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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3대 이은 총리 가문 7700억원 해외 빼돌린 의혹

중앙일보 2012.12.04 00:44 종합 24면 지면보기
파판드레우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60) 전 그리스 총리의 모친이 수천억원이 든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를 보유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주간지 프로토 테마 등 그리스 언론은 마거릿 파판드레우(89)가 5억5000만 유로(7700억원)가 예치된 스위스 HSBC 은행 차명계좌를 가지고 있었음이 세무당국 고위 관계자의 말을 통해 확인됐다고 2일 보도했다.


파판드레우 전 총리 어머니
스위스 차명 비밀계좌 보유

 파판드레우 전 총리의 어머니인 마거릿은 그리스 사회당 창립자인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의 첫째 부인이었다. 이 집안은 3대에 걸쳐 총리를 지낸 그리스 최고의 명문가다. 미국 태생인 마거릿은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정치 활동을 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보도로 인해 그리스인들이 분노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그리스의 노조 등은 “복지 지출 때문이 아니라 부자들이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나라가 거덜 났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영국 등 유럽 국가에 그리스인의 부동산 투자가 급증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파판드레우 전 총리는 2009년 취임 직후 재정위기가 발생하자 ‘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세원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돈을 해외로 빼돌리는 부자들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긴축 정책에 국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긴축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난국을 돌파하려 했으나 정치적 불안을 우려한 유럽연합(EU)의 구제자금 지원 중단 압박에 못 이겨 지난해 11월 총리직을 내놓았다. 그는 퇴진 뒤에도 사회당을 이끌고 있다.



 파판드레우 전 총리와 그의 모친은 보도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파판드레우 전 총리는 “나의 깨끗한 공직 경력을 오염시키기 위한 중상모략”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하지만 FT는 그리스 검찰이 정치인들에게 마거릿의 비밀 계좌에 대해 설명했음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계좌 내역은 2년 전 그리스 정부가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이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현 국제통화기금 총재)로부터 건네받은 그리스인 2000명의 스위스 은행 정보에 포함된 것이다. 그중 ‘마리아 판텔리’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의 실소유주가 마거릿이라는 게 프로토 테마에 보도된 세무당국 관계자의 주장이다.



 프랑스는 2009년 스위스 HSBC 직원이 빼돌린 8만 개의 계좌 정보를 입수해 탈세 조사를 벌이면서 주변국에 일부 정보를 나눠줬다. 프랑스 직원 에르베 팔시아니가 독일 정부 등에 팔 목적으로 유출한 계좌 정보에는 2006∼2007년의 예금 내역이 들어 있다.



 그리스에서 ‘라가르드 리스트’라 불리는 2000명의 계좌에는 총 15억 유로(2조1100억원)가 예치돼 있었다. 계좌 주인에는 사업가·정치인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 정부는 이에 대한 정식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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