스승의 추천으로 테스트 기회가 주어졌다. 성실한 태도에 셰프들은 그를 받아들였다. 낮에는 프렌치 레스토랑 ‘록풀’에서 설거지와 잡무를 하고 저녁에는 ‘벤틀리’에서 요리 섹션을 맡아 음식을 만들었다. 낮에는 주방 보조로, 저녁엔 요리사로 일한 것이다. 호주에서 1년을 지내고 다시 영국으로 갔다. 수많은 퇴짜를 거쳐 그가 이력서를 내민 곳은 악명 높은 ‘고든램지’. 우여곡절 끝에 테스트 기회를 잡았고 셰프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때 만난 헤드 셰프가 클레어 스미스다. 요리를 하고 주방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경외심을 갖게 한 스승이다. 다른 나라로 이동할 때마다 다들 함께 더 일하자고 그를 붙잡았다. 일본 ‘메구’에서도, 시드니 ‘벤틀리’에서도 까다롭다는 영국 ‘고든램지’에서도 그랬다. 특히 고든램지를 떠날 때 클레어 셰프가 작별 선물로 만들어 준 한국식 찜닭 요리는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돼지고기·가오리·배추 곁들인 삼합 메뉴 인기



가로수길과 이태원의 레스토랑 두 곳을 성공적으로 론칭시킨 후 드디어 지난 해 10월, 꿈에 그리던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류니끄의 시그니처 메뉴는 ‘포크 벨리와 스케이트 윙’. 그가 개발한 요리로, 우리나라 ‘삼합’ 같은 음식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돼지고기와 비리지 않은 가오리 요리의 조화가 이채롭다.



“삼합은 정말 매력적인 요리예요. 각 재료가 고유의 맛을 내면서도 서로 어우러지는 맛이 정말 특별하죠. 요즘은 장흥 삼합을 응용하고 있어요. 키조개와 표고버섯, 쇠고기를 조화롭게 구성해 새로운 메뉴로 탄생시키는 거죠.”



 그가 추구하는 것은 자연주의 요리다. 식재료의 맛을 살린 심플한 요리다. 다른 맛을 덮어버리는 무거운 소스도 없다. 결국 맛을 내는 것은 식재료라는 얘기다. 화려한 음식보다 가장 기본에 충실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식재료를 알기 위해 지방 요리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외래 교수로 강의를 나가고 있는 혜전대 학생들과 지방 장터도 종종 둘러본다.



 류니끄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정착시킨 후 브랜드를 확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단품 메뉴만 판매하는 세컨드 브랜드는 1~2년 내로 론칭할 계획이고, 프리미엄 브랜드도 구상하고 있다. 언젠가 류니끄를 떠올렸을 때 ‘온니 원’ 레스토랑이라는 평가를 듣게 될 날을 기대한다. 이 곳의 메뉴는 다른 곳의 요리와 대체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맛과 대체될 수 없는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류니끄’다.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레스토랑의 심볼도 ‘삐에로의 공’이에요. 대중들을 웃기고 울리면서 공감하는 삐에로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다스려주는 셰프가 되고 싶습니다.” 



‘류니끄’ 는 …

주소 강남구 신사동 520-1 문의 02-546-9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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