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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 가족에게 떠맡기지 말고 본인이 미리 준비해야

중앙일보 2012.12.06 00:26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보고 싶다. 4년 전 이맘때, 엄마는 우리 곁을 떠나셨다. 떠나신 게 아니라 보내 드렸다고 하는 게 맞을 거다. 그때 인공호흡과 강제영양공급 중단을 결정한 사람은 나였으니.



 엊그제. ‘줄 10개씩 달고…억지 생명연장은 싫다’라는 기사를 봤다. [중앙일보 12월 3일자 8면]



 늘 골골 아프셨던 엄마. 아버지 먼저 떠나시고 홀로 30년을 사시다가 76세 어느 날.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갔다가 병원에 입원하시고 7개월을 앓다가 끝내 일어나지 못하셨다. 그때 이해하기 힘든 게 있었다. 모든 장기가 수명을 다해서 회복하기 힘들 것 같다던 의사가, 갑자기 췌장암이 의심된다며 정밀검사를 하겠다는 거다. 암이 확인되면 고칠 수는 있는 거냐고 물었더니 이 상태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병이 의심되면 고칠 수 있건 없건 상관없이 끝까지 치료하는 게 병원의 의무라고 하면서. 알아도 고치지도 못할 걸 왜 고생시키나 싶었지만, 거절할 입장도 못 되었다. 결과는 암이 아니었지만, 정밀검사가 아픈 몸에 무리가 되셨던지 엄마는 결국 줄 10개씩 달고 중환자실로 가시게 되셨다. 얼마 후 더 나빠져서 인공호흡과 영양공급까지 해야 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결정할 시점이 되었다.



 담당의사에게 “선생님 어머니라면 어떻게 하실 거냐” 물었더니 “가망이 전혀 없으셔서 저라면 편히 보내 드리겠다” 하신다. 의사인 선배 언니도 같은 의견이다. 식물인간이 되면 그건 더 이상 엄마가 아니라고 하면서.



 매몰찬 그들이 야속해서 “식물인간도 몇 년 만에 깨어나는 사람도 많다던데…” 울면서 말을 잇지 못했더니 선배 의사언니 말이, 그 경우는 장기나 다른 컨디션이 좋은 사람들 얘기이고 엄마는 회생확률이 거의 제로라고 한다. 오빠는 자식 입장에서 끝까지 해 드려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고, 난 잘 모르겠고. 하여간 며칠 동안 가족들이 의논한 끝에 그냥 편히 보내 드리기로 결정했다. 누가 그랬던가. 귀는 가장 늦게까지 감각이 남는다고. 엄마 귀에 입을 살며시 댔다. 따뜻하다. 식물엄마에게 속삭였다. “엄마, 힘든데도 잘 참아줘서 고마워. 이제 그만 가도 돼. 먼저 가서 좋은 자리 잡아놓고 기다려.”



 그렇게. 난 그렇게. 엄마를 보냈다. 과연 잘한 건가. 가끔 상상을 한다. 그때 연명치료를 했더라면, 숨이 탁탁 막히고 몸서리치게 그리운 오늘 같은 날. 막 달려가 만져볼 수도 있는 식물엄마가 어느 병원 어느 침대에 누워 계시려나.



 ‘회생확률이 제로에 가깝다’ 했다. 제로에 가까운 건 제로는 아니다. 그때 연명치료를 해볼 걸 그랬나. 하지만 간, 대장, 소장… 모조리 회생불능이라 했는데.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라. 가족에겐 그 어떤 치료도 무의미하지 않다. 사전의료의향서가 가족에겐 큰 짐일 거다. 아무래도 본인이 작성해야 될 것 같다.



글=엄을순 객원칼럼니스트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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