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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집서도 금연 어기면 10만원…PC방은?

중앙일보 2012.12.05 01:14 종합 2면 지면보기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한국 성인 남성 10명 중 7명이 담배를 피웠다. 담배가 몸에 나쁜지도 잘 몰랐다. 그러다 보니 버스나 기차 안에서도 연기를 뿜어댔다. 심지어 영화관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이들이 있어 관객들을 콜록거리게 했다. 애연가들로선 아무런 제약이 없던 호시절이었다.


정부 시행 … 밀폐 흡연실선 허용
담배 포장에 멘솔·커피 등 못 써

이제는 이런 자유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가 됐다. 웬만한 식당은 말할 것 없고, 호프집이나 커피전문점에서도 담배를 물기 힘들게 된 것이다. 직장인들이 맘 놓고 담배 피울 수 있는 데는 당구장·스크린골프장 정도만 남게 됐다. 95년 공연장·예식장·병원·버스 등에 처음 금연구역을 만든 이후 17년에 걸쳐 확대해오다 이제는 식당까지 포함한 것이다.





 8일부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건강증진법 시행령·시행규칙이 시행된다. 금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4일 강력한 흡연 규제 정책을 공개했다. 그동안 영업장이 150㎡(45평) 이상 식당(호프집·커피전문점 포함)은 면적의 절반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면 됐다. 칸막이 없이 구역만 나누다 보니 담배 연기가 넘어왔다. 실효성이 적었다. 8일부터는 이 규모 이상의 식당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다. 7만6000여 곳이 해당한다.



 다만 일부 커피전문점처럼 천장에서 바닥까지 유리 벽으로 밀폐된 흡연실을 설치할 경우 흡연을 허용하기로 했다. 담배 연기가 빠져나가지 않아야 한다. 그 안에서는 지금처럼 흡연자들이 커피를 마실 수 있지만 2015년부터는 테이블을 치워야 한다. 흡연만 하라는 뜻이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식당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지금은 5만~10만원인데 일률적으로 10만원으로 올렸다. 만약 주인이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으면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복지부 임종규 건강정책국장은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 당장 8일부터 과태료를 물리지는 않겠다”며 “내년 6월까지 홍보를 계속하고 그 이후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식당 금연은 2014년에는 100㎡(30평) 이상 15만 곳으로 확대되고 2015년부터는 모든 식당에 적용된다. PC방은 내년 6월 금연이 시행된다. 흡연실을 두되 그 안에서 게임은 할 수 없다. 하지만 흡연자들은 반발한다. 이모(49)씨는 “담배 한 갑을 통해 내는 세금이 얼마인데 흡연자 인권을 너무 무시한다”며 “직장에서도 계단에서 추위에 떨며 피우는데 치킨집에서조차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느냐”고 말했다.



 복지부는 담배 이름이나 포장, 광고 등에 멘솔·커피·애플민트·체리·아로마 등의 표현을 쓸 수 없게 했다. 그러자 KT&G가 멘솔은 아이스(Ice)나 그린(Green)으로 바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복지부가 손을 못 대는 정책도 있다. 담뱃값을 2500원에서 5000원으로 대폭 올리고 담뱃갑에 폐암사진 등 경고그림을 부착하는 것이 그것이다. 95년 이후 나온 담배 규제 정책 중에서 흡연율 저하에 가장 큰 효과를 낸 게 2004년 가격 인상(500원)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물가 상승과 담배농가 피해 등을 우려해 말도 못 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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