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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가들과 함께하는 ‘유쾌한 집짓기’ ② 임형남·노은주 ‘1월의 집’

중앙일보 2012.12.04 00:42 종합 27면 지면보기
50대 중년 부부의 꿈이 담긴 전주 덕진구 반월동 ‘1월의 집.’ 서쪽으로 기우는 땅의 모양을 따라 생활을 위한 목조주택과 여가를 위한 벽돌집이 위아래로 자리잡았다. 집 오른편으로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사진작가 박영채]


결혼 후엔 줄곧 아파트에 살았다. 편리했지만, 갈증도 컸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은 어린 시절을 보낸 ‘땅을 딛고 선 집’이 그리웠고, 미술교사인 아내는 자연 속의 아틀리에(화실)가 필요했다. 남편은 언젠가 아내에게 “50세가 되기 전 텃밭이 있는 집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쉼 있는 본채, 꿈 있는 별채 … 50대 부부의 로망 이뤄주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았다. 두 아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다른 도시로 떠난 후에야 부부는 소망했던 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지난 10월 전북 전주시 반월동에 들어선 ‘1월의 집’이다. 베이비붐 세대인 50대 초반 부부의 오랜 꿈이 맺은 결실이다.



 ‘1월의 집’ 이라는 이름은 설계를 맡은 부부건축가인 임형남(51)·노은주(43) 가온건축 소장이 지었다. 주변만 보면 깊은 시골 같지만, 사실 이 집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도심의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언덕 위 마을 경계에 있어 전주 월드컵 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반면 집 앞에는 느닷없이 사과밭이 펼쳐진다. 오른쪽은 울창한 소나무 숲이다. 임 소장은 “자연과 도시의 경계이자, 부부가 새 삶을 시작하는 터전이란 의미에서 시작과 끝이 맞닿아 있는 ‘1월의 집’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작은 재미가 있는 집



남쪽을 향한 거실의 커다란 통창으로 자연이 한달음에 들어온다. 한쪽 벽은 책장으로 메웠다.
집은 두 채로 지어졌다. 한 채는 부부의 생활을, 한 채는 부부의 여가를 담는 공간이다. 적삼목으로 둘러싸인 본채는 연면적 132㎡(약 40평)의 2층집이다. 1층 중심에는 거실과 주방이 있다. 남쪽으로 시원스레 뚫린 창문을 통해 사과밭 저 너머 전주의 상징인 모악산이 들어온다. 2층에는 침실과 가끔 찾아오는 아이들을 위한 방, 그리고 작은 기도실을 배치했다.



 언덕 경사를 따라 조금 낮게 자리잡은 빨간 벽돌집은 50㎡(약 15평)의 복층 구조다. 정년 퇴직이 1년 반 앞으로 다가온 남편은 지난해부터 목공을 배우고 있다. 아직 정리가 덜 끝난 집 안에는 나무판자와 목공 도구, 이젤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한쪽 벽을 하얗게 칠하고 작은 소파를 놓아 부부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부부는 ‘왜 집을 지으려 하는가’부터 ‘어떤 재료로 지을 것인가’까지, 자신들의 희망 리스트를 꼼꼼하게 작성했다. 요구사항 중 하나는 ‘전체적으로 모던하고 미니멀하지만, 재미난 구석이 한 개쯤 있는 집’이었다.



 건축가들이 선물한 ‘재미난 구석’은 별채를 향한 모퉁이에 자리잡은 사랑방이다. 한옥의 장지문 같은 방문을 열고 들어서면 돌연 시골 한옥집 안방 풍경이 펼쳐진다. 한지 느낌을 살린 벽에, 전통 목가구로 장식했다. 별채를 향해 난 창문 밖으로는 널찍한 툇마루가 있다.



 “툇마루에 앉으면 소나무 두 그루가 한눈에 보입니다. 처음 그 풍경을 봤을 때 추사(秋史) 김정희의 ‘세한도’가 생각났어요. 마루에 걸터앉아 소나무를 바라보는 고요하고 충실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노 소장의 설명이다.



 살짝 엇갈려 앉은 본채와 별채 사이에는 작은 마당이 생겨났다.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전문가인 김주원 하우스스타일 대표는 “툇마루에서 바라보는 세 면의 풍경이 제각각 다른 맛을 낸다. 이 작은 툇마루가 이 집의 핵심”이라고 평했다.



 ◆불편한 생활 적응하기



건축주 부부는 전주 시내에 있던 아파트를 팔고 지난달 초 이곳으로 이사했다. 낯선 공간, 그들은 요즘 설레면서도 불안하다. “거실 앞 테이블에 창을 향해 나란히 앉아 아침을 먹을 때, 집 왼편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해요. 그 풍경을 함께 바라보고 있을 때 정말 행복하죠.”



 반면 아파트에서는 신경 쓰지 않았던 음식물 쓰레기 처리, 집 앞 잔디 가꾸기, 텃밭 돌보기 등 잔손이 갈 일이 크게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주변 숲에 사는 새들이 찾아와 나무로 만든 집을 쪼아대는 ‘예상치 못한 사태’ 때문에 고민이 크다.



 건축주와 함께 ‘새 퇴치법’을 고민 중이라는 임 소장은 “단독주택에 산다는 것은 아파트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과 마주한다는 것을 뜻한다. 돌발 상황에 대해 충분히 준비해야 단독생활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건축가 임형남(오른쪽)·노은주=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동문이다. 1999년부터 가온건축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금산주택, 산조(散調)의 집, 의령예술인마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1년 공간디자인대상, 2012년 한국건축가협회 아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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