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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를 노래하는 뮤지컬 ‘내사랑 내곁에’

중앙일보 2012.12.04 01:02
영화 ‘건축학 개론’이 시작이었다. 복고열풍은 이제 1970~80년대에서 1990년대로 완전히 넘어왔다. 카세트테이프와 CD플레이어, 노래 ‘기억의 습작’과 ‘챠우챠우(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 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정도만 되짚어봐도 가슴이 아련해진다. 90년대 회상 시리즈는 지난 여름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올해 그 마지막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는 뮤지컬 ‘내사랑 내곁에’다.


오르골에서 멜로디가 흘러나오면 160분 동안 타임머신을 타게 된다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사이’, 이승환의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이범학의 ‘이별 아닌 이별’을 작곡한 오태호의 노래가 하나의 뮤지컬로 꿰어졌다. ‘내사랑 내곁에’의 연출 전계수 감독은 원곡 그대로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노래에 추억을 갖고 있는 관객들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다. 작곡가 오태호도 “요즘 대중이 90년대 음악을 다시 찾는 건 당시 음악이 가지고 있는 순수성, 그 힘 덕분일 것”이라 말하며 “그런 모습이 뮤지컬에도 반영돼 흐뭇했다”는 평을 전했다.



 추억 속 노래는 이제 뮤지컬 주요 넘버가 돼 극을 이끈다. 뮤지컬 속 가장 강력한 대사도, 6명의 주인공을 하나로 이어주는 매개체도 모두 당시 노랫말이다. 우리가 흥얼거렸던 그 노래가 한 작품에서 어떤 구조를 갖고 어떻게 엮이는지 지켜보는 것이 주크박스 뮤지컬의 재미다.



 작품의 배경은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윤주와 세용,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복희와 강현, 미련할 정도로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승윤의 이야기가 퀼트처럼 꽉 짜여있다. 극에 등장하는 오르골은 이 세 커플의 연결고리다. 어떤 이는 오르골을 전하며 사랑의 끝을 맺고, 또 어떤 이는 그 노래를 부르며 현재의 사랑을 만난다. 오르골을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는 ‘기억 속의 멜로디’ 역시 1990년대를 대표하는 오태호의 노래다. 극의 상황, 넘버, 대사 모두 1990년대 감성이다. 막이 오르고 내려가기까지 160분, 관객은 짧은 시간 동안 긴 여운이 남는 타임머신을 타게 된다.



영화 감독 전계수, 뮤지컬 첫 도전



 연출자 전계수는 올해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러브픽션’의 감독이다. 영화감독이 뮤지컬 연출을 맡게 됐다는 말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하지만 전 감독의 영화 데뷔작 ‘삼거리 극장’을 본 사람이라면 이내 한시름 놓을 것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독특한 화면 구성과 재치있는 넘버들은, 그야말로 ‘뮤지컬 감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극의 또 다른 연출자 김장섭은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전 감독을 찾아가 자신이 이 영화를 뮤지컬로 연출해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청한 적 있다.



 ‘내사랑 내곁에’는 전 감독의 새로운 작품세계가 시작되는 공연이다.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처음엔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를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의 차이 정도로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막상 공연 준비에 들어가니 ‘중국어와 프랑스어의 차이’라고 한다. 뮤지컬 무대에는 영화에서의 편집 과정이 생략되고, 하나의 무대 위에 배우의 드라마·음악·조명·특수효과를 한꺼번에 쏟아내야 한다. 차이를 절감한 그는 김장섭 연출에게 SOS를 쳤다. 공동연출의 제의를 받은 김연출은 “전 감독이 대본을 탄탄하게 써 할만하다 싶었다”며 “나도 이 작품을 통해 전 감독과 영상·특수효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극에서는 배우 홍지민·배해선이 제주도에서 허브농장을 운영하는 윤주 역을 맡아 40대의 로맨스를 연기한다. 홍지민은 자신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역할을 고사했지만 “미운 오리 새끼 같은 공효진도 러블리 걸로 만들었고, 수컷 냄새 나는 하정우도 찌질한 사람으로 만든 나”라고 말한 전 감독의 자신감을 믿고 따르기로 결심했다. 김정민·박송권은 윤주의 옛 사랑이자 사진작가인 세용 역을 맡았다. 특히 김정민은 “세용과 나는 자라온 환경이 비슷해 매우 공감하고 있다”며 작품을 기다리는 관객에게 세용이 어떤 남자인지 궁금케 했다.포미닛의 전지윤과 뮤지컬 배우 유주혜는 발레리나 복희로 분한다.



 뮤지컬 ‘내사랑 내곁에’는 12월 11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VIP석 10만원,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인터파크, 옥션, 예스24, 클립서비스에서 예매 가능하다.



<글=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 사진=아담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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