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의 날 ‘금탑산업훈장’
구윤회 에이스브이 대표
“할 수 있습니다.”
산업용 밸브 제조업체인 에이스브이의 구윤회(63) 대표가 답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서 그런 밸브를 만든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창업 3년차, 겁없는 ‘초짜’ 사장이 얼떨결에 내뱉은 대답이었다.
대수로청 간부는 “일본과 독일 회사로부터 견적을 받았는데 너무 비싸고 납기가 늦어서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귀국 후 구 대표는 납기를 6개월로 적은 견적서를 발송했다. 독일 회사는 12개월, 일본 회사는 10개월에 완성할 수 있다고 한 작업이다. 며칠 후 ‘납기를 4개월로 단축할 수 있으면 계약하자’는 답이 왔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구 대표는 현대중공업 근무 시절 하던 ‘돌관작업’을 떠올렸다. 순서대로 진행해야 할 작업을 동시다발로 여러 명을 투입해 공기를 줄이는 방식이다. 전 직원이 밤낮으로 작업한 결과 3개월12일 만에 부산항에서 집채만 한 크기의 대형 밸브를 선적했다.

구 대표는 샐러리맨 출신이다. 부산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조선·해양사업부 임원으로 퇴직할 때까지 27년간 배관설계를 주로 했다. 퇴직을 앞두고 제2의 인생 설계를 하던 중 창업을 결심했다. 인생은 대학졸업까지가 1라운드, 50대 초반까지 직장생활이 2라운드라면 그 이후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3라운드로 구성돼 있다는 소신에 따랐다.

구 대표는 경영 원칙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직원들 월급은 꼬박꼬박 제때 준다는 것과 원자재 구매대금은 반드시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것. 지금까지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고 했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공급업자들이 제품을 서로 주려고 하기 때문에 질 좋고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할 수 있고, 직원에게 신의를 지키면 그 이상으로 회사에 기여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원칙이다.
구 대표는 "돈 500만원을 빌리러 가서 자존심도 상해봤고, 개발이나 생산 일정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적도 많았으나 하고 싶은 일을 해서 행복하고 인정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