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낮 12시 서울 강서대교 부근 강변북로. 일산에서 구리 방향으로 달리던 차량들이 일제히 비상등을 켜고 시속 10㎞ 미만의 거북이걸음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흩날리던 눈발이 갑자기 거세졌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낮 12시부터 한 시간 동안 서울지역에만 3㎝ 가까운 폭설이 쏟아졌다. 이날 서울지역에 내린 눈은 7.8㎝. 12월 상순(1~10일) 적설량으로는 3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시간 동안 강변북로 구리 방향 도로에서는 10여 건의 교통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조정호(42)씨는 “눈이 갑자기 내리기 시작하더니 1㎞를 달릴 때마다 추돌사고를 한 건씩 목격했다”며 “강서대교에서 마포로 빠져나가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등 도시고속도로와 세종로·테헤란로 등 주요 도로도 주차장으로 변했다.
“강변북로 1km마다 추돌 목격”
어제 전국 곳곳 사고, 의정부 경전철은 멈춰
제설 다 못해 이면도로 빙판 위험

오후 1시40분엔 운행 중이던 의정부경전철이 갑자기 멈춰 섰다. 이 사고로 상·하행선 총 10대의 전동차 운행도 함께 중단되면서 승객들은 폭설 속에 걸어서 대중교통을 갈아타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공항에선 일부 항공편이 결항됐다. 오후 6시까지 김포공항에서 국내선 63편, 인천공항에서 국제선 29편의 도착·출발이 취소됐다. 해상에서는 인천~백령·연포와 목포~홍도를 오가는 여객선 12개 항로 17척의 운항이 중단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지자체 공무원들도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중대본은 이날 오전 6시부터 비상근무에 돌입해 전국 제설 취약구간 1520곳에 염화칼슘·소금 16만7000t을 배치했다. 서울시는 오후 2시부터 공무원 6500여 명과 제설장비 1060대를 동원해 염화칼슘·소금 3187t을 도로에 뿌렸다. 구청과 동사무소 직원들은 이면도로 제설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쌓인 눈에 비해 장비와 인력이 부족해 빙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눈발이 오후 5시부터 잦아들어 교통 정체가 풀리면서 퇴근길 대란은 없었다. 대신 시민들이 지하철역으로 몰려들어 평소보다 크게 붐볐다. 서울시는 폭설로 시민의 지하철 이용이 늘어남에 따라 5일 막차시간을 30분 연장했다. 6일 출근시간 집중배차 종료시점도 평소 오전 9시에서 30분 연장하고 32회 증회 운행하기로 했다.
이날 서울지역에 내린 폭설은 서해의 따뜻한 수증기와 영하 40도의 상층 공기가 섞이면서 순간적으로 대형 눈구름이 만들어진 게 원인이다. 기상청 장현식 통보관은 “서울은 6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로 예상되는 등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이 영하로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5일 내린 눈이 밤새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돼 6일 출근길 교통 안전과 수도관 동파 방지에 각별한 유의를 당부했다. 기상청은 7일 눈이 내린 뒤 주말인 8일 다시 강추위가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정봉·송지영·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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