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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명인’ 전광수 대표가 말하는 커피 이야기

중앙일보 2012.12.04 11:34
전광수 대표가 ‘전광수커피하우스’ 서울 명동본점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커피 마시고 있는 모습을 찍었다. 유리창의 그림은 전 대표가 로스팅하고 커피 내리는 모습을 직원들이 그려 놓은 것.



“커피에 설탕 넣을 때 눈치 보인다구요? 입맛대로 즐기면 그만”

“커피는 그 맛과 향이 정말 다양해요. 커피를 업으로 삼는 나조차 싫증나지 않을 만큼요.” 국내 대표적인 로스터이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커피아카데미와 커피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전광수(49)대표의 이야기다. 20년째 커피를 공부하고 세상에 전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평생을 커피와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서울 명동에 있는 ‘전광수커피하우스’. 전 대표의 손에는 조금 전 추출한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들려 있었다. 이곳처럼 전 대표의 이름을 내건 커피점은 전국에 14곳이다.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명동점을 제외하고 다른 매장은 전 대표에게 커피를 배우고 뜻을 함께 하는 제자들이 운영하고 있다. 여느 프랜차이즈 커피점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각 매장에는 ‘전광수커피하우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맛과 향, 분위기가 있다.



전 대표가 커피에 입문한 것은 20년 전이다. 그는 1990년대 초 잘 다니던 제약회사를 그만두고 커피업계에 뛰어들었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로스팅(생두에 열을 가하여 볶는 것)이었다.



“우연히 외국 서적을 봤는데 로스팅에 대해 쓰여 있더라고요. 커피하면 자판기, 믹스커피가 다인줄 알던 시대였죠. 로스팅하는 과정에 따라 커피콩의 색이 변해가는게 재미있었습니다.” 수확한 커피콩은 처음 녹색을 띄지만 로스팅 과정을 거치면 점차 노란색, 갈색으로 색이 변한다. 그리고 로스팅에 따라 커피의 맛이 다르다는 것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평소 싫증을 잘 내지만 커피는 공부할수록 호기심이 생겼다. 커피 공정무역으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선라이즈 커피공장을 찾아 커피에 대해 배웠다. 전세계 커피농장으로 투어도 다녔다. 인도네시아 슈마트라섬에 있는 농장에서 맛본 커피의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주전자에 곱게 간 원두와 물, 설탕을 넣고 끓인 터키식 커피였다.



이렇게 커피를 배워가던 그는 2002년 색다른 길을 선택했다. 여느 커피 전문가처럼 카페를 차리고 장사를 한 게 아니라 교육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커피공방을 꾸리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로스팅 기술을 가르쳤다. 2004년에는 서울 명동에 ‘전광수커피아카데미’의 문을 열었다. 그간 전 대표에게 커피 로스팅을 배운 400명 제자 중 150명 이상이 창업을 했다. “지점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명동 본점의 손님이 줄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흡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커피 인생이 늘 잘풀렸던 건 아니었다. 커피아카데미를 열고 4년 정도는 임대료를 못 낼만큼 사정이 좋지 않았다. 로스팅 자체가 생소한 탓에 이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2007년 아카데미 옆에 전광수커피하우스의 문을 연 것은 부수입을 얻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커피 매장은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그의 커피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때부터 ‘전광수표’ 로스팅이 널리 알려지면서 커피전문가로 자리매김하는 전기를 잡았다.

 

세계적 추세는 블렌딩 커피



전 대표는 “커피를 즐기는 데 특별한 원칙이 없다”고 강조했다. 커피는 그냥 기호식품이라는 것이다. “커피를 마실 때 쓰게 느껴져 설탕을 넣고 싶지만 옆 사람의 눈치를 보다 못 넣는 사람들이 있어요. 커피는 설탕을 통째 부어마시든, 열 숟가락 넣어 마시든 상관없어요. 촌스러운게 아니예요.” 커피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는 말이다. “자신의 입맛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맛대로 즐겨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여러 곳의 카페를 가보라고 조언했다. 각각의 카페마다 맛있는 커피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커피 입맛을 찾을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어울리는 커피도 귀띔해 주었다. 지금처럼 몸이 움츠러드는 추운 겨울에는 케냐·인도네시아·만데린처럼 보디감(입 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이나 무게감)이 있는 커피가 어울린다. 봄에는 에디오피아처럼 산미가 강하고 향이 있는 커피를, 여름에는 코스타리카처럼 레몬과 오렌지향이 나는 커피를, 가을에는 과테말라처럼 화산 토양에서 자라 스모키한 커피를 추천했다.



전 대표는 로스터의 취향이나 기호가 궁금하다면 블렌딩 커피를 마셔보라고 권한다. “여러 종류의 원두를 섞어 사용하는 블렌딩 커피는 로스터의 노하우가 모여진 결정판이지요.” 한 가지 원두로 만드는 커피는 커피점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블렌딩은 여러가지 원두를 섞기 때문에 로스터가 어떤 원두를 어떤 비율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커피의 맛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커피아카데미를 키워 커피스쿨로 만드는 것이다. “커피스쿨에서 1년이나 2년 정도의 교육과정을 마친 후에는 어디서나 인정받는 로스터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꿈은 외국의 커피농장을 사는 것이다. 커피가 자라서 열매를 맺는 과정을 직접 보고 나면 커피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글=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 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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