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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안철수 집 앞서 30분 넘게 기다렸지만

중앙일보 2012.12.06 00:59 종합 3면 지면보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5일 서울시립대에서 대학생과 포옹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5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의 안철수씨 자택을 전격 방문했다. 그러나 안씨가 집을 비워 만나진 못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수행원 2명을 대동하고 안씨의 자택이 있는 용산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찾아갔다.

문, 안철수 집 갔지만 만남 불발 … 안, 박선숙과 불화설
집 앞에서 30분 넘게 기다려
안 측 “연락 있었지만 집 비워”
박선숙 “당장 문재인 전폭 지원”
안 “내가 판단하겠다” 제동 걸어



 문 후보는 아파트 1층 프런트 데스크를 통해 안씨가 집에 있는지 확인했지만 집이 비어 있음을 알고 30여 분을 더 기다렸다. 하지만 안씨가 오지 않아 결국 발길을 돌렸다. 그를 알아본 일부 아파트 주민은 문 후보의 방문 사실을 페이스북 등에 올리기도 했다.



 안씨 측 유민영 대변인은 “(문 후보의 방문은) 사전에 조율된 게 아니다”며 “찾아오신다는 연락 정도는 있었던 것 같지만 다른 일정 때문에 그 시간에 집에 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안씨가 문 후보가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았느냐”는 물음엔 “연락이 있을 수 있겠으나 안 전 후보는 그때 없었다”고만 했다.



 회동 불발은 안씨가 문 후보와의 만남을 꺼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 후보가 방문하겠다고 연락했는데도 집을 비웠고,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되돌아오거나 제3의 장소에서 만나지도 않았다. 이에 따라 문·안 두 사람 사이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후보의 깜짝 방문은 그만큼 민주당의 사정이 다급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사례는 예전에도 적잖았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는 ‘지지 철회’를 선언한 정몽준 후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성북동 자택을 찾았고, 2007년 대선에선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의 지지를 구하기 위해 그의 삼성동 자택을 세 번이나 찾아갔다.



 안씨가 문 후보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그와 민주당 출신 측근들 사이의 불화설도 불거지고 있다. 문 후보 지원 시점과 강도를 둘러싼 의견 차이 때문이다. 안씨는 이날 박선숙 전 공동선대본부장 등 핵심인사들과 만나 문 후보 지원방안을 논의했지만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본부장 등은 안씨에게 “당장 문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재촉했지만 안씨는 “내가 판단하겠다”며 확답을 하지 않아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고 한다.



이날 문 후보 지원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열릴 예정이었던 안씨 측 대책회의와 기자회견도 갑자기 취소됐다. 안씨는 전날에도 서울 종로 옛 선거캠프에서 문 후보 지원방안을 논의 중이던 참모 회의에 예고 없이 나타나 “오늘은 결론을 내지 말라”고 한 뒤 자리를 떴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민주당 출신 참모들이 문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기울고 있는 데 대해 안씨가 연일 제동을 건 셈이다.



 안씨는 민주당 출신 일부 측근의 언론플레이를 못마땅해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들이 언론에 “조만간 지원 유세에 합류할 것”이란 말을 흘려 자신을 압박하고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한 핵심측근은 “이미 안씨는 백의종군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가장 낮은 곳에서 조용히 문 후보를 돕겠다는 뜻”이라며 “일부에서 후보의 뜻을 마음대로 주물러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안씨가 주변에 자중해 달라는 뜻을 전한 걸로 안다”며 “일부 참모가 자신들의 정치적 장래를 생각해 본인을 이용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안씨는 주변에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정리해보니 실패한 원인이 10여 가지 되는 것 같다. 소수에게만 너무 많은 권한을 줬던 게 실패 원인 중 하나였던 것 같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선거전을 총괄했던 주요 인사들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셈이다.



 한편 문 후보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진중권 동양대 교수, 소설가 황석영씨 등 범야권 인사를 포함한 ‘대통합 국민연대’를 이르면 6일 발족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작 안 후보의 지원을 끌어내는 데 실패해 범야권을 총결집시킨다는 전략엔 차질이 빚어졌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홍익대 앞 유세에서 “감동을 주는 단일화를 하지 못해 송구스럽다. 안 후보를 지지하시는 분들의 허탈감, 상실감이 클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렇다고 정권교체와 새 정치의 꿈을 접겠습니까. 이제 다시 힘을 합쳐야죠?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라고 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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