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광석이 흐르는 방천시장 윤동주와 별 헤는 통인시장

중앙일보 2012.12.04 00:33 경제 4면 지면보기
대구 대봉동 방천시장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입구에 있는 김광석 동상. [사진 시장경영진흥원]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SSM) 틈바구니에서도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전통시장들이 있다. 이들은 모바일 할인쿠폰 발급 같은 정보기술(IT)뿐 아니라 각종 문화예술, 역사·전통과 접목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지역 명물로 거듭나 단지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관광과 역사·문화체험을 함께하는 곳으로 탈바꿈하면서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 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되는 이야기’ 만드는 전통시장들
김광석 길 트니 매출 15% 올라 무기력했던 상인들 “할 수 있다”

 대표적 사례는 대구 방천시장이다. 한때는 대형마트에 밀려 1000여 개에 달하던 점포가 100여 곳으로 줄었다. 그러던 것이 2009년부터 추진된 ‘별의별 프로젝트’로 인해 명물이 됐다. 이 프로젝트는 대구의 젊은 예술 작가들이 문화예술을 접목시켜 전통시장을 살려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같은 해 3월부터 11팀의 작가가 방천시장에 입주해 작업실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카페·공방 같은 것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활력을 되찾았다.



 방점을 찍은 건 시장에 잇닿은 130m 길이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로 지역 명물이 됐다. 담에는 대봉동 출신 가수 김광석을 추모하는 벽화와 글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입구에는 김광석이 기타 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이 자리 잡았다. 길 모퉁이 오디오에서는 항상 김광석의 대표곡들이 잔잔히 흘러나온다.



 이내 방천시장과 인근은 구경꾼들이 몰리는 지역 명소가 됐다. 시장 상인들은 김광석의 이름을 빌려 포장마차·보리밥집 같은 것을 만들었고 매출도 덩달아 늘었다. 신범식 방천시장 상인회장은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만든 뒤 시장 전체 매출이 15% 정도 늘었다”며 “김광석을 보려고 찾았던 손님들이 시장에도 들러 멸치 하나, 채소 한 봉지라도 사들고 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패배주의에 빠져 있던 상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키워준 게 가장 큰 수확”이라 고 덧붙였다.



 서울 통인동에 있는 ‘통인시장’은 인근에 ‘윤동주 하숙집’ ‘이중섭 작업실’ 같은 볼거리가 많다. 통인시장은 이 특성을 시장에 접목시켰다. 시장 안 빈 점포에 정원철 추계예술대학교 교수가 기획한 상설 전시장 ‘꿈보다 해몽 공작소’를 설치했고, 상인들과 주민들이 목공기술을 배울 수 있는 ‘내 맘대로 공방’도 만들었다. 또 다른 자랑거리는 ‘도시락 카페’다. 시장 전용화폐인 ‘엽전’을 500원 단위로 구입해 시장 내 15 곳의 가맹상점에 들러 반찬을 사오는 식이다. 밥·국·김치는 카페에서 2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수원에 있는 팔달문시장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수원 화성을 축조한 조선 임금 정조를 컨셉트로 잡았다. 상인회는 시장 근처 수원천 일대를 ‘왕의 길’로 꾸몄고 임금이 자리에 앉아 술을 권하는 모습의 ‘불취무귀(不醉無歸·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못한다)’라는 이름의 조형물도 세웠다. 정조가 화성 축조 당시 기술자들을 격려하려고 개최한 연회에서 한 말이다. 또 팔달문시장 문화센터와 상인연극단을 구성해 정기 공연을 열고 박물관을 지어 화성·정조·팔달문시장 등의 역사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조정호 팔달문시장 상인회장은 “상인 방송국, 문화교실 등을 시장에 입주시킨 덕에 유동인구가 40%나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신월1동에 있는 ‘신영시장’은 상인회 주도로 자체 상품권과 공용쿠폰을 발행하는가 하면 배송차량 2대를 갖춘 배송센터를 설치해 고객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지난 10월 열린 전국우수시장 박람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채승기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