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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 현역 3인이 말하는 공직 세계

중앙일보 2012.12.04 00:16
공무원. 요즘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다. 통계청의 ‘2012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3~24세 청소년의 28.3%가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으로 ‘국가기관’을 꼽았다. 이는 대기업(22.9%)과 공기업(13.1%)에 대한 선호도보다 높은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공무원의 세계를 자세히 모른채 안정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외교통상부 의전행사담당관실의 이태우(44) 과장,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여가정책과의 이은영(35) 사무관,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의 나종엽(45) 사무관을 근무지에서 만나 ‘국가 경영자’로서의 활약상과 준비사항 등을 들어봤다.


“학창시절 풍부한 경험 쌓으면 공무원 생활에 큰 자산되죠”

외교통상부 의전행사담당관실 이태우 과장 - 대통령 해외 순방 때 세부 일정 기획·총괄



2009년 한국에 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태권도복을 선물 받고 크게 기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의원으로 재직할 당시 태권도를 배웠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태우 과장이 낸 아이디어였다. 그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해외를 순방할 때, 외국 정상이 방한했을 때의 세부적인 일정을 기획하고 총괄한다. 외국 정상을 맞이하기 전에는 정상의 기호와 금기사항을 조사하느라 바빠진다. 음식은 물론이고 음료수까지 정상이 평소 선호하는 것으로 준비하고, 정상의 음악 취향을 반영해 공연 프로그램을 짠다. “행사가 끝나면 이렇게 책 한 권이 나와요.” 그가 보여준 책자에는 대통령의 해외 순방 당시의 일정·동선·숙소·비행기·차량등에 관한 정보가 그림과 함께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 과장은 정상이 순방하기 한달 전쯤에 정부합동답사단과 함께 현지에 가 꼼꼼히 답사한다. 정상회담, 공식 환영행사 같이 필수 일정을 포함해 양국 우호관계에 도움이 될 만한 일정을 고심해 짠다. 공식 환영행사는 분초 단위로 빠르게 진행된다. 하지만 이 과장은 “행사 중에는 절대 뛰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뛰면 손님들이 불안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면서 “대신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머릿속으로 수십 번도 더 시뮬레이션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국내외 사회와 정치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재학시절 자신의 이런 적성과 부합하는 일을 찾다가 진로를 정했다. 외무고시를 치르려면 외국어의 실력이 필수다. 이 과장은 “대학 시절 영자신문을 매일 읽고, 스터디그룹을 결성해 영어 독해와 작문을 꾸준히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외교부내에서도 제2외국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외교관에게는 유연한 사고와 종합적인 사고력이 요구된다”면서 “학창시절부터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은 시험 준비 기간이 짧아도 합격 확률과 합격 후 훌륭한 외교관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무고시는 2013년 폐지되고, 2014년부터는 예비 외교관을 양성하는 국립외교원을 통해 외교관을 선발, 양성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여가정책과 이은영 사무관 - 전국 돌아다니며 ‘문화바우처 카드’ 홍보



“작은 회의라도 절 꼭 불러주세요.” 이은영 사무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자주 하는 말이다. 그는 ‘현장형 공무원’을 자처한다. 공문으로 처리하기보다는 대부분 면대면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하루 동안 전라남도 섬마을 3곳을 돌아다닌 적도 있다고. 그는 요즘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제도인 ‘문화바우처 카드’를 알리느라 분주하다. “나 자신을 ‘카드회사 직원’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이 카드를 한 분이라도 더 쓰게 하기 위해 홍보·광고를 기획하고, 지방 공무원들을 독려하러 돌아 다닌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몸은 지금 사무실에 있어도 16개 시도 곳곳에서 어떤 문화 봉사가 이뤄지고 있는지 머리 속에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2006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년 6개월 동안 문화재청에서 일하면서 제주도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 업무에도 참여했다. 문화부로자리를 옮긴 뒤 종교, 문화·예술 저작권을 담당했다. 그는 “종교 관련 국제회의가 열리면 초청장 문구를 만들고 발송하는 일부터 회의 만찬 장소를 점검하고, 회의 선언문 초안 작성까지 담당 공무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문학, 영화를 좋아했고, 영화평론가를 꿈꿨지만 문화 정책으로 관심이 확장됐고, 진로를 바꾸게 됐다. 행정고시의 일반행정 시험은 헌법·영어·한국사·정치학 등에 대한 지식을 요구한다. 이 사무관은 “영어를 제외하고는 모든 과목이 생소했다”고 회상한 뒤 “1차 객관식시험을 대비해서는 기본서에 충실하고 학원은 다니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시험과 공무원 업무 능력을 위해서도 ‘논리적인 글쓰기 실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고교와 대학 시절 책과 신문 읽기를 즐기고, 글쓰기를 좋아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그는 “사회 맥락을 모르면서 정책을 펼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면접 때 답변도 추상적인 답변보다는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면서 “따라서 풍부한 경험을 하는 것이 결국 시험 합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 나종엽 사무관 - 불복 요청 들어온 세금 부과 시시비비 판단



조세심판원은 세금 문제에 있어서 운동경기의 심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국민이 세금을 부과한 행정관청의 처분에 불복해 심판을 요청하면 양쪽의 주장과 증빙을 토대로 누가 옳은지를 가려낸다. 나종엽 사무관은 사건이 접수되면 사실관계, 적용되는 법률의 규정, 과거의 사례 등을 면밀하게 조사한다. 이는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돼 심판관에게 전달되고 4명의 심판관이 세금 부과의 타당성을 다수결로 판단해 결정한다. 나 사무관은 “국민이 알기 쉽게 바꾸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세법은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일화를 떠올렸다.



“대학 앞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한 여자분이 부모님으로부터 토지를 상속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업을 하는 남동생을 위해 이 땅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부진해 땅이 경매에 넘어갔고, 대금 대부분이 은행 빚을 갚는데 쓰였습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토지를 팔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내야 했습니다.” 나 사무관은 “인근 토지의 부동산 등기부등본 50여 건을 일일이 열람했고, 결국 상속 당시 시세에 부합하는 토지거래가를 확인해 세금을 일부나마 깎았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한 업무 역량으로 공정성과 정확성을 꼽은 뒤 “경제 지식뿐만 아니라, 세금분야의 다양한 실무경험과 현행 세법, 과거 사례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나 사무관은 2006년 조세심판원에 특별채용되기 전까지 8년 동안 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일했다. 그는 높은 보수를 포기하고 정부기관을 택한 이유에 대해 “내가 가진 재주로 국민들이 부당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세심판원에서 근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무업무를 할 수 있는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 공무원시험(5·7·9급)에 합격하거나, 변호사, 공인회계사와 같은 분야별 민간경력자를 채용하는 특별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나 사무관은 “전문성을 갖춘 민간경력자특별채용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학창시절부터 각 직업의 업무 성격과 장단점에 관심을 갖고 꿈을 구체적으로 키워나가라”고 말했다.



<글=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장진영·김진원·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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