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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 함께 걸었다, 불신이 사라졌다

중앙일보 2012.12.04 01:52 종합 34면 지면보기
1일 박재석 사장이 직원 170여 명과 함께 종주팀 맨 앞에서 눈쌓인 지리산을 오르고 있다. [사진 S&T중공업]


1일 오후 지리산 천왕봉. 하얗게 쌓인 눈을 밟으며 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S&T중공업 직원 170여 명이 하나 둘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 한 사람이 정상에 발을 디디는 순간, 직원들은 얼싸 안고 “우리가 해냈다”며 환호성을 울렸다. 천지신명께 올리는 제사상도 차렸다. 상에는 돼지머리 대신 S&T중공업 개발한 K-2 전차의 변속기(1500마력) 모형이 올랐다. 이 모형은 천왕봉 아래 공터에 다시 묻혔다. 자주국방과 회사발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다.

박재석 S&T중공업 사장
4년8개월간 노사 3469명
48차례 산행 모두 앞장서



 S&T중공업의 이날 등반은 ‘S&T 도전! 백두대간 대장정’의 막을 내리는 행사였다. 직원들은 이날 오전 본사가 위치한 창원을 출발, 산청군 중산리~장터목 등을 거쳐 천왕봉 구간(접속구간 포함 12.4㎞)까지 48차 산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국내 처음 있는, 기업 차원의 백두대간 종주다. 대장정은 꼬박 4년8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종주거리만 850.49㎞(접속구간 111.77㎞), 참가 연인원 3469명(중복 포함)에 이른다.



 이 종주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끈 이가 박재석(53) 사장이다. 그는 2007년 말 회의에서 “세계 경제위기가 닥치고 그 위기는 장기화될 것”이라며 “할 수 있다는 위기극복의 정신이 필요하다”며 대장정을 제안했다.



 첫 종주는 2008년 4월 19일 설악산 진부령~마산~대간령~신선봉~미시령 구간(15.6㎞)에서 시작됐다. 이후 한 달에 1~2차례 주말에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 을 차례로 정복했다.



 그는 차량으로 이동할 때나, 산행을 하며 직원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가파른 등산로나 정상에서는 ‘We Can Do It’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박 사장은 “소위 ‘계급장’을 떼고 똑같이 버스 타고 등산복 입은 채 힘든 산행을 하고 종주 뒤 삼겹살을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소통과 신뢰가 쌓여갔다”고 말했다. 그런 게 통했을까. S&T중공업(직원 1130명)은 산행 3년 만인 지난해 7월 임금교섭을 처음으로 무쟁의로 타결했다. 만성 노사분규 사업장이던 통일중공업을 2003년 인수합병(M&A)한 이후 9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2004년부터는 매년 15~20%씩 매출이 신장됐다. 지난해 말 6100여억원의 매출, 5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달 초엔 한국표준협회 주관 ‘제38회 국가품질경영대회’서 기업체 부문 최고상인 ‘국가품질대상’을 받기도 했다.



 박 사장은 “함께 땀흘린 결과 반목, 불신이 없어진 것 같다”며 “대장정의 도전 정신은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회사 측은 종주 도록과 다큐 영상을 연말에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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