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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있어도 나이 많아도 … 보험 가입 쉬워진다

중앙일보 2012.12.04 00:22 경제 1면 지면보기
대전시 정동에 사는 김모(51)씨는 흔한 암보험 하나 없다. 40대 초반부터 앓아온 당뇨병 때문에 번번이 보험 가입을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50대가 되면서 병원비 걱정이 점점 커지는데 국민건강보험 하나에 의지하자니 속이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가 가입문턱 낮춰 … 보험 상품 속속 출시

 조만간 김씨 같은 이들도 민간 회사의 건강보험을 골라가며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틈새시장을 찾는 보험사들이 보험 가입 문턱을 낮추고 있어서다. 올 하반기 들어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전용 암보험이 나오더니 간단한 심사만으로 만성질환자를 받아주는 건강보험도 출시됐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병들고 나이 든 이들까지 포섭하려는 보험사의 생존 전략이다.





 가입 기준을 완화한 보험상품이 나오기 시작한 건 2007년. 병력이나 나이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며 나온 무(無)심사 보험이 시초다. 라이나·AIA(당시 AIG)·금호생명 등이 상품을 내놨다. 가입은 쉽지만 보장은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1000만원 안팎의 장례비를 지원하는 데 그쳐 시장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건강보험까지 가입 문턱을 낮춘 건 올 하반기부터다. 7월 라이나 생명이 61~75세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실버 암보험’을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AIA생명은 3일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꼭 필요한 건강보험’을 선보였다. ▶3개월 사이 입원·수술 소견 ▶2년 사이 입원·수술 경력 ▶5년 사이 암 진단·치료 경력 등이 없으면 가입할 수 있다. 노동욱 AIA생명 상무는 “특정 질병에 대해 가입 조건을 완화한 상품은 있어도, 질병 유무를 묻지 않고 가입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건강보험은 처음”이라며 “기존의 사망 보장 무심사 보험과 달리 입원·수술비를 보장해 준다”고 말했다.



 젊고 건강한 고객을 반기는 보험사가 유병력자나 고령자에게도 빗장을 연 건 기존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판단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암보험 가입률은 8%. 65세 미만 가입률(62%)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병이 있거나 나이가 많으면 보험 가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욱 상무는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만성질환이 있는 노년층인 인구가 늘기 때문에 이들을 붙잡지 않고선 보험업을 성장시키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에선 질병 유무를 따지지 않는 간편심사 보험 상품이 2006년 처음 출시돼 지난해에만 32만5000여 건의 계약이 새로 체결될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고혈압·당뇨병 같은 질환이 관리 가능한 질병으로 자리잡은 것도 보험사가 발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다. 이경희 상명대 금융보험학부 교수는 “혈압이나 당뇨가 있어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며 건강을 관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통계적으로 이들 질병의 위험성이 낮아졌기 때문에 보험사로서도 만성질환자들을 받아줄 수 있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가입 기준 완화 상품’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료가 일반 보험에 비해 보통 1.5~2배 정도로 비싸다. 그만큼 보험사가 손해를 보기 쉬운 구조란 얘기다. 보험사 입장에선 회사 수익이 악화될 위험이 있고 고객은 갱신 보험료가 크게 오를 가능성도 있다. 김대환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은 “보험사들이 틈새시장을 적극 발굴해 민영 보험에서 소외됐던 계층에 보험 가입 기회를 주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도 “병원비 지출 가능성이 큰 환자들만 집중 가입해 다른 고객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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